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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주:
낙태권 주민투표에서 낙태권 활동가들이 승리를 거두다

8월 2일 캔자스주(州) 사람들이 여성의 권리 보호에 투표한 것은 낙태권 수호를 위해 투쟁하자는 외침이었다.

이날 주민투표에 참가한 유권자들 압도 다수가 캔자스주 주법(州法)에 보장된 여성의 낙태 접근권을 지지했다. 공식 투표 결과는 1주일 후 발표될 예정이지만, 초기 개표 결과를 보면 투표자의 약 60퍼센트가 낙태권 유지에 투표했다.

현행 캔자스주 주법은 임신 22주 차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경우 낙태 시술 전 24시간의 대기 시간을 의무적으로 두고, 부모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말이다.

캔자스주 제2의 도시 오버랜드파크에서 열린 개표 방송 시청 파티장에서 태일러 허스는 아홉 살 딸과 함께 투표 결과에 환호하며 눈물을 흘렸다. 허스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제 딸이 혹시나 임신을 하고 [임신을 중절하고 싶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공화당 강세 지역인] 캔자스주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공화당이 우리를 얕잡아 본 겁니다.”

캔자스주 오버랜드파크에서 열린 개표 방송 시청 파티장에서 개표 방송을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 ⓒ출처 Lily O’Shea Becker/Kansas Reflector

이번 주민투표는 낙태권에 반대하는 우파가 장악한 주의회가 발의했다. 이로써 낙태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하려 했던 것이지만, 주의회의 도박은 성공하지 못했다. 투표 몇 주 전부터 캔자스주 전역에서 분노에 찬 캠페인이 들끓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태아와 임신부] 둘 다 소중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을 벌이며 자신들이 여성을 걱정하는 척했다. 낙태권에 반대하는 설교를 한 교회들도 있었다. 이에 항의해 낙태권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교회 외벽과 마리아상에 낙태권 지지 구호를 썼다.

6월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해, 낙태법을 정할 권한이 각 주로 넘어갔다.

캔자스주 주민투표 결과는, 공화당의 아성에서 낙태권을 앗아가려 한 반(反)낙태 우파들에게 중대한 패배다. 또, 낙태권 지지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광범한 것으로 일관되게 드러났던 여론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투표 결과는, 재생산 권리에 대한 공격을 아래로부터의 반동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공격이 추동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헌법적 자유를 지지하는 캔자스인들’의 활동가 레이첼 스윗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투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것이 우리에 대한 공격임을 알고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수만 가구를 방문했고, 수십만 통의 호소 전화를 돌렸습니다. 수백만 달러어치 ‘가짜뉴스’에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주에서 극단적인 낙태 금지 조처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맹렬하게 벌어진 이 캠페인은, 가톨릭 교회가 주로 자금을 대는 반낙태 진영에 맞서 벌어진 것이다.

반면 백악관에서는 민주당 소속 대통령 바이든이 행정명령을 준비 중인데, 바이든은 이 명령이 낙태 접근권 수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명령의 내용은 모호하고, 시행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이 명령은, 낙태 시술을 받으러 다른 주로 이동하는 여성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정부가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명령에는, 이를 달성할 방안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현재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저소득층 대상 건강보험 ‘메디케이드’는 16개 주에서 이뤄진 낙태 시술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이는 부족하다.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후 바이든이 처음으로 서명한 행정명령은 정부가 “조처를 취하라”는 모호한 명령만을 내리고 있다.

바이든이 낙태권 수호를 위해 신속히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며, 민주당의 정치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바이든이 이 쟁점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은, 우파에게 잘 보이려는 알량한 술책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낙태권을 둘러싸고 비슷한 전투들이 예정돼 있다. 11월에는 캘리포니아·버몬트주에서 주법을 두고 주민투표가 열린다.

캔자스주의 성과는 중요하다. 낙태의 자유에 대한 위로부터의 공격이 끈덕지게 벌어지는 오늘날,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공격에 맞서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반격이 더 거듭될수록, 낙태권 쟁취 투쟁의 다음 라운드에서 승리할 기회가 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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