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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반년:
세계 곳곳에서 제국주의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나토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제국주의적 충돌이 장기전의 양상을 띠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에너지·금융에 악영향을 미쳐 전 세계 17억 명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고, 특히 개발도상국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유엔의 ‘글로벌 위기 대응 보고서’).

전황은 본지가 그동안 힘주어 해 온 두 가지 주장을 확증해 주고 있다. 첫째,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적 전쟁이다.

둘째, 이 전쟁은 발칸반도와 동지중해에서부터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규모로 제국주의적 경쟁을 격화시키며 세계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은 제1차세계대전의 대학살을 떠올리게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로 참호에서 벌어지고(참호전), 포탄이 상대방 참호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오며, 수백 제곱미터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수백 명이 죽고 다친다. 참호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병사들이다. 현재까지 전쟁의 최전방인 돈바스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 공업 지대여서 민간인들도 끔찍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이 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끔찍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출처 UNOCHA/Serhii Korovayny

이것이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일상이다. 그러나 전선 자체는 교착상태이므로 후방의 권력자들에게는 별 이상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독일의 반전주의 작가 에리히 레마르크(1898~1970)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말이다.

전쟁 초기에 언론들은 러시아 점령군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결연한 행동을 예찬했다. 그리고 4월 초 러시아 군대가 키예프(키이우) 북부에서 굴욕적으로 철수하자 축가를 불렀다.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가 2014년 이래 점령하고 있는 지역으로까지 진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들떴다. 또,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통화와 경제가 급격하게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관측들은 다 틀렸음이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 장군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강한 회복 탄력성을 보여 줬지만, 제한된 지역에서의 반격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게다가 병력 손실도 심각하다. 6월 초 젤렌스키의 선임 자문관 미크하일로 포돌리아크는 매일 우크라이나군 100~200명이 전사하고 800명이 부상당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매달 3만 명 안팎이 전투를 치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실제로 타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경제가 6퍼센트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기업들은 예비 부품, 원료, 기술 제품 등의 심각한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붕괴한 것은 아니다. 루블화 가치가 올랐고, 중국·인도·브라질 등이 제재에 불참하면서 제재의 충격이 완화됐다.

“전쟁이 수년 걸릴 수 있다”

서방의 어조는 전쟁 초반과 달라졌다. 6월에 나토 사무총장 스톨텐베르그는 장기적인 소모전을 언급했다. “우리는 이것[우크라이나 전쟁]이 수년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럴수록 서방은 전쟁에 더 깊이 관여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다연장 로켓 발사대 하이마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무기는 이 전쟁이 제국주의 대리전임을 보여 준다 ⓒ출처 미 육군

어마어마한 양의 무기들이 매일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주로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옛 소련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자국이 생산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155mm 곡사포, 방공 시스템, 전차 등 중화기들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5월 초 미국 의회는 40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승인했다. 정보와 안보, 우크라이나 정부 유지에 필요한 자금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지원인데, 가장 큰 몫은 단연 무기다.

5월 말까지 총 37개국이 65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여기에 한국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의 2021년 국방비 지출(659억 달러)과 맞먹는 액수다.

6월 미국은 첨단 무기 시스템인 하이마스(다연장 로켓 발사대)를 우크라이나 군대에 제공했다. 나토가 기존에 제공한 로켓보다 사거리가 더 길다. 그러나 하이마스 공여 대수와 사거리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 정부다. 바이든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로켓 시스템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미국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확전이 아니라 소모전을 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결연한 항쟁을 결정하고 “자유 진영”이 이를 지지한다는 전쟁 프로파간다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피로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현실을 가릴 수 없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나토는 러시아 국경 지대에 주둔 병력을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사태 변화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정부들이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나토가 이를 승인했다는 점이다.

두 국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중립”과 “비동맹 외교” 정책을 포기한 “역사적 결정”이다. 스웨덴은 1812년 이래 군사 동맹(과 전쟁)에 관여하지 않았다. 핀란드도 제2차세계대전 이후 마찬가지 정책을 추구했다(“핀란드화”). 핀란드화는 냉전 시기에 약소국이 자국의 주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인접한 강대국의 외교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 외교안보 노선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핀란드·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정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했다며 자신들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사실 사브(SAAB) 같은 세계적 무기 업체가 있는 스웨덴과, 징병제와 “통합 방어” 독트린을 유지해 온 핀란드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수십 년 동안 나토에 접근하고 있었다.

사실 두 국가의 1995년 유럽연합 가입이 “중립” 포기를 향한 중요한 조처였다. 나토와도 협력적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핀란드·스웨덴의 군대는 보스니아·코소보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에 이르기까지 나토의 개입과 점령에 참여했다.

지금 제국주의(간) 충돌은 국제정치 상의 “중립”이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자국 요구를 관철시킬 때가 됐다며 전쟁을 감행했다. 나토는 러시아 북부에 새로운 포위망을 구성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나토가 러시아의 북쪽 국경 지대 1300킬로미터를 새로 확보했다는 뜻이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동맹은 러시아의 콜라반도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것이다. 콜라반도는 약 170킬로미터에 이르는 핀란드의 동쪽 국경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광활한 땅이다. 러시아는 그곳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핵탄두를 배치하고 있다. 또, 북극해를 주요 활동 공간으로 삼는 러시아 북해함대의 모항이기도 하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나토 동맹은 남쪽으로는 발트해의 끝 부분을 얻게 될 것이다. 발트해는 나토의 몇몇 취약한 회원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뿐 아니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국경을 맞대는 전략적 수로다.

“현재 나토의 병력 증강은 수왈키 갭을 이용한다. 러시아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갈라놓는 이 좁은 회랑을 차단하려 할 수 있다.”(〈워싱턴 포스트〉 2022년 5월 19일자)

아시아

미국·나토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의 좀 더 중요한 전략적 과제는 여전히 중국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이다. 이 경쟁은 인도·태평양에서의 군비 증강, 전쟁 도발 위협, 다양한 긴장 등 가연물을 쌓고 있다.

동시에, 한국을 비롯해 지정학적 활성 단층대에 있는 낀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불안정에 빠지고 있다.

5월 초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은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 줬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할 것이라는 바이든의 발언은 계산된 도발이었다.

그가 그 지역을 떠난 뒤에 바로 답이 돌아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폭격기와 전투기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으로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나드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미국은 동맹을 구축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자 한다. 물론 미국이 동맹국들에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군사력으로 벌충된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대중국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쏟아붓는 돈은 정신 나간 수준이다. 중국도 전력을 확대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인류를 종말로 몰아갈 수 있는 악몽 같은 경쟁이다.

이런 점에서 5월 26일 사건은 매우 아찔했다. 중국 J-16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오스트레일리아 P-8 정찰기에 초근접 위협 비행을 하며 심지어 쇳가루(알루미늄 파편이 포함된)를 뿌렸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6월 6일 이렇게 썼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의 ‘오른팔’이 되고 싶어 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부보안관’을 자처한다. … 워싱턴의 “폭력배”로 행동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부를 얻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

더 최근에는, 8월 2일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을 포위해 침공하는 모의 훈련을 했다.(‘낸시 펠로시 대만 방문 이후: 긴장이 증대하는 대만해협’을 보시오.)

나토는 6월 말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한국·일본·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를 초청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세계적 경쟁의 한 부분일 뿐이고, 제국주의 경쟁 블록이 (아직은 완전체가 아니고 내적 긴장이 있지만)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 외교 문제 수석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이렇게 썼다.

“미국은 러시아·중국 축과의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또다시 민주주의 동맹을 모으고 있다. 핵전쟁의 위험이 또다시 국제 정치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양쪽이 환심을 사려고 집중하는 거대한 비동맹국 블록 — 오늘날에는 대개 “글로벌 사우스”라고 불리는 — 이 존재한다.”(2022년 6월 6일자)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된 한국·일본·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 정상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동맹을 결집시키려 애쓰고 있다 ⓒ출처 NATO(플리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방 측 동맹에 금이 생겼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의 이 주장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한 반발을 샀고, 미국은 마크롱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것이 “매파”(‘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에 맞서 “비둘기파”(‘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가 득세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일종의 혼합화약이 만들어지고 있다. 즉, 세계 지배계급들 사이의 경쟁이 들끓고 더 격렬해져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옛 터키)의 지배계급들이 벌이는 경쟁이 이를 예시하고 있다. 두 나라 지배계급은 동지중해와 발칸반도에서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우위에 있음을 상대방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 그들은 국제 동맹, 즉 나토 같은 제국주의 기구 참여와 미국 같은 주요 제국주의 열강과의 관계를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열강의 경쟁이 이전의 세력관계를 흔들고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발트해에서 지중해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른 갈등들도 달구고 있다’를 보시오.)

한국 지배계급도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며 세계 주요 지배계급 간 경쟁에 관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한국은 나토와의 협력을 점점 늘려 왔다. 6월 말 나토 정상회의(윤석열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는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무기를 지원한다고 했다가 그다음에는 캐나다를 통해 포탄을 우회 지원하기로 했고, 최근에는 폴란드에 20조 원어치 무기를 판매해 나토의 전쟁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량 지원하면서 빚어진 전력 공백을 빠르게 메우고자 나토의 지원을 받아 한국산 무기 수입을 결정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무기기업들은 떼돈을 벌었다.(‘갈등 커지는 곳에 무기 파는 ‘죽음의 상인’ 한국’을 보시오.) 한국은 최근 5년간 무기 수출 상위 10개국 중 수출 증가율이 177퍼센트로 1위를 기록했다.

정치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은 끊임없이 확전을 위협한다. 그러나 전쟁을 멈출 수 있는 힘은 각국 정부들과 그들 간의 외교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전쟁-확전의 악순환’의 고리들이다.

전쟁이 시작되자 각 서방 정부들은 외부의 적에 맞선 “국민적 단결”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 주요 서방 정부들은 위기에 처했다.

바이든은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공산이 크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사임했다. 마크롱은 대선과 총선에서 큰 타격을 입으면서 프랑스의 정치 위기가 심화됐다. 이탈리아는 연립정부가 붕괴했다.

윤석열 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시킨 에너지·식량·금융 위기에 대중의 생계를 공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가 지지율이 급락한 데다 자중지란까지 겹쳐 ‘취임덕’에 걸려 있다.(‘윤석열 지지율 추락은 노동운동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를 보시오.)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 이런 대화 장면이 나온다.

- 선임병: “전쟁이 어떻게 시작된 거야?”

- 알버트: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공격한 거죠.”

- 선임병: “그럼 내가 여기 왜 온 거야? 난 공격을 당하지 않았는데?”

- 다른 군인: “황제는 전쟁을 원했을 거예요. 유명해지려면 전쟁이 필요해요. 그게 역사죠. 장군도, 황제도 전쟁이 필요해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지배자들의 제국주의적 야망의 대가를 노동계급 청년들이 치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청년들이 전선으로 끌려가 서로 죽이고 죽는다. 한국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중시킨 물가 폭등으로 인해 생계비 위기를 겪고 있다.

국제주의적 좌파는 “주적은 국내에 있다”는 교훈에 따라, 제국주의 전쟁과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르는 평범한 청년과 노동계급 속에서 한국 정부의 나토 지원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제국주의 전쟁에 맞서, 전쟁과 한국 정부의 나토 지원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