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핵전쟁이 될 수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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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째를 맞이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에 있는 유럽 최대 핵발전소를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 초기에 러시아군이 장악한 이 핵발전소와 그 주변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포격이 벌어져 왔는데, 8월 들어 더 심해졌다. 이는 자칫하면 재앙적인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포리자 핵발전소의 반응로는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덮여 있지만, “벙커버스터와 같은 현대의 무기는 ⋯ 이런 방벽을 뚫고 노심을 노출시킬 수도 있다.”(스탠포드대학교 핵안보 교수 로드 에윅)
핵발전소 시설에 대한 직접 타격만이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 예컨대, 핵발전소로의 전기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예비 전기 공급 수단마저 가동이 불가능해지면 냉각 시설이 멈춰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벌어질 수 있다. 또,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는 교전 상황은 발전소 가동 인력의 실수 가능성을 높인다.
핵발전소와 그 일대에서 벌어진 포격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서로 비난하며 상반되는 주장을 한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포리자 일대를 수복하려고 무모한 공격을 벌인다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 공격이 오히려 러시아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그런 자작극을 벌일 동기는 별로 없어 보이지만, 러시아가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핵발전소를 볼모 삼아 극도로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무모한 모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8월 13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핵발전소에 “포격을 하거나 핵발전소를 엄폐물 삼아 포격을 하는 러시아군 병사들은 ⋯ 특별 표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우크라이나 당국은 7월 초까지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포리자 핵발전소 사찰에 반대했다. 그런 사찰이 러시아의 점령을 승인하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8월 들어 이곳을 둘러싼 위기가 첨예해지고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압박하려고 IAEA 사찰을 요구하자,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를 따라 기존 입장을 바꿨다.
8월 19일 푸틴은 IAEA 사찰단 파견에 합의해 줬다. 그러나 IAEA 사찰 과정과 그 후에 벌어질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찰이 오히려 긴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북한은 1992년 IAEA의 핵시설 사찰을 수용했지만, IAEA는 사찰 결과가 부족하다며 특별 사찰을 요구했고 이것은 1994년 전쟁 위기의 계기가 됐다. 한편, 북한의 사찰 거부는 그 전에 이라크를 사찰했던 IAEA 사찰관들이 이라크 주요 시설의 정보를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에 넘겨준 것과 관련이 있었다.
서방의 전쟁 지원
무엇보다도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부어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쟁 목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바로 그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에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기존의 영토를 모두 회복하려 한다.
자포리자 핵발전소와 그 인근의 포격이 빈번해진 것도, 우크라이나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와 맞물린 것이다.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를 비롯한 서방의 첨단 무기 체계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지휘소, 저장 시설, 보급로를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크림반도의 러시아군 시설에서 일어난 잇따른 폭발은 이런 무기 체계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러시아가 재래전에서 ‘핵심적 이익’을 위협받을 시 전술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방침을 오래 전부터 세워 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크림반도에 대한 통제권은 러시아 지배자들에게 핵심적 이익이 걸린 곳이다. 하이마스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실전 배치될 전망이 다가오던 7월 17일에 이미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부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공격한다면 “심판의 날”을 촉발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갈수록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과 서방의 개입 모두에 반대하는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에서 그런 운동은 한국 정부의 전쟁 지원 노력 일체에도 반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