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사기극의 장본인들을 믿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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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은 열우당의 무능과 혼란과 위선의 상징이다. 그는 이른바 열우당 ‘실용노선’을 대표해 왔다. 2004년 총선 후 당 의장이 된 정동영은 실용주의를 열우당 노선으로 정했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를 돕는 것”이 됐고, 언론개혁이나 국가보안법 개폐 등은 ‘이념형 개혁 이슈’이고 “정쟁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치부돼 뒷전으로 밀려났다.
2004년 정동영은 ‘경제 5단체장’을 만났을 때 “우리 당에 대한 티끌만한 의구심이라도 있다면 지워 달라”고 했고, “우리 당은 시장 친화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자부”했다.
‘실용노선’은 2002년 대선 주자로 나설 때부터 일관된 그의 소신이다. 그는 경제 모델은 “효율을 강조하는 미국식 모델”이 낫고, 재벌 규제 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정동영은 색깔론까지 ‘실용주의’적으로 들먹였다. 2002년 노무현과 대권 경쟁에서는 “노 후보는 과격한 이미지와 안정감 부족 때문에 이회창 총재한테 이기지 못한다”고 공격했고, 통일부장관 자리를 놓고 김근태와 다퉜을 때는 ‘김근태 친형 2명의 월북 이야기’를 써먹은 적이 있다.
그는 희대의 사기꾼 황우석을 적극 옹호했다. “황 교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최근 당에 복귀한 정동영은 “군비 축소를 통한 복지 확대” 등 개혁을 흉내내려 한다.
그러나 그는 ‘군비 축소‘가 “평화체제 같은 안보 상황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동영은 부패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그는 오일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장관직을 이용해 아들 친구의 연세대 수시모집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다. 한화갑은 “2000년 총선 때 정동영에게 수억대 특별 지원금을 보냈다”고 폭로한 바 있고, 2002년 대권 경쟁에서 정동영은 권노갑의 비자금을 받았다. 권노갑은 정동영의 경선 자금을 공개하면 “그는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한 적이 있다.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열우당은 틀림없이 패배할 것이다. 열우당은 민주당의 비아냥처럼 “없어질 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저러한 ‘잡탕 중도’들을 끌어모아 신장개업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11월 한길리서치의 조사를 보면, 차기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은 ‘진보’(27퍼센트)와 ‘중도진보’(26.4퍼센트)여야 한다는 답변이 과반을 넘었다. 반면, ‘중도 보수’와 ‘보수’는 합쳐서 21퍼센트였다. 그런데 가장 지지하지 않을(못할) 것 같은 정당 1위가 열우당(31퍼센트)이었다.
김근태는 열우당의 ‘정체성 위기’ ― 개혁 후퇴 ― 가 당 지지율 하락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온 지난 2년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땅에 묻어야 한다.”
그러나 “실사구시 개혁”을 말한 김근태가 걸어 온 길은 열우당의 ‘실용노선’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미 원내대표 시절 그는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다.
장기투쟁 작업장 노동자들이 열우당 대표실을 점거하며 면담을 요구했을 때, 원내대표였던 그는 면담조차 거부했다.
그는 개혁 실종의 대표적인 사례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 김근태는 노무현에게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했다가 금세 꼬리를 내렸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그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 방침을 분명히 해왔다.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에 찬성표를 던진 김근태는 지난해에 농민들의 죽음을 부른 쌀 수입개방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보건의료 분야 중장기 BT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등 황우석 사기극을 직접·간접으로 지원했다. 황우석 사기극의 실체가 드러난 뒤에야 “황우석 교수가 영웅일 때 기웃대던 건 곤란”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장주의자’를 자처했던 자답게 김근태는 신자유주의 의료산업 정책을 계속 추진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그에 대해 이렇게 폭로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건강보험증은 아예 받아주지 않는 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 허용했고, … 아예 전국 범위에서 건강보험 예외 병원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김근태는 최근에는 왼쪽의 눈치를 보느라 “따뜻한 시장경제” 운운하고 있다. 그리고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운운했다. 그러나 이는 7백만 명으로 확대된 극빈층에게는 완전한 말장난이다. 빈곤 관련 단체들은 김근태식 복지가 “사회적 일자리 등을 통해 차상위 계층을 노동시장에 싼 값에 동원하는 한편, 노동하지 못하는 빈곤층에게는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국가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태는 체제의 핵심 부분을 건드릴 용의가 없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복지 재원을] 기업들에게 내놓으라고 할 의향이 없냐?”고 묻자, 그는 “아픈 데를 찌르시네. … 기업도 경영권 방어에 불안해 하고 있다”고 두둔했다.
그래서 김근태가 내놓은 새롭지 않은 꼼수가 ‘양극화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그의 말대로 하면, “바로 한국노총의 지난해 비정규법안에 대한 결단” 같은 양보가 그 내용이다. 한 마디로 말해 노동 대중의 이익을 거스르는 배신을 노동운동 지도부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 배신 행위로 결국 한국노총 지도부는 “과거 어용짓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한심한 처지가 되”(한국노총 사무총장 정광호)었다.
김근태의 열우당 실용노선 비판과 민주대연합과 같은 순전한 개혁 제스처에 지지를 보내거나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