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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노동자가 파업 이유를 말한다

화물 운송 노동자들이 5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섰습니다. 벼랑 끝 생계비 위기와 정부의 약속 위반 때문입니다.(본지 442호 ‘화물연대 파업: 생계비 위기에 대한 광범한 불만을 대표한다’를 보시오.) 전국 곳곳에서 투쟁하는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11월 24일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열린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와 위수탁본부 파업 출정식 ⓒ정성휘

□ 권영한 (수출입 컨테이너 운송,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

물가와 기름값이 폭등해서 힘듭니다. (정부가 지급하는) 유가보조금도 345원 하던 것이 지금은 172원으로 두 배나 떨어졌어요.

윤활유, 타이어, 세차 비용, 부품비, 정비 공임료 모두 연쇄적으로 올랐습니다. 오르지 않은 게 없어요. 미쉐린 타이어만 해도 한 개에 48만 원 하던 것이 이제는 76만 원으로 올랐어요.

전기세, 가스비까지 물가도 많이 올랐잖아요.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아도 이런데, 과거의 운임체계로 돌아가면 버텨 낼 사람이 없습니다.

구속을 각오해서라도 우리의 최저 생계를 위해 안전운임제 일몰제가 폐지되고, 전 차종·품목에 걸쳐서 소외됐던 노동자들도 적용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가 20년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입니다. 인간답게 살아 보겠다는 의지들이 강합니다.

이번 투쟁은 정부와의 투쟁입니다. 윤석열이 직접 나서 화물연대를 불법 단체로 매도하고, “법과 원칙”대로 대응한다고 하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는 무역협회 등 화주(기업주)들 얘기만 듣고 있어요. 자본의 이윤을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겁니다.

이태원 참사도, 민주주의나 외교 등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모든 게 문제입니다. 노동 정책에서도 자본가 편만 들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이 10퍼센트가 돼도 (달리는) 기차처럼 갈 것 같아요.

노동자들, 서민들은 계속 어려움에 빠질 것입니다. 윤석열이 ‘자유’ 운운하는 것도 그들만의 자유일 뿐이에요.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합니다.


□ 이금상 (정유제품 운송,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에쓰오일지부 지부장)

생활 물가, 할부와 이자 비용, 유가, 차량 수리비 등 모든 것이 올랐어요. 그런데 운송료는 그대로이니 정말로 생존권을 위한 투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 문제도 심각해요. 차량 한 대가 대략 2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 합니다. 할부와 이자 비용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많은 오일탱크로리[정유제품 운송] 노동자들이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에 공감했고, 노조 가입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 각 정유사들은 365일 24시간 동안 쉼 없이 가동돼요. 물량이 많을 때는 수면이나 휴식 시간조차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야간·심야수당, 휴일수당조차 없었죠.

게다가 오일탱크로리는 취급 과정에서 폭발 위험성이 있는 유증기가 발생해요. 이걸 마시면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이 생깁니다. 암 발생, 신경계통 손상, 치매 등 건강에 이상이 있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안전 장비 지원도 거의 없습니다. 겨우 일반 마스크를 지급하면서, 우리더러 알아서 하라는 식입니다.

위험물 운송은 24시간 운행하기 때문에 과로에도 취약해요. 한 번 사고가 나면 일반 대형차량과 달리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죠. 사고로 차량이 전복돼서 위험물이 노출되면, 수질, 토양, 공기 오염 문제가 벌어집니다. 그 피해가 엄청날 수 있죠.

그래서 과로나 과속을 하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안전운임제입니다.

오일탱크로리 부문에서는 지난 4월에 에쓰오일에서 처음으로 노조 가입을 시작했습니다. 6월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 때 우리는 24일간 파업을 했습니다. 원청인 에쓰오일과 협상해서 운송료와 노동조건을 상당히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3사에서도 빠른 속도로 노조 가입이 늘었습니다. 5개월 만에 전체적으로 900여 명이 가입했습니다.

이번에 정유 4사의 위험물 운송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파업을 합니다. 총파업 투쟁에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화물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항상 가진 자들 편에서 정책을 펴기 때문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처음이지만 선봉에 서서 투쟁하자고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 박점환 (택배·사료 등 운송,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 강북3지회 조합원)

화물 노동자들은 숨만 쉬어도 지출이 생겨요. 비싼 차 할부값 내야 하고, 번호판, 지입료 값, 보험료 등 기본적으로 한 달에 200만 원은 나갑니다.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고. 며칠 전엔 냉각수 펌프를 수리했는데 50만 원이나 들었어요.

한 동료가 말하길, 1990년대에 운송료가 서울에서 울산까지 51만 원 받았는데 30년이 흐른 지금도 똑같다고 했어요.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이 확대되는 게 정말 필요해요. 우리 같은 콜바리[콜 어플을 이용하는 화물 노동자]들은 운송료 단가가 매일 달라져요. 화주가 급할 때는 돈을 더 올려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더 깎든가 알선소들이 더 떼어 먹죠.

이런 불안정과 이중 착취 구조를 없애려면 안전운임제가 전 품목으로, 차종으로 번져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