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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시험 준비는 미국 대북제재의 귀결

요즘 날마다 언론은 북한이 대포동2호(또는 개량형)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준비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시험 발사를 할 것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그로서도 손익계산서를 내기가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명백한 하나의 가능성이 돼 있다. 앞뒤가 꽉꽉 막혀 있는 북미관계를 그냥 두고 버티느니 차라리 미사일 발사로 모종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또는 준비)는 그 자체로 북미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 주는 상징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에게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만큼 적반하장도 없다. 9·19 성명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금융제재 등으로 북한의 목을 조르면서 6자회담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적 반자금세탁 활동에 협력할 용의를 표명하며 양보 의사를 보였을 때도 미국은 대화를 수용하지 않았고, 지난 1일에는 북한의 크리스토퍼 힐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시 정부의 이런 초강경책이 모종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부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와 이란 문제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다.

북 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부시 정부의 이런 약점을 파고들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부시의 강경책으로도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제 바통을 협상파들이 이어받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면서 말이다. 마치 핵보유 선언 이후에 그런 분위기가 잠시 형성됐듯이 말이다.

하지만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해도 난항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6자회담과 관계없이 대북 제재를 계속할 것임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설사 어떤 합의가 도출된다 해도 그것이 합의 파기를 향한 새로운 시작이 될지 알게 무엇인가.

지난해 9·19 성명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높게 평가했던 사람들은 1년도 안 된 오늘날 왜 미사일 시험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 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MD체제의 명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북미 또는 북일 간의 약속 위반이라며 거품을 물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길을 터준 것은 미국 자신이다.

1998 년 대포동 미사일 시험 이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도 있었다. 미사일 협상이 시작된 이후,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5백 킬로미터 이상의 사정 거리를 갖는 모든 미사일의 개발과 시험을 동결하는 문제를 협의하자고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은 클린턴이 방북하면 모든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 지만 클린턴은 북한에 가지 않았다. 전 미국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자신의 회고록 《매들린 올브라이트(마담 세크러터리)》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의회와 전문가 그룹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하는 거래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 반대했다.”

MD 구축의 명분을 위해 북한의 미사일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본토가 미사일이 아니라 여객기로 공격당하면서 MD에 돈을 쏟아붓는 일이 무색해졌지만, 부시 정부는 2002년 북핵 파문을 이용해 MD를 구축하고 동맹국의 참여를 촉구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부터 흘러나온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설 자체가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미군기지에 MD체제의 핵심인 PAC-3를 연내 배치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 선언을 했던 북한은 지난해 3월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조·미 간의 대화가 전면 차단됨에 따라 미사일 발사 보류에서도 현재 그 어떤 구속도 받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일을 MD체제 시험 기회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스탠다드미사일3(SM-3) 개발과 시험을 이미 마쳤고, 2003년부터는 남한에도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배치해 왔다. 딱 한 가지 미국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실패했을 때의 망신살뿐이다.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는 이유는 핵무기 때문도, 미사일 때문도 아니다. 미국은 친구에게는 핵과 미사일 기술을 아낌없이 제공해 왔다.

미 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지역 강국의 등장을 막는 것인 한, 또 동아시아에서는 그것이 중국이라고 내놓고 말할 처지도 아직 아닌 한, 미국의 군사력 강화를 위한 명분과 속죄양은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