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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평 〈오징어 게임 시즌2〉:
절망의 게임을 멈추려는 사람들

2021년 9월 처음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전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모두 자발적으로 어떠한 강압도 없이 이 게임에 자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거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고른다. 그들을 폐쇄된 공간, 24시간 감시하에 6일간 6개의 게임에 참가시킨다.

모든 게임을 이기면 상금이 456억 원. 규칙을 어기거나 게임에서 지면 탈락. 탈락은 죽음을 뜻한다. 경쟁자들을 직접 죽이는 것도 조장된다.

2000년대 등장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TV 쇼의 전제는 첫째, 인간이란 멋대로 행동하게 내버려두면 짐승이나 야만인처럼 군다는 것. 둘째, 모든 필요와 능력이 돈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TV 쇼의 설정을 가져와서 〈오징어 게임〉은 전혀 다른 효과를 내는 데 사용한다. 자본주의의 살풍경을 인상적으로 폭로한다. “게임”은 자본주의를, “VIP”는 지배계급을 은유한다. VIP들은 높은 위치에서 제복 입은 무장대의 보호를 받으며 참가자들을 지켜본다.

짧지만, 자동차(쌍용)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파업 장면도 나온다. 주인공 성기훈은 당시 조립부서 노동자였고 친구는 파업 중에 목숨을 잃었다.(실제로 조립부서 5300명 중 절반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마치 목숨이 걸린 ‘데스 게임’처럼.)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우리끼리 이렇게 죽이면 안 되는 거잖아.”

게임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참가자가 줄고 고통이 점증하는 게 마치 77일간의 공장 점거 파업 과정과 닮아 있다(노동자들은 각자 가장 친한 친구에게 상처 받으며 가슴 아팠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은 이후 부상한 OTT/TV 드라마들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거의 독보적이다. (다소 느린 호흡만 빼면) 시즌 1은 유기적으로 잘 구성돼 있고 여러 요소들이 꼼꼼하고 조화롭다.

다시 시작된 오징어 게임

3년이 지나 새로 나온 시즌 2는 지난 시즌의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 애초에 황동혁 감독은 시즌 2를 사실상 계획하지 않았다. 엄청난 성공 덕분에 계획에 없던 시즌 2가 제작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이야기지만 시즌 1의 익숙한 구조를 거의 반복하면서 진행된다. 이번에도 어린 시절 놀이터 게임들이 목숨을 걸고 하는 데스 게임으로 변주된다.

이 게임의 운영자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성기훈은 게임을 파괴하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다시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은 끝나지 않아.” 게임 운영자의 말에 성기훈이 답한다. “세상은 어차피 그런 곳이니 입 닥치고 그냥 살라는 건 너 같은 놈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야.”

게임 규칙은 다소 변경된다. 첫째, 게임을 더 진행할지 중단할지 결정하는 투표를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실시한다. 둘째, 투표로 중단이 결정되면 그때까지 적립된 상금을 나눠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

“여러분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존중합니다.”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민주적’ 투표를 통해 게임을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시즌 2에도 잔인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출처 넷플릭스

그러나 게임을 지속시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주먹(경제적 불평등)과 보이는 주먹(무장한 경비대)의 앙상블이다. 두 주먹의 위협 아래 주어지는 자유란 지독한 허상이다.

미국의 투표 제도에도 (대선은 간접선거지만) 많은 직접선거와 주민투표가 있다. 미국인은 주 검찰총장과 지역의 치안 책임자(보안관)를 직접 뽑을 수 있고 사형제, 낙태법 등 수십 가지 결정에 직접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현재의 끔찍한 국가다.

자본주의에서 지배하는 자들이 누리는 자유, 안정, 행복의 이면에는 지배받는 자들이 치르는 굴종, 체념, 불행이란 대가가 존재한다.

시즌 2에선 하층민과 ‘패배자’를 “인간쓰레기”라고 혐오하는 게임 운영진의 언어가 더 자주 들린다. 감독은 이들의 세계관을 극우/나치와 연관 짓는 듯하다. 나치도 절멸 수용소 희생자들을 “인간쓰레기”처럼 소각했다.

야만과 반란

성기훈은 용병들을 준비시켜 밖에서 진입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안에서 투표로 게임을 중지시키려고 하지만 역시 실패한다. 마지막 시도는 반란이다.

이 반란 시도에 대해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타락한 방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도로 야만적이고 어려운 조건들, 이를테면 나치의 절멸 수용소와 게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시설, 식민지에서의 인종청소 상황, 혁명에 대한 반혁명 상황 등에서 아름답고 이상적인 저항만 있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야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존엄을 지키기 위해 결연한 저항에 나설 때가 있다. 나치의 절멸 수용소인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에서도 봉기가 있었고 1969년 스톤월에서는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들이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교도소에서도 집단 단식 투쟁이 있곤 했다.

시즌 2의 반란에서 트랜스젠더가 앞장서는 장면이 단연 돋보인다.

현실의 우리는 격동하는 역사의 타임라인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현실의 VIP 트럼프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모든 공격을 다 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에게 큰 영감을 받은 듯 부정선거를 이유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역시 측근들에게 VIP라고 불리는 자다. 아직도 유지되는 그의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

오징어게임 시즌 2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시즌 3에서는 게임의 종말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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