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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급진화, 가능하고 필요하다

유럽 급진 좌파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 유럽 나라들의 정치 조직 상황을 보면 꽤나 우울할 것이다.

유럽사회포럼 과정은 관료주의 수렁에 빠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급진 좌파들은 지난[이탈리아의 경우] 또는 미래의[프랑스의 경우] 선거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

물론 영국·독일·포르투갈의 급진 좌파 상황은 훨씬 더 낫다. 그리고 더 깊은 차원에서는 시애틀과 제노바에서 시작된 급진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물결을 보여 주는 한 예가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소셜리스트 레지스터》와 ‘아이작·타마라 도이처 기념상 위원회’가 지난 주말 런던에서 공동 주최한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새로운 방향” 토론회였다.

사실, 그것은 《역사유물론》의 토론회였다. 창간된 지 10년밖에 안 됐고 주로 대학원생과 젊은 교수 들로 구성된 《역사유물론》의 편집부는 부족한 재원을 가지고 잡지를 발간해 왔다.

그들이 혹독한 ‘자기 착취’를 통해 조직한 이 토론회는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6백 명이 미리 등록했다. 실제 참가자 수는 그보다 적었지만, 그래도 4백 명이나 참가했다.

당혹스러우리만큼 다양한 마르크스주의 철학·경제학·역사학·정치학의 쟁점들을 다루는 70여 개 강연들이 있었다. 일부 강연의 논의들은 상당히 난해했다.

그러나 전체 토론회를 관통한 것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는 시도들이었다. 개막 강연 때는 데이빗 하비의 ‘강탈에 의한 축적’ 개념이 신자유주의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가를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인 논쟁을 벌였다.

나중에 열린 ‘중국과 세계경제의 미래’ 토론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고, 하비가 경제학자 앤드류 글린과 사이먼 클라크와 함께 발표했다. 나는 이탈리아의 ‘노동자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마리오 트론티가 첫 연사였던 폐막 토론에 발표자 중 한 명으로 참가했다.

토론회가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정치에서 학술로 후퇴하는 압력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참가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학술 경력을 쌓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로서는 이것은 비교적 사소한 문제다. 그래서 도이처 기념상 강연 ― 러시아 노동자들의 역할과 스탈린주의의 등장을 다룬 연구로 도이처 기념상을 받은 케빈 머피가 강연했다 ― 을 압도한 것은 혁명적 좌파였다.

학술적 압력이 비교적 약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다수 나라의 대학들이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적대적이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영국은 고령의 마르크스주의 학자 몇몇이 있다. 《중세 초기의 재구성》이라는 훌륭한 책으로 2006년 도이처 기념상을 받은 역사가 크리스 위컴은 그런 마르크스주의 학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나도 그 중 한 명임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머지 유럽 나라들과 미국에서(캐나다는 영국과 비슷한 면이 더 많은 듯하다) 대다수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은 임시직 교수나 시간강사 자리를 전전하며 학계 주변에 머물러 있다.

신자유주의가 대학을 변화시키면서(영국에서 가장 빠르다) 점점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이런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따라서 대학 사회 안에 새로운 급진 좌파를 건설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당수 청년들 ― 대부분 대학원생들이었을 것이다 ― 은 지난 수년간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운동의 영향으로 마르크스주의에 이끌렸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에서 일어나는 급진화에 만족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회의 참가자들 가운데 극소수만이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나 리스펙트(RESPECT), 다른 나라의 급진좌파 정치조직의 회원이었다.

이론과 실천의 결합은 당대의 대규모 운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래 전 게오르크 루카치가 지적했듯이, 이론과 실천은 혁명적 정치 조직 안에서 결합돼야 한다. 그런데 《역사유물론》 토론회는 과거보다 그런 주장을 하기가 유리해졌음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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