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27년 중국에서 혁명이 일어났음을 아는 사람은 오늘날 드물다. 대부분의 좌파들도 이 중요한 역사적 경험을 잘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혁명은 노동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보여 준 사건이었고, 다른 한편 계급 연합 전략의 문제를 보여 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례다.

정확히 100년 전 중국에서 노동자 혁명이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반제국주의 요구와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결합하며 투쟁을 혁명으로 발전시켰다. 그 혁명은 비록 패배했지만 노동자들이 사회를 스스로 운영할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힐끗 보여 줬다.

당시 중국은 제국주의 열강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열강은 중국의 시장을 개방하고, 불평등 조약으로 얻어 낸 반(半)식민 구역인 조계를 중심으로 중국 곳곳에 자국의 세력권을 구축했다. 그리고 나머지 지역들은 군벌들이 통치하고 있었다.

1919년 5·4 운동이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서구 열강의 동의하에 일본이 산둥성 지배권을 차지한 데 분노해 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수많은 대중이 운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노동자들이 학생들을 지지해 파업을 벌여 처음으로 조직된 세력으로서 투쟁에 나섰다.

이후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영향과 운동의 고양 속에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창당됐다. 공산당은 홍콩, 항저우, 상하이 등지를 중심으로 활발해진 노동자 투쟁에 관여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1925년 5월 상하이 일본인 소유 공장에서 시작된 파업이 상하이 전역으로 확산됐다. 5월 30일 경찰이 파업 노동자 12명을 살해한 것을 계기로 상하이에서 총파업이 벌어지고, 저항이 중국 다른 지역으로 번졌다.

특히 홍콩에서는 이중(이원) 권력 상황으로까지 나아갔다. 노동자들은 영국의 식민 지배에 맞서 총파업과 영국제 불매 운동을 벌였다. 파업 노동자들의 조직인 파업노동자대표회의 집행위원회가 파업자들의 식사와 주거 등을 조직하고 학교를 운영하고 지역 치안도 맡았다. 노동자들의 저항은 광둥성으로 번져 중국 내 영국 제국주의의 지배력을 뒤흔들었다.

이런 대중 운동 속에서 민족주의 정당인 국민당이 광둥성 등 중국 남부 일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국민당은 대중 운동을 이용해 권력을 확보하고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 양보를 얻어 내려 했다.

하지만 노동자 투쟁이 분출하면서 국민당의 전략은 근본적인 모순에 봉착했다. 중국 자본가들은 성장하는 노동자 운동에 두려움을 느꼈다. 파업이 자신들을 위협하자 중국 자본가들은 서구 제국주의와 자본가들과 손잡으려 했다. 중국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이렇게 지적했다. “차별당하고 착취당하는 대중이 자기 발로 서려 할 때마다 민족 부르주아지는 제국주의자들의 품에 안기고야 말 것이다.”

당시 중국 공산당원들은 코민테른의 지도하에 국민당에 입당해 있었다(1차 국공합작). 일부 좌파는 국민당 입당으로 얻은 “반半합법적 지위”로 중국 공산당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공합작을 옹호한다. 하지만 적어도 1925년 혁명이 시작된 상황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활동해야 했다.

그러나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과 부하린은 중국공산당이 국공합작에 계속 매여 있도록 했다. 그들은 제국주의에 의해 민족 억압을 받는 중국에서는 계급을 가로지르는 민족적 단결이 필요하고 중국 공산당이 이에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코민테른이 중국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췌사에 불과했고 실제 정책은 중국 공산당을 국민당과 그들이 대변하는 자본가 계급에 예속시킨 것이었다.

소련 공산당 정치국 안에서 트로츠키만이 스탈린과 부하린의 정책에 반대했다. 그는 중국 자본가들이 외국 자본과 유대 관계에 있고, 노동계급이 농민을 지도하며 그 자본가들을 상대로 계급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스탈린과 부하린에 의해 차단돼 중국 노동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1926년 국민당 지도자 장제스는 지역 군벌을 제압하고 국가를 통일하고자 북벌을 시작했다. 국민당군의 북상에 호응해 농민들이 각지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농민들은 소작료 납부를 거부하며 토지를 점거했다. 농민들 덕분에 국민당군은 파죽지세로 진격할 수 있었다. 노동자와 농민의 혁명적 운동 덕분에 제국주의를 패퇴시키고 군벌을 제거하는 중국의 역사적 과제가 해결될 전망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당 지도부와 자본가들은 농민 봉기를 두려워했다. 그들은 공산당원들에게 농민 봉기를 통제하라고 명령했다. 스탈린도 이에 화답해 중국 공산당에 농민을 자제시키라고 했다.

1927년 초 국민당군이 상하이로 향했다. 노동자들은 국민당이 도착하기 전에 무장 봉기를 일으켰고, 3월 국민당이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노동자들이 도시를 통제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위력을 목도한 상하이 자본가들은 장제스에게 몰려갔다. 장제스의 군대만이 노동자 혁명을 분쇄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였다. 장제스와 자본가들은 반혁명을 위해 세력을 빠르게 규합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계급 연합 전략을 계속 지지하며 상하이에서 노동계급의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코민테른은 노동자들을 설득해 무기를 장제스에게 넘겨주거나 파묻어서 충돌이 벌어지지 않게 하라고 중국 공산당에 지시했다.

트로츠키는 장제스의 쿠데타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탈린은 이를 묵살하며 이렇게 말했다. “레몬에서 즙을 짜듯이, 그들[장제스 등 국민당 우파]을 끝까지 이용한 뒤에 버리면 됩니다.”

그러나 레몬처럼 이용당하고 버려진 것은 공산당원과 노동자들이었다. 1927년 4월 12일 장제스의 쿠데타가 시작됐다. 무장 해제된 노동자들은 저항다운 저항을 벌일 수 없었다. 대량 학살이 일어났고 상하이의 노동자 조직은 분쇄됐다.

그런데도 스탈린과 부하린은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이번에는 (장제스와 분열한) 우한의 국민당 좌파 정부를 지지하라고 중국 공산당에 지시했다. 그러나 국민당 좌파는 금세 공산당을 배신하고 장제스와 화해했다. 스탈린은 공산당을 민족적 단결이라는 신화에 계속 종속시키다가 기회를 또 놓쳐 버린 것이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반혁명이 전국을 휩쓸었다. 군벌, 자본가, 지주들이 혁명의 모든 것을 불사르려 했다. 노동자와 농민들이 무수히 살해되고 그들의 조직이 곳곳에서 파괴됐다.

트로츠키는 공산당이 소비에트를 건설해 혁명을 전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노동자들은 그럴 잠재력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 운동을 자본가 계급에 예속시킨 계급 연합 전략 때문에 그 잠재력은 현실화될 기회를 잃었다.

그 손실은 결과적으로 너무 치명적이었다. 수많은 투사와 지도부 다수가 희생됐다. 도시에서 탈출한 중국 공산당은 농촌 게릴라 투쟁에 몰두하며, 1930년대에는 한족 민족주의 정당으로 변질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