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편을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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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경쟁 속 노동자 국제주의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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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좌파 내에서 “중국 편을 들어야 한다”는 견해가 거듭 고개를 든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선택지 설정이다. 자본주의 세계 체제 내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고르는 순간, 좌파는 독립적 계급 정치를 포기하고 특정 국가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종속된다.
문제는 중국이 더 낫냐, 미국이 더 나쁘냐가 아니다. 문제는 노동자 운동이 국가들 사이의 경쟁을 자기 이해관계로 착각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 계급 이해관계에 기초해 판단할 것인가이다.
중국 사회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 자본주의
중국을 사회주의 사회로 보는 관점은 현실을 오도한다. 사회주의는 단순한 국유화나 국가 통제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산이 이윤 동기가 아니라 사회적 필요에 따라 조직되고, 노동자들이 정치와 경제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사회 체제를 뜻한다.
중국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작동 원리는 축적과 성장, 국제 경쟁력 강화이며, 국가는 거대한 자본가 집단처럼 행동한다. 국유 기업이든 민간 기업이든 모두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이윤을 추구한다. 노동자들은 국가 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통제 대상이다. 이런 체제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직접 축적을 조직하는 자본주의, 곧 국가 자본주의다.
따라서 중국을 지지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자본주의 강대국을 편드는 것일 뿐이다.
미·중 갈등의 성격: 체제·이데올로기 대결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경쟁
이 점을 인정하면 미·중 갈등의 성격도 분명해진다. 그것은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의 체제·이데올로기 대결이 아니라 두 자본주의 강대국 사이의 제국주의적 경쟁이다.
군비 증강, 동맹 확대, 기술 봉쇄, 제재, 공급망 재편, 관세 전쟁은 각각 따로 떨어진 정책이 아니다. 모두 세계 시장과 전략 자산, 기술 우위를 둘러싼 패권 경쟁의 수단들이다. 경제 전쟁과 군사 대결은 하나의 과정의 서로 다른 측면일 뿐이다.
따라서 ‘중국을 견제하는 제국주의 미국’ 대 ‘미국에 맞서는 반제국주의 중국’이라는 도식은 현실을 전혀 부정확하게 보는 것이다. 양측 모두 자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경쟁적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구체적 사례: 대만, 반도체, 5G, 제재
이 경쟁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대만이다. 대만은 군사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다. 그래서 군사적 긴장과 기술·산업 통제가 동시에 집중된다.
반도체 수출 통제, 5G 장비 배제, 관세와 제재, AUKUS 같은 군사 동맹 확대는 서로 다른 정책이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기술과 공급망, 군사력을 통합적으로 통제하려는 하나의 전략이다. ‘안보’와 ‘일자리 보호’라는 명분은 이런 패권 전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의 일부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군비 증강은 복지 삭감으로 이어지고, 무역 전쟁은 물가 상승과 고용 불안을 낳으며, 안보 담론은 감시 강화와 인종차별을 합리화한다. 강대국 간 경쟁의 비용은 항상 아래로 전가된다. 어느 쪽이 이기든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더 많은 불안정과 억압뿐이다.
국제주의가 원칙이다
따라서 좌파가 취해야 할 입장은 명확하다: 중국도, 미국도 아니다.
중국을 ‘반제국주의 국가’로 미화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또 다른 지배 전략에 종속시키는 길이다. 반대로, 서방에 동조하는 것은 노골적인 기성 지배 세력 편들기다. 둘 다 노동계급의 독립적 정치와 양립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강대국들 사이에 줄 세우기 하는 정치가 아니라, 그 경쟁 자체에 대항하는 국제주의다. 전쟁과 군사화, 제재와 경제 전쟁에 반대하고, 각국 노동자와 피억압자들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 즉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계급 대 계급’의 관점에서 서는 국제주의가 좌파의 일관된 원칙이어야 한다.
‘중국 편도 미국 편도 아니다’라는 말은 도덕적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제국주의 경쟁에 동원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며, 노동자 국제주의의 최소 조건이다.
더 읽을거리
- 사회주의의 고전적 정의에 대해서는 카를 마르크스의 ‘고타 강령 비판’, 《프롤레타리아당 강령》(소나무, 1989).
- 국가자본주의 이론에 대해서는 토니 클리프,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책갈피, 2011).
-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이정구, 《당신이 알아야 할 현대 중국의 모든 것: 마르크스주의 관점》(책갈피, 2023).
- 제국주의를 강대국 간 체계적 경쟁으로 이해하는 관점에 대해서는 알렉스 캘리니코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책갈피, 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