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전쟁 중단! 파병 반대!를 외치며 행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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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이란 전쟁 파병 말라!”
3월 21일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한국 정부는 이란 전쟁 파병 말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 중단하라!’ 집회와 행진에 200명 넘게 참가했다. 며칠 전에 잡힌 긴급 집회였음에도 약 30개 단체가 공동 주최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집회에는 재한 이란인들도 참가했다. 또한 이주 배경 참가자들이 집회의 상당한 일부였다. 이들 중 일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가자들이기도 했다. 교사, 보건의료인들도 단체로 참가하고 직장 동료들끼리 오거나 지방에서 함께 올라오는 등 한국인들의 구성도 다양했다.
연단에서는 한국인, 이란인, 아랍인, 미국인 등 다양한 연설자들이 다각도로 전쟁을 비판하고 이재명 정부에 파병 거부를 촉구했다.
집회를 시작하며 사회자는 한국 정부를 규탄했다. 영국과 일본 등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을 규탄하며 호르무즈 해협 항해를 위해 적절히 기여하겠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자 한국 정부가 거기에 신속하게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이스라엘에는 지금껏 비판 한마디 하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트럼프의 파병 요구를 거부하지 않은 가운데 불길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집회의 첫 순서로 재한 이란인 영화감독 코메일 소헤일리 씨의 음성 메시지가 소개됐다. 그는 절절한 목소리로 파병 반대를 호소했다.
“한국 정부와 한국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전쟁에 참가하지 마십시오. 이 전쟁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지 마십시오.
“전쟁에 참가하는 것이 몇몇 나라와 기업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쟁은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것입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이란인 여성이 보낸 메시지도 소개됐다. 그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미나브의 여학생들을 살해한 것을 규탄했다.
최근 국내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퍼센트가 파병에 반대했다. 이날 집회의 여러 연설자들은 이재명 정부가 미국이 아니라 파병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지적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정책실장 홍덕진 목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는 주권적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것이 … 시민이 부여한 민주적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길입니다.”
이화여대 학생이자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인티파다’를 이끄는 아랍인 알레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연설할 때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네트워크’ 학생들이 함께 무대에 섰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한국 정부의 손에 이란의 무고한 민중들의 피가 묻기 전에 파병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한국 민중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여러분이 … 억압과 통제에 맞서 자유와 평화,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지켜 낸 것을 봤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재명 정부의 이란 전쟁 파병 역시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녀는 외국인 신분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집회에서 연설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지만, 자신의 진심을 호소할 수 있도록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그녀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팔연교)에서 활동하는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도 연단에 올랐다. 팔연교는 전쟁 초기에 미국이 초등학교를 조준 폭격해 180명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을 때, 신속하게 규탄 성명서를 발표해 MBC, EBS 등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전쟁의 야만성을 알린 바 있다.
박혜성 위원장과 함께 연단에 나온 교사들은 폭격으로 살해당한 학생과 교사들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었다.
“이란 전쟁은 …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3년 가까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던 짓과 똑같고 가자 학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승리하게 내버려둬야겠습니까?”
“파병은 한국 정부가 전쟁 범죄에 적극 가담하는 것입니다. 미나브 초등학교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우리가 언젠가 가르쳤을 청년들을 죽음의 바다로 내던지지 마십시오.”
“폭탄이 아니라 교육을! 정부는 파병을 거부하라!”
미국인 레베카 씨는 테헤란의 하늘을 시커멓게 물들인 미국의 이란 정유 시설 폭격을 가리키며, 그것이 과거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고, 베트남에서 고엽제를 살포한 것과 공통점이 있다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 속 미국이 저지른 만행과 달리,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제가 바꿔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오늘 우리가 모인 것도 바로 그 때문 아닙니까?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죠.
“어느 나라의 병사들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한 전투에 동원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요구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입니다.”
노동자연대 이원웅 활동가는 이재명 정부가 파병 거부를 선언하지 않고 있는 것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파병을 국익에 따라 신중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인종학살범들이 벌이는 패권 전쟁에 이란과 레바논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 이해득실을 따지고 앉아 있다니, 역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미동맹으로 권력과 이익을 누리는 이 사회의 힘 있는 사람들은 파병으로 득을 볼지 모르지만 그 국익의 이름으로 가장 고통받을 사람들은 바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는 또한 파병 반대 여론이 높아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정부가, 국회가 파병을 거부할 것이라고 믿고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거리와 캠퍼스, 일터에서 키워 나가야 합니다.”
집회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호응을 이끌어 냈다. 많은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연설을 경청했고 일부는 팻말을 받아 들기도 했다.
집회를 하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 활동가들이 참가자들에게 다음 주 일요일 오후 2시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리는 팔연사 집회를 광고하기도 했다. 그 집회 또한 이란 전쟁 반대와 전쟁 지원 반대를 중요한 요구로 삼고 있다.
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종로3가를 거쳐 을지로3가까지 가서 다시 탑골공원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하는 동안 많은 관광객들과 한국인들이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팻말을 받아 들고 행진에 참가하기도 하고, 엄지를 치켜 세우거나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호주에서 온 한 여성은 눈물을 글썽이며 “너무도 멋진 행진”이라고 말했다.
‘설마 파병할까’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트럼프의 전쟁에 대한 지지가 워낙 적고, 유럽 정부들이 아직까지는 파병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쟁을 확대하며 계속 압력을 키울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파병 거부를 천명하지 않으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부가 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꾸준히 거리에서 선동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