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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트럼프의 이란 전쟁 ― 반제국주의 전략과 아래로부터의 저항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3월 8일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 ‘트럼프의 이란 전쟁 ― 반제국주의 전략과 아래로부터의 저항’에서 두 연사의 발제와 질의응답을 녹취·번역한 것이다.

시문 아사프는 레바논의 좌파 언론 ‘알 만슈르’와 ‘퍼블릭 소스’의 편집위원이다. 앤 알렉산더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조교수이자 중동 전문지 《미들이스트 솔리대리티》 편집인이다.

시문 아사프의 발제

중동에서 전개되는 사태를 보며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마주친 모든 사람들이 — 친인척, 직장 동료,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도 — 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어제(3월 7일) 테헤란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석유 저장 시설을 공격해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미군은 167명의 여자 초등학교 학생을 살해했고, 인도에서 열린 관함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이란 군함을 [인도양에서] 교전 중이 아닌데도 격침했죠. 그들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이런 행태에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습니다.

3월 2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고 2,000명 넘게 부상당했다 ⓒ출처 Al-Manar TV

이것은 제국주의 역학의 실제 변화를 나타냅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래 우세했던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즉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저물고 포식성 제국주의의 시기에 들어선 것입니다. 트럼프와 그의 손아귀에 있는 네타냐후(네타냐후는 트럼프가 자기 손아귀에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는 이 전쟁을 기회 삼아 중동을 재편하려 합니다. 이스라엘을 중동의 최강자로 등극시키고 레바논, 팔레스타인, 예멘 등 저항을 최대한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이란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려는 것이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접경지에 배치한 군사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레바논을 침공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1982년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이스라엘은 3만 명을 학살하고 레바논을 폐허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죠.

이스라엘 권력층의 일부는 지금을 기회로 여깁니다. 헤즈볼라와 레바논 남부의 저항 세력을 궤멸시킬 뿐 아니라, 리타니강 이남의 레바논 남부를 차지할 기회로 여기는 것이죠. 그곳은 전략적 요충지이고, 시온주의자들이 1919년 이래 줄곧 노려 왔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시온주의자들이 처음 제작한 ‘대(大)이스라엘’ 지도에는 레바논 남부의 도시들인 티레와 시돈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 만큼 조만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입하거나 어쩌면 전면 침공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3월 16일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개시했다. — 역자]

그러나 그들의 전략이 실패할 공산 또한 매우 큽니다.

그들은 레바논 남부의 모든 민간인에게 떠나라고 요구하고, 그런 다음에는 베이루트 남부의 거대한 노동계급 지구인 다히예의 민간인들에게도 떠나라고 요구했습니다.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남부를 가자지구처럼 만들겠다고 위협했죠.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고요.

소위 ‘휴전’ 이래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끊임없이 공격해 왔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건축가들과의 전쟁’이라고 합니다. 파괴된 주택을 복구하러 온 노동자들을 죽이는 데서 이스라엘군이 희열을 느끼는 듯하기 때문이죠.

이스라엘은 저항이 끝장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항은 재조직되고 되살아났습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측이 모르는 듯한 또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그들의 계획은 레바논군으로 하여금 잔존 저항 세력을 해체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여기서 “저항 세력”은 헤즈볼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폭이 훨씬 넓은데, 레바논에는 헤즈볼라 외에도 여러 저항 조직이 있습니다.)

며칠 전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을 향한] 무력 저항을 금지하겠다고 했습니다. 레바논 내전 종전 이래 처음으로 국민의 상당수를 무장 해제시키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오늘(3월 8일) 레바논군은 사실상 이를 따르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레바논군은 그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물러서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죠. 전쟁은 네타냐후와 레바논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임이 명백합니다.

그들은 종파 간 긴장을 부추기거나 재점화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레바논 남부나 베이루트 남부의 시아파 지역을 공격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피신한 시아파 난민들을 돕는 난민 연대 네트워크도 공격하려 합니다. 그래서 난민들을 받아 준 그리스도인 지역을 공격하기도 했죠. 모두를 겁에 질리게 하고, 내전이 벌어질 조건을 조성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어난 일은 정반대였습니다.

종파를 초월한 단결 가능성을 보여 준 2019년 레바논 항쟁 ⓒ출처 Nadim Kobeissi (플리커)

이스라엘은 2019년 레바논에서 일어난 항쟁의 유산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항쟁으로 종파와 종단의 차이를 뛰어넘는 정서가 형성됐습니다. 레바논에서는 수십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죠. 그 결과 정부에 대한 광범한 반감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2024년 12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 일대를 장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아의 과도 정부와 이스라엘 사이에 긴장이 생기고 있습니다.

또,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인종청소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죠. 원래의 모습이라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폐허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종족 간 긴장도 부추기려 합니다. 특히 이란 북부의 쿠르드인들을 이용하려 하고, 그럼으로써 이라크 북부와 튀르키예, 아제르바이잔의 쿠르드인들을 끌어들이려 하죠.

이스라엘이 부추기려 하는 이런 갈등들은 장기간의 전쟁과 재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 상황의 또 다른 요소는 트럼프가 마치 기업 최고경영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러저러한 기업들의 경영자를 해임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교체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죠. 베네수엘라에서는 대통령 마두로를 납치한 뒤 정권 내의 다른 인사와 거래를 했습니다.

이란의 경우, 트럼프는 [1979년 이란 혁명 때 타도된] 샤의 아들 레자 팔레비를 차기 이란 지도자감에서 제쳐 버렸습니다. 팔레비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겠지만, 트럼프는 그에게 사실상 ‘너는 별로 쓸모가 없다. 미국의 이익을 돌볼 인물을 정권 내에서 찾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제 트럼프는 쿠바를 공격하겠다고도 하고 있습니다. 분명 트럼프에게는 일련의 구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중간선거라는 시간 제한이 있죠. 트럼프는 그때까지 자신의 구상을 최대한 실현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일이 꼬이고 있습니다. 이란에서 일으킨 전쟁이 걸프 전역으로 번지고 있을 뿐 아니라(대략 11개국이 전쟁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전쟁이 승리할 어떠한 보장도 없습니다. 트럼프는 이란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죠.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이 있고, 이란은 그 공격을 버텨 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란 정권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입니다. 정권이 살아남으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는 것입니다. 레바논과 같은 상황입니다. 레바논에서도 저항이 살아남으면 이스라엘이 지는 것이죠.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우리는 이슬람주의 저항의 한계에 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레바논 사람들, 특히 저와 같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1982~2000년 동안 레바논 남부에서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싸우는 것을 봐 왔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은 레바논 내에서 억압받던 사람들의 저항과 긴밀하게 결합된 것이었고 헤즈볼라 같은 세력도 그런 흐름 속에서 성장한 것이죠. 특히,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헤즈볼라는 사람들에게서 크게 존경받았습니다.

그러나 그후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가와 거래를 하고 그 국가의 일부가 되더니, 급기야는 대중 항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짓밟는 세력의 일부가 됐습니다. 특히 2011년 시리아 혁명을 짓밟는 데 일조하는 나쁜 짓을 했죠. 그뿐 아니라 2019년 레바논에서 항쟁이 일어나고 레바논 정규군이 진압 명령을 거부할 기미가 보였을 때, 헤즈볼라는 지지자들을 모아 항쟁을 대신 짓밟으려 했습니다.

이슬람주의 저항 세력에게는 이처럼 한계가 있습니다. 한때 국가에 맞섰지만 국가의 일부가 되려 하고 실제로 그 일부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레바논의 특수성은 끊임없이 팽창하려는 포식성 국가 이스라엘의 존재입니다. 그 때문에 이슬람주의 저항 세력이 레바논 국가의 항구적 일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현재 레바논에서는 연대의 행위 일체가 혁명적 잠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레바논 남부 피난민이나 저항 세력과 연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레바논과 중동 전역에서 벌어질 일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집단에 나머지 집단들이 등을 돌리는 일은 현재 벌어지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에 정치적 타격을 줄 것입니다.

앤 알렉산더의 발제

우리는 지난 2년 넘게 가자에서 인종학살이 이어지고 팔레스타인인들이 그에 맞서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는 것을 봐 왔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까지 끔찍한 참상의 원인에는 시온주의 국가의 인종차별과 정착자 식민 지배 프로젝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 시스템의 더 심층적인 위기입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올바로 분석하는 데서 매우 중요합니다.

화학 테러나 다름없는 이스라엘의 테헤란 석유 시설 폭격

전쟁이 인종학살 성격을 띠고, 장기화되고, 또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 시스템의 중심부가 겪고 있는 위기의 증상입니다. 그 위기는 군사적·경제적으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이, 중국이라는 신흥 경쟁국에게서 만만찮은 압박을 받는 데서 비롯합니다.

물론, 중국은 미국에 맞먹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와 관련된 수많은 지표에서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고, 특정 산업 생산과 기술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명백히 미국의 패권은 쇠락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 경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의 하나가 주류 논평가들조차 이제는 “제국주의”라고 일컫는 현상입니다. 자원 강탈이나,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납치 등 〈파이내셜 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조차 “제국주의”라고 일컫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트럼프는 세계 도처에서 함포 외교, 미사일 외교를 구사하고, 폭격으로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왜 중요할까요? 세계적 시스템의 중심부에서 진행 중인 위기의 구조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 전쟁이 미·중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하는 데에는 여전히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동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갖는 성격을 봐야 합니다.

걸프 지역은 미국과 연계된 자본이, 중국 연계 자본과 격렬한 경쟁을 벌이는 곳 중 하나입니다. 세계적 탄화수소(석유와 가스) 유통망은 동방과 중국을 향하도록 재편돼, 그곳의 연료와 석유 화학 공업의 원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산 상품과 중국의 첨단 기술과 자본이 걸프 지역에서 데이터센터나 케이블망 등 대규모 디지털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투입돼 왔습니다.

이처럼 중동은 세계적 수준의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일종의 마찰 지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마찰은 폭탄과 미사일이 쏟아지는 물리적 위협이 됐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 때문이죠.

이것이 제가 짚고자 한 첫 번째 요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난 한 해 동안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유혈낭자한 세력 관계 재편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재편은 이스라엘에 의해 군사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군사적 우위를 중심으로 중동을 재편하고 싶어 합니다.

현재 이스라엘 국가는 극도로 공세적인 팽창주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도 이스라엘은 여러 차례 그렇게 행동한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구축하고 숱한 범죄를 자행했을 뿐 아니라, 이전에도 레바논을 침공하고 다른 중동 국가들을 공격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역사적 사례로는 1967년 중동 전쟁과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배는 중동에서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 투쟁을 고무할 수 있다 ⓒ조승진

그러나 이러한 역내 경쟁 시스템에는 이스라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란도 그 경쟁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이란은 1980년대 후반부터 역내 영향력을 재건하고 군사·외교 동맹을 구축했습니다. 이것이 이후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2000년대 중반에 이라크 내의 동맹 세력들과 관계를 구축한 한편,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의 오랜 관계를 이어갔죠.

이란 정권은 시리아에서 반혁명적 구실을 했습니다. 2011년 아사드 정권에 맞서 대중 항쟁이 일어났을 때 헤즈볼라와 함께 이를 진압하는 데 일조한 것이죠.

이란 정권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겪은 낭패에서 득을 봤습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라크의 쿠르드인들을 이용하고, 수많은 이라크인들을 살해하고, 많은 지역을 폐허로 만들고,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 후 수년 동안 이라크를 통제하기 위해 수차례 재정복해야만 했습니다.

이는 어제(3월 7일) 런던에서 열린 반전 집회의 연설자들이 옳게 경고한 바와도 관련 있습니다. 미국의 개입이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와 번영이 아니라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은 미국에게도 재앙이었습니다. 미국에 처참한 군사적 패배를 안긴 것은 이라크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이라크인 저항 조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주요 수혜자가 이란 정권이었습니다.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동시에 이란 정권은 이란 내부로부터의 반발과 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이란 정권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표방하고 미국을 실제로 적대했지만, 그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획득하기는커녕 자국민들의 갈수록 커지는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란 정권은 이란 자본을 이롭게 하는 권위주의 정권이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이란 정권은 대선 결과를 둘러싸고 일어난 민주주의 투쟁 물결에 직면했고, 그 후에도 연료비 인상과 생계비 위기를 둘러싼 항쟁과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 투쟁에 직면했습니다. 2022년에는 마흐사 아미니라는 젊은 여성이 히잡을 올바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항쟁이 일어났죠.

이것은 역내의 어느 국가도 제국주의에 맞설 효과적인 대안이 되지 못함을 보여 줍니다. 이란 등의 정권과 미국 사이의 적대 관계는 분명 실질적인 것이지만, 그런 세력들은 진정한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중동 전역의 조직 노동자들과 대중운동들에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아래로부터의 반제국주의 투쟁을 재건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경제와 자본주의의 위기에 관해 한 가지만 더 언급하겠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투쟁이 정점에 올랐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그것은 호메이니를 비롯한 이슬람공화국 지도자들이 권력을 장악했던 시기가 아닙니다. 그 혁명의 전성기는 이란 석유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한 기구를 통해 이란의 석유 산업을 장악하고, 일시적으로나마 그 핵심 산업 부문에 대해 노동자들이 민주적인 통제를 행사했을 때였습니다.

물론, 당장은 그런 일이 되풀이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를 불태우고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전쟁과 파괴를 몰고 오는 체제에 맞서 중동의 평범한 사람들이 사뭇 다른 종류의 무기로 대결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2026년 3월 15일 영국 런던의 전쟁 반대 시위 ⓒ출처 Steve Eason (플리커)

시문 아사프의 중간 답변

이번 전쟁이 세계경제, 중동 경제에 미칠 파장은 무엇인가?

레바논 내전 이전에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고 불렸습니다. 온갖 사람들이 스키를 타거나 수영이나 도박을 하러 방문하던 곳이었죠. 그만큼 안정성을 상징하는 중심지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며칠 전 저는 누군가가 두바이를 ‘중동의 파리’라고 일컫는 것을 들었는데, ‘~의 파리’라는 별명은 무슨 저주인가 봅니다. 그런 별명이 붙으면 안정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니 말입니다.

이처럼 이번 전쟁은 걸프 지역이 안정적이라는 인식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지난주 우리가 목도했듯이 그곳은 사실 매우 취약한 지역으로 드러났죠.

이번 전쟁이 세계경제와 중동 경제에 미칠 파장이 무엇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계속된다면 그 파장은 심각할 것입니다. 석유만이 아니라, 비료 생산에도 타격을 줄 것입니다.

게다가 중동의 많은 나라들은 담수 시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어제 이란의 담수 시설 한 곳을 공격했습니다. 그래서 이란도 걸프 연안국의 담수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걸프 연안국을 보든 상황은 매우 흉흉해 보입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트럼프는 단기간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기대한 듯하지만 전쟁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는데요, 솔직히 살면서 처음으로 저는 그것을 실제로 우려하게 됐습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하고 핵무기도 꺼내 들 작자들입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만큼 광범한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뿐 아니라 이란 정권에 관해서도 명료한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그것이 모종의 혁명적·진보적 국가라는 견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한편, 서방을 지지하는 이란 반(反)정부 세력이 이란인 대다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란인 대다수는 전혀 다른 것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이란이 중요한 혁명의 산물이고 그 혁명은 미완으로 남았다고 봅니다. 그것이 어떻게 완성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지상군 투입을 둘러싼 딜레마

지상군 투입에 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분명 지상군을 보내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을 투입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군부는 지상군 투입을 내키지 않아 합니다. 제가 읽은 어떤 기사에 따르면, 미국 항공모함 승조원들이 티셔츠나 양말을 배수관에 쑤셔 넣어서 하수 처리 시설을 막히게 한다고 합니다. 미군 병사들 사이에도 불만이 크다고 합니다.

지상군 투입이 내키지 않으면 지상군을 대리할 세력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구실을 할 수 있는 세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트럼프가 바라는 대로 무조건적 패배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유일한 출구는 지상군 투입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인들에게 악몽이 될 것입니다.

이란의 인구는 9,000만 명이고 땅덩이는 프랑스의 다섯 배에 이릅니다. 따라서 지상전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를 의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모종의 승리를 선언하고 쿠바로 표적을 옮기려 할 듯합니다. 사태의 흐름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트럼프의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전쟁은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불안정성을 어마어마하게 키웠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얽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온갖 종족 간, 종파 간 긴장도 얽히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크게 오판한 듯합니다. 게다가 이란 정권은 살아남기만 해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이 처한 곤경입니다.

게다가 스페인 등지의 정부는 트럼프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고,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그간 영국 지배계급은 빠릿빠릿하게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이 전쟁을 둘러싸고 서방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앤 알렉산더의 중간 답변

이란 정권이 유지될 가능성은?

지상군 침공이 어렵다는 발언자들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미군이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규모 특수 부대를 투입하고 성과를 냈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인구 수천만 명의 나라일 뿐 아니라, 이란 정권이 여전히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폭격으로 하메네이가 사망하기는 했지만 후임자가 권력을 승계받았고, 약 19만 명이 ‘혁명수비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도부 사망 등으로 지휘 체계가 분명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결코 와해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올해 초 이란 정권은 항쟁에 직면했죠. 사실 거대한 항쟁이라기보다는 자발적 항의 시위들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합니다. 처음 시위를 촉발한 것은 경제적 불만이었지만, 시위는 금세 대규모로 불어났고 그러자 이란 정권은 극도로 잔혹하게 시위를 진압했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사망자 수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믿을 만한 방식으로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이란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그 수는 7,000~8,000에 이른다고 합니다. 물론, 인터넷 차단 등의 조건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십중팔구 그보다 클 듯합니다.

어쨌든 이는 이란 정권이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상당함을 뜻합니다.

전쟁의 확대·장기화 가능성은?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저는 트럼프가 걸프만에서 쿠바 등지로 주의를 돌릴 가능성도 꽤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 국가안보전략(NSS)과 올해 1월 피트 헤그세스의 미국 전쟁부가 발표한 국방전략(NDS)을 보면, 미국이 ‘모범 동맹국’ 이스라엘에 많은 역할을 위임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내 강자 구실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난점이 있습니다. 중동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스라엘이 극도로 공세적이고 인종학살적이고 잔혹하게 군사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중동이 안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다른 역내 강국들이 갈등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앞서 지적됐듯이, 이스라엘은 이란을 침공할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이란에 미사일을 쏠 수는 있겠죠. 많은 피해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란을 침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걸프 연안국들 대 이란의 만만찮은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걸프 연안국들은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꽤 만만찮게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란이 걸프만의 기간 시설에 미사일과 드론을 퍼부음에 따라 걸프 연안국들은 갈수록 이란에 맞서 결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튀르키예의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앞서 지적됐듯이, 미국은 쿠르드인을 끌어들여 이란 내에서 이용하려 합니다. 아마도 이전에 이라크를 점령한 시기에 이라크 쿠르드인 조직들을 이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일 듯합니다. 시리아 내전 때에는 시리아 내 쿠르드인 조직들이 북동부 로자바에서 미국과 군사적으로 협력했습니다(제 생각에 그 결과는 매우 재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쿠르드인을 억누르려 하는] 튀르키예를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사태가 그렇게 발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중동 전역을 무대로 하는 장기적인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만만찮게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1982년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이스라엘은 그곳에서 순식간에 3만 명을 학살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서는 8년에 걸친 질질 끄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전쟁은 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걸프 연안 전반에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 역사가 반복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시문 아사프의 정리 발언

전쟁의 그림자와 아랍 혁명의 그림자

중동 사람들은 이제 거의 한 세기 가까이 전쟁과 제국주의의 그림자 아래에서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세계적 열강의 지배계급과 현지 지배계급 또한 2011년 아랍 혁명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 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커다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그 일부를 궤멸시키고, 사람들을 수감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문제는 더 첨예해지고 깊어집니다.

그래서 둘 모두를 봐야 합니다. 민중이 강대국들의 파괴력을 두려워하지만, 그 지배자들도 민중이 행동에 나설까 봐 두려워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2011년 아랍 혁명 때 나타난 어마어마한 단결입니다. 2019년 레바논에서도 그런 단결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어쩌면 근대 이래 처음으로 협소한 종파의 틀을 뛰어넘는 운동이 일어난 것이죠.

지난 10년 동안 세계는 상전벽해처럼 변했는데 중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0년을 놓고 보면 그 변화는 더 극적입니다. 중동은 사실상 농촌 사회에서 도시 사회로 변화했죠. 모든 곳에 거대한 노동계급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자면, 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마 그 시절에는 인구의 80퍼센트가 농촌에 살았을 것입니다. 마을들이 종파에 따라 나뉘어 있었습니다. 다른 종파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베이루트의 거리를 거닐면 온갖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베이루트는 거대한 노동계급이 사는 거대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종파·종단 간 분열을 부추기기가 1970년대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입니다. 이것은 중동 전역에도 해당하는 얘기일 것입니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은 분열 책동을 시도할 것이고 그것이 먹힐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통된 항쟁의 경험 덕분에 그것이 먹히기 훨씬 어렵게 됐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레바논에서 이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레바논군이 저항 세력을 해산시키기를 거부한 것이죠. 그러려면 상당수의 국민과 충돌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자신들이 와해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저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줬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중동에서는 매우 자생적인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란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튀니지에서 그런 시위가 일어났죠. 모로코에서도 이른바 ‘Z 세대’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중동은 끊임없이 들끓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이를 더 부채질할 것이고, 이는 지배계급이 바라는 것 이상으로 불안정을 키울 것입니다.

연결된 전선

다음으로, 전선들을 연결해서 봐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세계 곳곳의 균열들이 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걸프만이 전쟁터가 됐습니다. 그 다음은 대만 해협일까요? 몇 달 전에는 카리브해였죠. 그리고 한 곳의 위기가 다른 곳의 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는 미국의 패권을 다시 관철시키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겪는 문제는 그들이 권좌에 오르기 전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그들은 아직 권좌에 오르지 않았고 우리는 다른 사람을 규탄했습니다. 19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죠.

따라서 여기에는 어떤 연속성이 있는 것입니다. 단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에서 집권하고, 트럼프가 미국에서 집권해서 지금의 상황이 펼쳐진 게 아닙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오래 전부터 하던 일을 더 공세적인 형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위기는 트럼프와 네타냐후 이전부터 이어져 온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입은 타격

이스라엘이 입은 타격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스라엘은 아마 피해를 복구할 돈이 충분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60대 초반이 됐습니다. 제가 처음 좌파를 접한 시절에는 좌파 시온주의자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키부츠(자영 농장)를 사회주의적 공동체로 여기고 체험 활동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2년 이후 이런 부류는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자유주의적 시온주의자들에게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인티파다를 통해 정치적 파산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과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유일한 동맹들은 극우와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들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의 극우 일부마저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처럼 국제적 지지를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도 더 절박한 것이죠.

현재 전쟁 반대 시위의 규모

운동 건설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기이한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2003년 미국에서는 여론 조사 응답자의 80퍼센트가 이라크 개입이나 점령, 침공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란에 관해 그 수치는 20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에게 자식들을 사지로 보내라고 호소하기가 난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전 시위의 규모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훨씬 못 미칩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정서는 커다란 두려움과 걱정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할 비옥한 토양입니다. 그에 관해 저는 매우 낙관적입니다.

이번 위기에 대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미적지근한 대응은 반제국주의 운동의 지속적인 유산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시위가 효과가 없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시위가 실제로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죠. 우리는 시위를 계속 건설해야 합니다.

물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란 정권의 성격 때문이죠.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제국주의의 구실을 분명하게 밝힐 기회이기도 합니다.

전쟁 반대 운동 건설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지금의 커다란 불안정이 미국 패권의 쇠락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앤 알렉산더가 지적했듯이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실제로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중동에서 미치는 영향력입니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이뤄진 걸프 협력 기구(GCC)가 2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미국에서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저 한 편의 기사일지 모르지만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미국의 처지가 매우 위태로움을 보여 줍니다. 미국은 이 전쟁에서 패배할 듯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패배 과정에서 미국은 많은 사람들의 피를 보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되도록 광범하고 전면적인 전쟁 반대 운동을 건설해야 하고 공세적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동맹 휴업과 파업, 피켓 라인, 시위가 필요합니다. 이웃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해야 합니다. 거기에 귀를 기울일 청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앤 알렉산더 정리 발언

종파 간 분열 부추기기의 위험성

종파 간 분열에 관한 질문에 먼저 답해 보겠습니다. 한 발언자가 지적했듯이, 현 상황을 시아파 무슬림 대 수니파 무슬림의 충돌로 묘사하는 시각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오랜 기간 나타난 이데올로기적 경향이 하나 있습니다. 각종 충돌을 종교의 언어로 포장하는 것인데 매우 위험한 경향입니다. 이것은 중동의 여러 국가들이 국경 너머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이런 점은 2011년 아랍 혁명과 2018~2019년 또 한 차례 일었던 항쟁의 물결이 패배하고 후퇴하는 과정에서도 두드졌습니다. 종교적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는 정체성 정치가 부활하고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을 이간질시키는 무기로 활용됐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이 개입하면서 그런 분열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중동 국가들을 구축한 자들도 그런 분열을 부추겼습니다.

[종파·종단에 따른 권력 분점이 제도화된] 레바논 국가가 특히 그런 사례입니다. 물론, 모든 중동 국가가 그런 종파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른바 ‘협의제 민주주의’를 내세웠습니다. [레바논에서처럼] 다양한 공동체와 종교 집단이 대표되고 세력 균형을 이루게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이간질해서 각개격파하는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런 전략의 위험성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에도 이런 전략이 전쟁이나 반혁명의 여파 속에서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시리아에서 일어난 반혁명이 그런 사례죠. 당시 아사드 정권은 종파 간 분열을 부추기는 언사를 할 뿐 아니라, 종파적 학살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분열시키기 위해서죠. 아사프가 지적했듯이 중동에서의 자본주의 발전은 온갖 모순과 문제를 낳지만, 그럼에도 온갖 사람들이 서로 섞여 살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그들은 종파를 불문하고 노동자로서 공통된 경험을 합니다.

걸프만 지역 노동자들이 단결할 잠재력

그런 공통된 경험의 한 사례는 1940년대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걸프 연안 전역에 걸친 단결의 사례로서, 1950년대에 걸프만의 유전들을 뒤흔든 파업 물결이 있습니다.

오늘날 걸프만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국적과 언어 등에 따라 나뉘어 있습니다. 종교적 파편화와 모순도 있습니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에는 많은 시아파 주민이 살고 있고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습니다. 이란 남부에는 [페르시아어가 아니라] 아랍어를 사용하는 소수 집단이 있고, 그들 또한 어느 정도 천대받고 배척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언어·문화 집단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1940년대와 1950년대에 그 노동자들을 단결시킨 것은 그들이 받는 천대였습니다. 이들은 서방 석유 기업들이 강요하는 인종분리 체제와 비슷한 조건에서 착취당했습니다.

1950년대에 서방 석유 기업들에 대한 도전은 단지 몇몇 걸프 연안국 지도자들의 용의주도한 조처들로 이뤄진 게 아닙니다. 당시 이란의 총리 모사데크는 영국-이란 석유 회사 국유화를 단행했지만, 그것을 의제에 올리도록 강요한 것은 거대한 파업 물결이었습니다.

한편 모사데크의 석유 국유화는 이라크 바스라의 노동자 항쟁을 자극했습니다. 모사데크가 쿠데타로 축출되고 나서 몇 달 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람코 석유 노동자들이 거대한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것은 제국주의의 압박에 맞서 투쟁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단결을 이뤄 낸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런 투쟁이야말로 중동의 세력 균형을 진정으로 변화시킨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1940년대와 1950년대뿐 아니라 1960년대, 1980년대, 그리고 오늘날에도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사실 걸프만에는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많은 수는 남아시아(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와 더 먼 곳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그들 또한 착취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는 반격을 위한 조직화의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계급적 힘을 반전 운동과 연결하기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이곳 영국에서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것의 중요성에 관해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서방 정부들은 중동에서 죽음과 파괴를 부르는 데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전쟁 반대 운동을 건설할 뿐 아니라, 전쟁 기구를 멈출 노동자들의 힘을 그 운동과 연결시켜야 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가장 큰 희망을 준 사건은 이탈리아의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입니다. 그 파업은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과 연대하는 시위와 직접 행동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줬습니다. 그 중심에는 점령과 인종학살, 제국주의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할 권리를 분명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여러 차례의 총력 파업을 통해, 단지 수천 명에 이르는 상대적 소수가 아니라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동의 많은 참가자들은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것은 단지 팔레스타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에서의 군국주의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문제라고 말입니다.

이런 점을 짚은 발언자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운동과 투쟁이 등장하고 있다는 희망적 징후들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징병제 도입에 맞서 청소년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운동을 생산과 착취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과 연결시켜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군국주의와 전쟁을 낳고 우리를 재앙으로 몰고 가는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을 멈출 잠재력이 있습니다.

녹취·번역: 이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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