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이절 워버턴의 《언론의 자유》(교유서가, 2025년, 196쪽, 14,000원):
표현의 자유 논쟁을 입문적으로 정리하는 데 매우 유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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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유주의적 전통 안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를 명료하게 정리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방대한 이론을 전개하기보다, 몇 가지 핵심 사례와 논쟁을 중심으로 쟁점을 정리하는 데 집중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고전적 논증에서 출발해, 혐오표현, 검열, 노 플랫폼, 음란물, 국가 권력의 한계 등 현대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취한다.(노 플랫폼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언급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한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로 읽는 것은 부정확하다. 워버턴은 명백한 폭력 선동이나 직접적인 법익 침해, 예컨대 명예훼손과 같은 경우에는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문제는 그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이다. 특히, 혐오표현과 폭력 선동 사이의 경계는 실제로 매우 불명확하며, 이 지점에서 다양한 철학적 입장들이 충돌한다. 워버턴은 이 논쟁을 비교적 공정하게 소개하면서, 규제의 위험성과 필요성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스코키 사건과 같은 사례를 통해 드러나는 자유주의적 직관이다. 나치 행진과 같은 극단적인 표현조차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워버턴은 자유주의 전통이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보여 준다. 동시에, 그는 영국 등지의 혐오표현 규제 법제나, 언어가 단순한 표현을 넘어 특정 집단을 실제로 침묵시키거나 배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도 함께 소개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하나의 단일한 결론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논쟁의 지형을 정리하는 데 주력한다.
노 플랫폼 문제에서도 비슷한 특징이 나타난다. 노 플랫폼은 대학 강연, 토론회, 언론 인터뷰, 소셜 미디어 계정 등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폐쇄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워버턴은 파시스트나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 관행을 검열과 구분하려는 시도를 소개한다. 노 플랫폼은 국가 권력에 의한 금지가 아니라, 특정 발언자에게 공적 신뢰성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워버턴은 “표현의 자유를 파괴하려는 자에게는 자유를 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논증이 자유주의적 정당화로서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이 논증은 쉽게 검열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워버턴의 입장은 노 플랫폼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기보다,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가깝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런 균형 감각에 있다. 다양한 입장을 공정하게 소개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려는 논리에 대해 일관된 경계심을 유지한다. 특히, 국가가 검열 권력을 가지게 될 때 그것이 남용될 가능성을 강조하는 대목은 자유주의 전통의 핵심을 잘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동시에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국가의 성격에 대한 분석이 상대적으로 얕다. 워버턴은 국가 검열의 위험성을 거듭 지적하지만, 국가가 왜 그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 사회적·계급적 조건은 무엇인지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가가 중립적일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충분히 비판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의 논의는 국가 권력을 경계하면서도, 그 권력의 본질적 편향성까지는 깊이 파고들지 않는 자유주의적 한계를 드러낸다.
둘째,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맥락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책은 종교적 모욕, 신성모독, 인종적 혐오 발언 등을 비교하면서 표현의 자유의 원칙을 적용하려 하지만, 예컨대 이슬람 혐오가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제라는 점까지는 깊이 다루지 않는다. 이런 맥락이 빠지면 서로 다른 종류의 발언이 동일한 수준의 문제로 취급될 위험이 있다.
셋째, “대항 표현”에 대한 강조도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이 논리는 이상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집단이 동일한 발언 능력과 사회적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어떤 집단은 말할 권리는 형식적으로 보장돼 있어도, 실제로는 말할 수 없는 조건에 처해 있을 수 있다. 이런 비대칭을 고려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는 추상적 원칙으로 남을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워버턴의 《언론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히 “허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에서 어떤 조건하에서 그 자유가 의미를 갖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그 자체로 완결적이기보다는 더 넓은 정치적·사회적 분석으로 나아갈 출발점이 된다.
특히, 서로 상충하는 직관과 논리를 간결하게 제시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교육적 가치가 크다. 물론 이 책을 읽을 때는 그것이 하나의 완결된 이론이 아니라, 자유주의 전통 안에서 제기된 주요 논점들의 지도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표현의 자유 논쟁을 입문적으로 정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