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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33년째 ‘OECD 최악’, 성별 임금격차가 드러낸 완고한 여성 차별

한국은 OECD 성별 임금 격차 통계에 포함된 이래 33년째 1위다

·남성 대비 여성 임금 100 대 64.8

·33년째 ‘OECD 최악의 성별 임금 격차 국가’

‘페미니즘 리부트’ 10년은 여성들의 드높은 성평등 염원을 보여 줬지만, 현실의 수치는 여전히 참혹하다.

여성의 상대적 저임금과 임금 불평등은 여성의 현재와 미래 소득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완고하고 구조적인 차별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육아와 가족 돌봄이 주로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경력 단절과 승진 누락,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는 일은 여전히 흔하다.

2022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5~54세 여성 중 42.6퍼센트가 경력 단절을 경험했고 재취업까지는 평균 8.9년이 걸렸다. 다시 일터로 돌아와도 임금은 이전의 84.5퍼센트에 불과하다. 육아기를 거치며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한다. 특히, 임금과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시간제 노동자의 72퍼센트가 여성이다.

여성이 집중된 직군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별 직종분리’는 자본주의 산업에 구조화돼 있다. 가령, 여성 비율이 90퍼센트에 달하는 유급 돌봄 일자리의 임금은 경력이나 근속과 무관하게 최저임금 수준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는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일의 실제 가치가 낮아서가 아니라, 이윤을 위해 여성의 업무를 저평가하고 저임금을 정당화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여성은 같은 회사에서 대등한 일을 할 때조차도 임금 차별을 받는다. 2007년 효성 울산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도 임금이 남성의 60~80퍼센트에 불과해 동일임금 소송에 나섰지만, 대법원은 결국 사용자의 손을 들어 줬다.

2018~2019년 반도체 부품업체 KEC 구미공장 여성 노동자들도 승진·임금 차별에 맞서 국가인권위에 진정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차별이 인정됐지만, 검찰은 사용자의 법적 처벌을 면해 줬다. 민사소송에서는 1심 패소 후 2심에서 다행히 손해를 일부 인정받았지만, 사용자 측이 불복해 아직도 법원 계류 중이다.

이 사례들은 동일임금법이 있어도 여성 노동자들이 법정에서 차별을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임을 보여 준다.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데다, 사용자들은 분류만 조금 바꿔 ‘다른 일’이라고 우기며 법망을 피해 가기 쉽다. 검찰과 법원의 친사용자 편향은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2013년부터 10년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97명 중 선고로 이어진 것은 38건뿐이었고, 그나마 실형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서울신문〉 취재 결과).

임금 드러내기

여성단체들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은 고질적인 성별 임금 격차 해소책으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부각하고 있다. 기업들이 성별 임금 현황을 공개하도록 하면 차별이 드러나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임금공시제(임금투명성 제도)는 유럽 주요국들에서는 이미 도입된 제도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성평등가족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들도 나오고 있다.

차별 드러내기는 유용하다. 그간 ‘기업 비밀’이라며 은폐된 임금 실태가 가시화되면 노동자들이 차별의 구체적 실체를 파악하고 법적·정치적 항의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임금 공개를 법제화한다 해서 꼭 실효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주들이 알아서 차별을 공개 시인하고 여성 임금을 올려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구속력 있는 제재가 뒷받침되지 않아 임금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 많고, 차별이 드러나도 개선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2024년 국가인권위 ‘성별임금격차 현황 및 해소방안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의 여성단체들이 공개뿐 아니라 개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강력히 제재하는 안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는 또한 “격차 해소”의 대안으로 직무급제를 말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보면 직무급제는 차별을 해소하기는커녕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고착화시키는 구실을 했다.

직무급제는 근속연수가 아닌 직무 가치에 따라 임금을 정하기 때문에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에게 더 평등한 임금체계라는 주장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무급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냈을 뿐, 여성들이 집중된 직무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 오히려 여성 노동자들을 낮은 임금에 묶어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이미 직무급제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직무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근속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2024년 세계여성의날 집회 성별 임금 격차라는 완고한 벽을 무너뜨리려면 남녀 노동자들의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조승진

동일임금 성취의 결정적인 동력

노동운동의 역사를 보면, 동일임금을 성취하는 데서 결정적인 요인은 법의 유무보다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이었다.

유럽에서 남녀 동일임금에 한 걸음 다가간 시기는 1968년~1970년대 전반기 노동자 투쟁의 급속한 고양기였다. 당시 영국 포드 재봉공 여성 노동자들이 벌인 3주간의 파업 등 수많은 동일임금 파업이 벌어졌고, 남녀 노동자들이 성공적으로 연대한 경우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동일임금법 효력이 발효된 1975년 이후로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동일임금 문제를 투쟁 대신 노동법원에 맡기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은 이전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이라는 진정한 강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김하영, ’직무급제는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공정한 임금체계인가?’)

한국의 경험도 비슷하다. 한국의 여성 임금은 1980년 남성 임금의 44퍼센트 정도에 불과했지만 1987~1990년대 중반 계급투쟁 고양기 속에서 남성의 63퍼센트 수준으로 격차를 크게 좁혔다. 그러나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사용자들과 국가가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공격하면서 2000년대 들어 임금 격차 축소가 정체됐다.

앞서 살펴봤듯이, 성별 임금 격차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여성 차별의 산물이다. 경력 단절, 질 낮은 일자리, 여성이 주로 하는 일이 저평가되는 관행 등은 양육과 돌봄이 여전히 개별 가족, 특히 여성에게 떠맡겨져 온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 가족과 여성의 짐을 덜기 위한 보육과 사회 돌봄 서비스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 또, 여성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

여성 다수가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여성이 집중된 직종의 임금 수준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임금 평등을 위한 투쟁은 정치적 투쟁과 분리될 수 없다.

특히, 오늘날 심대한 경제적·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임금 수준을 올리려면 만만치 않은 투쟁이 필요하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이윤 보전에 매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이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았던 것도 노동자 고통 전가의 일환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을 설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출신의 권순원 교수가 올해 최저임금위원장로 선임돼 최저임금 억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뜻을 밝힌 ‘노동 유연화’도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와 임금 수준을 더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역대 민주당 정부는 우파 정부들 못지 않게 성별 임금 격차에 책임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페미니스트 장관을 임명하고, 성평등 미사여구를 구사했지만, 실제로는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며 성평등 염원을 배신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대화에 주로 힘 쏟느라 정작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공격에 맞서 싸우는 일이 부차화돼선 안 된다.

성별 임금 격차라는 완고한 벽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으로만 무너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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