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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미국 반전 운동의 막다른 골목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직후의 요란한 허세와 달리 민주당은 지난 몇 달 동안 이라크 쟁점에서 줄곧 뒷걸음질쳐 왔다. 특히 지난 2월 17∼18일 상·하원 ‘증파’ 반대 결의안 표결에서 민주당은 부시에 맞서 싸울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소수파인 공화당 의원들과 ‘증파’ 반대 결의안의 문구를 조율하는 데만 몇 주를 허비하다가 막판에 부시의 ‘증파’나 그에 따른 추가 예산 지원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구속력 없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공화당과 합의했다.

민주당이 등을 보이자 공화당이 뒤통수를 치기가 더 쉬워졌다. 표결 당일 공화당 의원들은 앞선 합의를 깨고 아예 결의안에 대한 토론 자체를 가로막았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 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정대로’ 하원에 또다시 ‘구속력 없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이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 있긴 하다. 부시는 의회에 무려 1천억 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전쟁 관련 긴급 추가 예산 승인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만약 의회가 이 예산안을 부결시킨다면 부시의 증파 계획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벌써부터 도망갈 구멍만 찾고 있다. 그들은 “군대를 버린다”는 공화당과 지배자들의 비난을 면하려 필사적이다.

민주당의 고참 의원 존 머서가 내놓은 방안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 방안은 이라크 전쟁 추가 예산을 승인하되 몇 가지 조건을 달자는 것으로, 이를 통해 부시의 증파 추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의 핵심은 ‘전쟁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머서의 방안을 지지한다. 머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군대를 지지하고 보호하려 한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라크 문제에 관해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나온 가장 급진적인 법안은 바바라 리, 맥신 워터스, 린 울시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6개월 안에 이라크에서 모든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에도 문제는 있다. 이 법안은 미군 점령이 끝난 뒤 (이라크 정부의 “요구”가 있다면) 2년 동안 “국제 안정화군”이 이라크에 주둔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의원들도 인정하듯 아예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조차 없다는 점이다.

중간선거 전에 민주당은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 지금 그들은 대중의 기대보다는 미국 제국주의의 ‘제2당’ 구실에 충실하려 한다. 부시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미국 제국주의가 이라크에서 패배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직 대중적인 반전 운동만이 부시와 전쟁광들이 시작한 재앙을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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