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데이비스가 말하는:
중간선거 이후의 미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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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이래 미국 주류 외교가의 이론적 입장이 지금처럼 통일된 적은 없었다. 오늘날 그들은 베이커·해밀턴의 초당파 그룹이 내놓은 계획과 다자주의적 제국주의를 지지한다.
조지 부시 1세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모두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점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과 극적으로 대조된다. 당시에는 냉전주의자들 사이에 살벌한 논쟁이 벌어졌다.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은 정치적으로는 신용을 잃었고 지적으로는 주변화됐다.
그러나 그들의 궁극적 목표인 이란 공격은 매우 가능성이 큰 듯하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책은 적어도 지금 당장은 여전히 [고립된] 지하 벙커에서 결정되고 있다.
조지 부시 2세(딕 체니의 꼭두각시)는 1945년 초의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패배나 개인적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현실주의적” 합의의 승리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난장판이 된 이라크에서 단계적으로 철군 ― 이것이 가능하다면 ― 하되 유럽 그리고 아마도 일본과의 협력을 통한 군사 개입은 더욱 강조하는 것일 것이다.
[이 점에서] 아프가니스탄 ― 폐허가 된 채 마약상들과 대량 학살자들이 지배하는 또 다른 나라 ― 은 현실주의자들의 유토피아이자 모든 곳에서 벌여야 할 “좋은 전쟁”의 표본이다.
1960∼70년대 동안 베트남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냉전 반공주의라는 도그마를 잠시나마 재고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논쟁은 “영리한” 제국주의냐 “멍청한” 제국주의냐 하는 것일 뿐이다.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의 북동부 지역에 대한 개입, 팔레스타인 억압 등을 포함하는 이른바 ‘대(對)테러 전쟁’의 더 광범한 맥락을 강조하는 데 맞춰져 있다.
또 다른 역설이 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대중의 압도적 반전 투표 덕분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때와 달리 지금은 정치인들을 강제할 전국적 반전 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2002∼2003년 동안 전쟁몰이에 맞서 극적으로 떠오른 광범한 기층 운동은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동안 하워드 딘 지지 운동으로 흡수됐고, 그 뒤 존 케리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완전히 와해됐다.
제국주의
비록 조직된 반전 운동 세력이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명맥을 유지하긴 했지만, 운동은 전국적 운동으로서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잃었다.
다행히도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벌어진 매우 크고 엄숙한 시위는 이제껏 내가 목격한 미국의 시위 가운데 현 시대의 암울함을 가장 냉철하게 의식한 시위였고, 이는 전국적 운동이 부활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반면, ‘하원 흑인의원연맹’과 소수의 진정한 진보주의자들을 제외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가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이거나 체포하는 데 그다지 열의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쟁을 끝내는 데 진정한 관심이 없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등에 대한 민주당과 부시 정부의 견해 차이는 매우 작고 갈수록 좁아지고 있을 뿐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군 병사의 3분의 1만이 미국의 이라크 전략을 지지한다.
주(州)방위군을 이라크에 대거 배치한 데다 이런 “아버지 군인들”의 사망률이 높은 탓에 대중의 불만이 엄청나게 커졌다.
나는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데, 이 곳은 미국에서 가장 군사화된 도시들 중 하나다.
나는 젊은 수병들이나 해병대원들과 대화를 통해 모종의 철군 움직임이 없다면 올 여름이 끝날 무렵 파업이나 사실상의 사병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당장, 에런 와타다 중위라는 저항의 상징이 있다. 그는 이라크 복무를 거부한 최초의 미군 장교다.
그는 [이라크] 전쟁이 “부도덕하고 불법적이며 … [이라크 파병은] 전쟁 범죄 동참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복무를 거부했다.
2월 5일 워싱턴 포트루이스 기지에서 그의 군사재판이 시작됐다.
이 재판은 군대 내 저항 운동의 초점이 되고 있다.[지난 2월 7일 군사법원은 ‘무효심리’를 선고했고, 이것은 와타다 중위의 승리를 뜻한다. ─ 〈맞불〉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