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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본 헌법(과 개헌)

어떤 자본주의 국가의 헌법이든 매우 많은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그 모순들 가운데에는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는 근거가 되는 조항도 있고, 정당한 저항과 봉기를 정당화하는 근거 노릇을 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헌법을 분석·비판·평가하려면, 헌법을 추상적 규범집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계급 관계와 사회 세력 관계가 반영된 정치적 산물로 봐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헌법은 국가의 순수한 이념이나 초계급적 사회계약이 아니다. 헌법은 계급 관계와 대중 투쟁의 결과가 법의 형식으로 집약된 산물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의 헌법은 대체로 두 가지를 함께 담고 있다. 하나는 지배 질서를 안정시키는 장치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강제한 양보(권리와 제도)다. 대한민국 헌법도 이런 이중성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 준다. 1

바로 이 점에서 헌법의 권리 선언은 공허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대중이 실제로 싸워서 쟁취한 방어선을 반영한다.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의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노동3권, 사회권 같은 조항들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전장이다. 2 3 4 5 그러나 동시에, 헌법은 자본주의적 소유 관계와 국가 기구의 강제력을 제도로 굳혀 놓는다. 재산권 보장, 개인과 기업이 소유·투자·생산·고용·영업 같은 경제 활동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와 창의를 경제 질서의 기본으로 삼는 규정, 그리고 권리 제한의 일반 조항, 긴급권과 계엄 같은 ‘예외상태’ 장치가 바로 그런 핵심 장치다. 6 7 8 9 10

그래서 헌법과 개헌을 그저 무시할 수만은 없다. 헌법을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지형(그러나 자본주의의 한계 안에 있는)으로 봐야 한다. 헌법 속에는 활용할 수 있는 진보적 요소가 담겨 있는 동시에, 그 요소들을 필요할 때 제한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1. 헌법의 이중성: 권리의 보장과 지배 질서의 고정

헌법에는 분명히 현실의 투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항(진보적 요소)들이 담겨 있다. 표현·집회·결사의 자유와 검열·허가 금지 조항은 운동이 정당방위를 하고 더 나아가 확장하는 데 실제로 쓰일 수 있는 핵심 권리다. 3 노동3권과 경제 민주화를 위한 규제·조정 가능성은 노동자 등 서민층이 사용자와 대기업, 국가를 상대로 조직하고 압박할 때 내세울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된다. 4 7 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사회보장·사회복지 의무 조항은 복지·연금·의료·돌봄 같은 문제를 그냥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5

그러나 같은 헌법이 자본주의적 소유 관계와 국가의 강제력을 떠받치는 원칙도 함께 담고 있다. 재산권이 보장되고,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6 7 또한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될 수 있으며, 대통령에게는 긴급명령과 계엄을 통해 예외상태를 제도화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8 9 10 바로 이 점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6~8월 대중 투쟁의 성과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 성과를 필요할 때 제어하고 후퇴시킬 수 있는 장치까지 함께 품고 있는 문서인 것이다.

2. 조건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권리 구조와 내장된 억압 장치

헌법의 핵심 모순은 권리를 선언하면서도, 그 권리의 효력 범위를 좁히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들어 있다는 것이다.

첫째,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의무를 선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사회 전체의 안녕과 행복’이라는 매우 모호한 말)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게 한다. 2 8 특히 제37조 2항의 문구는 워낙 넓게 해석될 수 있어서, 상황에 따라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돼 왔다. 보안법이나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기본권 침해를 겪어 본 활동가는 이 조항을 중립적 균형 장치로 보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이 격화될수록 제한 논리와 치안·질서·안전의 논리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동원된다.

둘째, 헌법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못 박는다. 3 그러나 (우리 모두가 2024년 12월 3일 경험했듯이) 헌법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 둔다. 10 다시 말해, 헌법은 평상시에는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예외상태’에서는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셋째,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선언하면서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은 헌법재판소(한국과 유럽의 경우) 심판으로 해산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1 이 장치는 흔히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방어적 민주주의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일정한 제한과 방어 수단을 인정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수단들이다: 정당 해산, 내란과 폭력적 전복 시도에 대한 처벌,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정치활동에 대한 제한. 방어적 민주주의는 원래 바이마르 공화국 붕괴의 여파 속에서 주창된 이론이지만, 한국에서도 정당해산제도(헌법 제8조 제4항)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논리를 통해 실제로 통용돼 온 헌법 사상이다.

이 개념은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적에게 무제한 관용을 베풀 필요는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평등, 국민주권, 권력분립, 복수정당제 등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무엇이 정말 민주주의의 적인지, 무엇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지 판단하는 권한이 자본주의 국가의 기관(헌법재판소라는)에 집중되면, 그 개념이 혁명적(또는 혁명적이지 않은 급진적) 좌파의 표현과 조직 활동을 억압하는 데 쓰일 위험이 있다. 국가보안법이나 정당 해산 논쟁에서 바로 이런 문제가 제기돼 왔다.

넷째,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면서도 공무원과 관련된 제한과 주요방위산업 종사자의 단체행동권 제한 또는 부인 가능성을 헌법 차원에서 열어 둔다. 4 즉, 노동의 집단적 힘을 인정하되, 국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문에서는 그 힘을 억제할 여지도 헌법이 직접 제시하는 셈이다.

다섯째, 헌법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1 그러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명령과 계엄 조항은 국회 통제가 약해지거나 마비된 순간 행정부 권한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다. 9 10 그래서 국민주권은 대표를 선출했다고 해서 다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다수가 일터와 사회서비스, 지역에서 실질적 통제력을 갖지 못하면 주권은 형식에 머물게 된다.

3. 정당한 봉기와 저항에 대한 평가

대다수 나라의 헌법은 혁명권이나 저항권을 명문으로 두고 있지 않으며, 이를 두는 경우에도 대개는 혁명 일반의 권리라기보다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제한적 저항권의 형태를 취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저항권이나 혁명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기본 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다른 합법적 구제수단이 없을 때의 저항권은 헌법의 본질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와 법원, 그리고 주류 헌법학의 해석은 대체로 저항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아주 좁게 정의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저항권을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파괴하려는 공권력에 맞서 이를 회복하기 위한 국민의 권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는, 다른 효과적인 구제 수단이 없어야 하고 그 목적도 기존 질서를 유지·회복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면서, 저항권의 범위를 매우 좁게 잡았다. 또한 정치·사회·경제 체제의 개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수준, 즉 정당성과 합법성을 구분한다. 첫째, 기층 수준에서 민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대중 저항은 정당하며, 때로는 기존 정치 제도와 국가기구가 흔들리거나 무너질 때 대중 행동만이 민주적 공간을 다시 세울 수 있다. 둘째, 사회 상층의 헌법 해석(기성 정치와 법·질서 안에서 이뤄지는)은 저항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기존 질서를 회복하는 범위로만 묶어 두고 그 질서를 넘어서는 변혁은 허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자본주의적 소유 관계와 권력 구조 자체를 성역화하고, 노동계급의 해방적 변혁을 애초에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이 봉기를 허용하지 않으니 정당하지 못하다는 결론은 (해방을 열망하는 대중의 처지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합법성과 정당성은 동일하지 않으며, 특히 지배계급의 국법은 체제 자체를 보존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4. 헌법 물신화에 대한 비판

자유주의적-개혁주의적 헌법 물신화에는 놓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텍스트가 권리를 자동으로 보장한다는 착각이다. 그러나 헌법이 권리를 선언해도, 똑같은 헌법이 권리 제한 일반조항과 계엄하 특별조치를 함께 두고 있으므로 권리는 언제든 조건부가 된다. 8 10 권리를 실제 권리로 만드는 것은 문장 자체가 아니라, 그 문장을 현실에서 관철하는 사회적 힘, 조직과 연대와 파업과 시위와 정치투쟁이다.

둘째, 국가의 중립성 신화다. 자유주의-개혁주의는 국가를 중재자처럼 여기지만, 국가는 (자본주의적 국가로서) 자본주의 사회관계가 계속 유지되도록 구조화돼 있다. 재산권과 시장 중심의 경제질서는 바로 그런 틀을 헌법 차원에서 굳혀 놓는다. 6 7 그래서 헌법만 잘 고치면 모두에게 공정하다는 생각은 계급 권력과 국가 기구가 지닌 비대칭적 현실을 가린다.

셋째,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의 분리다. 헌법은 경제 민주화라는 개념을 담고 있지만, 7 현실에서는 그것이 상징적 문구에 머무르고, 실제로는 사유재산과 기업 활동의 자유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처럼 취급된다. 정치적 권리만으로는 경제적 권력인 자본의 지배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넷째, 법정주의(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의 한계다. 법원이 최후의 심판자라는 믿음에도 한계가 있다. 긴급조치는 유신체제에서 박정희가 비상권력을 내세워 기본권을 광범하게 제한하고 반대 세력을 탄압한 독재적 통치 수단이었는데도 그런 긴급조치가 위헌 판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역사만 보더라도, 권리의 최종 보루가 헌법(과 개헌)이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헌법은 방패 구실을 할 수는 있지만, 해방의 수단 구실을 하지는 못한다. 해방의 수단은 구조적 차별을 받는 대중 자신의 저항이며, 헌법은 그 투쟁이 남긴 흔적이자 다음 투쟁의 매우 제한된 지형이다.

5. 주요 쟁점별 검토

집회·시위의 자유는 언론·출판·결사의 자유와 함께 헌법상 보장되며,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제는 명문으로 금지된다. 3 그러나 동시에, 제37조 2항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이유로 법률에 의한 제한을 폭넓게 허용한다. 8 대중 저항의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집회·시위는 단순한 의견 표명의 자유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창출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노동3권은 민주주의가 선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터와 사회관계 속에서 실제 힘을 갖게 만드는 핵심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만, 공무원과 주요방위산업 종사자에 대한 예외를 열어 둔다. 4 노동3권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관리 가능한 범위 안으로 묶어 두는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이 여기서 그대로 드러난다.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로 선언되지만, 동시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은 해산될 수 있다. 11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은 이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다.

대통령의 긴급명령권과 계엄권은 위기 시 국가가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장치로 설명되지만, 동시에 민주적 통제를 우회하고 권리를 정지시킬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9 10 특히 비상계엄 하에서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영장제도 등에 특별조치가 가능해진다.10 긴급명령은 현행 헌법이 두고 있는 예외적 비상입법 수단이다.(혼동을 피하기 위해 반복하자면, ‘긴급조치’는 유신체제하에서 대통령이 기본권까지 정지시키며 반대세력을 억압하는 데 사용한 독재적 비상조치였다.)

재산권 보장 조항과 경제질서 조항은 헌법의 계급적 성격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재산권은 보장되고, 경제질서의 기본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로 규정된다. 6 7 동시에, 국가는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도 돼 있다. 7 이 긴장은 역설적이다. 좌파는 경제 민주화 문구를 유용한 정치적 고리로 활용할 수는 있어도, 그 문구만으로 자본의 지배가 해소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6. 오늘의 쟁점들에 비춰 다시 읽기

국민주권 조항은 민주공화국과 주권재민을 선언하지만, 1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수단과 투자·고용을 쥔 자본의 구조적 권력이 국가 정책을 늘 제약한다. 그래서 국민주권은 저항의 정당성을 말할 때도 쓰이지만, 국가가 자신을 정당화할 때도 쓰이는 핵심 문구이기도 하다. 바로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별칭으로 택했을 때 의도했던 바다.

인간의 존엄과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는 헌법의 가장 높은 가치처럼 제시되지만, 동시에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 2 8 권리 조항은 대중 투쟁의 성과가 법으로 제도화된 것이고, 제한 조항은 국가가 위기나 갈등 국면에서 통제력을 회복하는 수단이다.

평시에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허가·검열 금지가 선언되지만, 3 비상계엄 시에는 그 핵심적인 민주적 권리들이 한꺼번에 제한될 수 있다. 10 대중 운동이 성장할 때 제21조(1, 2항)는 방패가 되지만, 지배 질서가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는 순간 국가긴급권 논리가 등장한다.

노동3권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쟁취한 권리인 동시에, 노동쟁의를 관리 가능한 제도 안으로 흡수하려는 장치이기도 하다. 4 그래서 노동3권은 민주적 권리의 중요한 일부이면서도, 헌법이 열어 둔 예외와 제한을 계급 권력의 현실이 반영된 증거로 여긴다.

한편으로는 시장과 기업 활동의 자유가 경제 질서의 기본으로 정해져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력 남용 방지와 경제 민주화가 언급된다. 6 7 제119조 2항은 대중적 요구를 흡수한 타협의 산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생산수단의 민주적 통제를 뜻하지는 않는다.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의 보장은 다원주의를 나타내는 표지이지만,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를 이유로 한 정당해산 제도는 국가가 허용 가능한 정치의 경계선을 정할 수 있게 한다. 11 이것은 합법 정치를 지키는 장치라기보다, 국가가 허용할 수 있는 정치와 그렇지 않은 정치를 가르는 방식이다.

긴급명령과 계엄은 평소에는 권력 분립과 의회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국회의 판단을 기다리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는 행정부의 권한을 크게 늘린다. 9 10 이것은 위기 때 국가가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지만, 동시에 민주적 통제를 피해 갈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윤석열이 2024년 12월 3일에 노린 것도 이것이었다.)

요컨대, 대한민국 헌법은 두 수준의 산물이다. 하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쟁취한 권리의 제도화이고, 다른 하나는 지배 질서를 안정시키는 장치이자 예외상태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3 4 5 8 9 10

그래서 헌법과 개헌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는 옹호와 비판이 함께 들어 있다. 한편으로는 자유권·노동권·사회권을 현실의 투쟁 속에서 최대한 실질적으로 기능하게 만들고 확장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권리 제한 장치와 소유 관계 고정 장치가 결국 어떤 방향으로 기능하는지 들춰 낸다.

이 점에서 본지는 개헌을 그냥 무시하지만은 않는다. 활용할 수 있는 권리 조항은 지지하고 확장을 요구하되, 그것을 매우 중요한 가치나 운동의 목적지로 격상시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 한계를 넘어, 대중이 스스로 사회를 운영하는 방향과 노동계급 민주주의라는 방향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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