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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가 말한다:
노동자 망신 준다고 중대재해가 사라지나

지난 7월 2일 현대중공업 안전경영부에서는 안전수칙 운영 변경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안전 수칙 위반자가 뭘 위반했고 왜 위반했는지 팀 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팀원들 앞에서 창피를 줘 안전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독재 국가에서 시행하는 ‘인민재판’이 떠오른다.

그러나 안전 사고는 이런 식으로 예방할 수 없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측의 안은 안전 사고의 원인을 안전하지 못한 환경이 아닌 개개인의 안전 의식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안전하지 못한 환경은 안전 사고의 책임이 사용자 측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개선에 큰돈이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개개인의 의식을 탓하면 사용자 측은 ‘교육했다’며 안전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큰돈 안 들어가는 손쉬운 방법이다.

이미 사용자 측은 단속에 적발된 안전수칙 위반자가 속한 팀 또는 사내 협력업체에게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다. 그로 인해 사측에 안전수칙 위반으로 적발된 노동자들은 동료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생각에 위축감을 느끼고 있다. 이미 꽤나 큰 처벌과 망신 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부족해 이제 공개적으로 더 큰 망신을 주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효과가 없는, 사용자 측의 면피성 대책일 뿐이다.

안전을 지킬 수 있게 환경을 바꿔야 한다

이와 관련해 내 경험을 얘기해 보려 한다. 2025년 사측 안전관리자들이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안전수칙 위반으로 단속해 스티커를 발부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노동조합 간부였던 내가 어떻게 된 일인지 내용을 파악해 보니,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 통로가 아닌 블록(철재로 만들어진 중량물) 아래로 다니는 것이 안전수칙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위험한 일이고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길이 아닌 위험한 블록 아래로 다닐까 의문을 갖고, 며칠 동안 노동자들의 이동 동선을 관찰했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회사 문을 통과한 노동자들은 블록 아래로 통행해야 사내 버스정류장을 빨리 갈 수 있었다.

회사가 만들어 놓은 안전 통로는 한참을 빙 둘러가야 했는데, 바쁜 출퇴근 시간에 누가 그렇게 먼 길을 이용하겠는가? 지름길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회사 안전과에 해결 방안을 전달해 개선을 요구했다. 블록과 블록 사이 길을 만들어 주거나 버스정류장을 안전통로 근처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다. 사측은 나의 제안을 수용해 버스정류장을 안전통로 쪽으로 이동시켰다.

내가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개개인의 의식이 아닌 환경 개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누구나 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영구적이고 누구나 지킬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나온다.

마치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판을 설치해 놓아도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것이 편한 지름길이라면 잔디밭을 건너게 되는 것과 같다. 해결책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길을 내는 것이다. 사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바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많던 지게차 사고가 확 줄어든 것은 교육을 잘 해서가 아니라 유도자[안전 요원]를 고정적으로 배치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7월 18일 사용자 측의 절대 수칙 개정안이 실행됐지만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정말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가?

젊은 이주 노동자가 먼 이국 땅의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퇴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같은 시간에 또 다른 노동자는 손가락이 절단됐다.

그들의 사고는 현대중공업의 멍청한 ‘안전 경영’과 무관하지 않다.

법 테두리 속에 최소한의 안전 기준만 지키면서 단속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현장 노동자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빨리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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