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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교수 인터뷰:
“이란은 중동 지역 패권을 위한 미국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최근, 특히 부시의 미군 증파 방침 발표 이후 미국 정부가 이란을 거세게 비난하고 위협도 강화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아시다시피 미국이 일방적 패권주의·군사주의를 행사하는 이유는 걸프 지역의 에너지 자원과 카스피해 지역의 유전·천연가스를 동시에 장악하려는 고도의 전략에서 비롯합니다.

이미 걸프해의 석유는 미국의 수중에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 여기에 지금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있는 카스피해 연안의 천연가스와 유전 지대까지 미국이 갖게 된다면 전 세계가 한 50년 이상은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중동의 걸프 지역과 카스피해의 에너지 자원을 연결해 주는 전략적 길목에 있는 게 바로 이란이거든요. 다시 말해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짜놓은 이른바 ‘대(大) 중동 전략’의 마지막 목표는 결국 이란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이라크 전쟁 이후 시리아와 이란이 다음 목표가 될 거라는 건 모든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기본적인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갑자기 미국이 이란 공격 위협을 강화하고 있느냐?

우선 이것은 이라크 전쟁의 실패에 대한 세계 여론의 비난을 이란 문제 쪽으로 돌리려는, 즉 외교 정책 실패를 둘러싼 논란을 회피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교묘한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습니다.

둘째로, 이라크 전쟁 실패 이후에 가장 덕을 많이 보고 중동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게 이란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 이라크 내에 안정적인 친미 정권을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이란을 견제해 두지 않으면 미국이 전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벌인 침략 전쟁의 성과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거죠.

이라크는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이 [이란과 같은] 시아파이고, 이라크 총리를 비롯해 정부 내 시아파 실세들 거의 대부분이 이란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은, 근본적으로 친(親)이란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이란과 이라크 정부 인사들 사이의 관계를 아주 과감하게 잘라놓지 않는다면 결국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실패한 뒤 이란과 이라크 정권이 연계되는, 한마디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나쁜 반미 [연대] 시나리오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겁니다.

미국이 정말 이란을 공격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이란 문제가 북핵 문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는 반면 북한과 이란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이 정말 이란을 공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부시 행정부 자신도 확실히 결정을 못 내린 것 같습니다.

지금이 분수령이라고 보는데요. 부시가 이란 핵문제를 북핵 문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풀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미 프랑스나 독일은 미국에게 이란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란을 경제봉쇄에서 풀고,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미국이 동결하고 있는 자산을 푼다든지 하는, 북한과 한 거래와 비슷한 패키지를 제안해 놓고 있거든요. 또 미국도 결국 이란의 협조 없이는 이라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 문제는 사정이 아주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이란은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어쨌든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고, 아직까지는 자국 국민을 먹여 살리는 데 큰 문제는 없다는 거죠. 따라서 미국의 압력에 더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보다는 이란이 훨씬 다루기 어려운 나라인 건 분명합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이란도 1979년 혁명 이후 30년 가까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당해 왔고, [이 때문에]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지금 이란의 실업률은 30∼4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혁명 이후의 젊은 세대들은 기존 정권, 특히 울레마[시아파 성직자 또는 종교학자] 나 종교 지도자들의 정치 권력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까지 대미 항쟁이라는 명분만으로 국가를 이끌어 갈 수는 없는 형편이 됐죠. 이란 자체도 내부적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는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란 정권이 미국과 타협이나 협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런 상황은 이란과 미국 양쪽의 요구와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의 얘기고 그렇지 않는 한은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겁니다. 그리고 4년 전에도 미국이 전 세계의 반대와 경고를 무릅쓰고 이라크를 공격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란 공격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문제인 게 분명합니다. 네오콘이나 강경파들이 언제든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란의 핵 시설들은 주로 이란 남부의 문화유산과 대도시 거주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만약 이란 공습이 현실이 될 경우, 미국이야 핵 시설에 대한 표적 공습이라고 우기겠지만, 우리가 이미 이라크 전쟁에서 목격했듯이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하고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특히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이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인 이스파한 부근에 핵 시설이 있는데, 만약 이 곳을 폭격할 경우 그것은 곧 인류 전체의 문명을 폭격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두번째로, 이란의 핵 시설이 남쪽의 걸프해 쪽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은 걸프해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세계 유가가 폭등하게 되고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의 안정이 크게 위협받게 되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도 매우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 위치한 쿠르드 지역이 심각한 불안정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만약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이란도 즉시 이라크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려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란이 곧바로 이라크의 시아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거죠.

미국이 이란과 이라크의 접경 지역인 쿠르드 지역에 우리 자이툰 부대를 보낸 데에는 결국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을 때 미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한국군이 이란 견제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전략적 계산도 포함돼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이미 미국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와 활주로를 건설하고 있어요.

또, 이스라엘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조직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는데, 이것도 미국의 이란 공격 시 이란의 이라크 개입에 대한 대비, 또는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에 이란에 대한 공격과 압박을 위한 준비, 뭐 이런 걸로 봐야겠죠.

오는 3월 17일 이라크 점령 종식, 이란 공격 반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파병 한국군 완전 철수 등을 내걸고 서울역에서 국제공동반전행동이 열립니다.

미국이 이란 공격에 성공한다면 인류 사회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당연히 전 세계는 더 오랫동안 미국의 손아귀에서 고통받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이란 위협 문제는 우리와 상관 없는 문제가 아니고 따라서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봐야 하는 문제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