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윤장호 하사의 영결식이 치러진 뒤 3일 만에 나온 이번 발표의 노림수는 빤하다. 윤 하사의 죽음으로 고조된 철군 여론을 ‘국익’ 이데올로기 강화를 통해 무마하려는 것이다. 윤 하사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주류 언론들은 정부의 이런 꼼수에 적극 호응했다. 주류 언론은 “아르빌의 건설 붐”이나 “제2의 ‘중동 특수’”(〈조선일보>) 소식을 전하느라 열심이다. 윤 하사의 죽음 따윈 잊고 우리 기업들이 잡은 돈벌이 기회에나 기뻐하라는 식이다.
이른바 ‘국익론’은 정부가 처음 이라크 파병을 추진할 때부터 파병 지지자들의 핵심 이데올로기 중 하나였고, 그 뒤에도 파병 지속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반복돼 왔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그러한 장밋빛 전망은 번번이 좌절됐다. 이러저러한 약속은 많았지만 실제로 진척된 사업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지금 쿠르드 지역 상황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쿠르드 지역 내에서도 자살폭탄 공격이 급증했고, 심지어 주요 유전 지대인 키르쿠크의 통제권과 쿠르드족의 독립 가능성을 둘러싸고 터키나 이란의 군사 개입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지금 키르쿠크에서는 쿠르드족 주도의 ‘저강도 인종청소’가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종족간 갈등은 자이툰 주둔지인 아르빌 지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지금 쿠르드 자치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원유 개발 사업 등에 참가할 것을 적극 제안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불안정 고조 때문이다.
부패한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터키나 이란의 군사 개입이나 종파간 폭력의 확대 가능성에 직면해, 잘 무장한 외국군이 자신의 땅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최근 한국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르빌 주지사는 “지금까지 든든한 후원을 해 온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철군한다면 주지사로서 당연히 계속 주둔해 주길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은 한국 지배자들도 바라는 일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성급한 철군보다 단계적인 감군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그래야만 아르빌 지역에 최소한의 경제적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며 파병 연장을 바라는 지배자들의 속내를 드러냈다.
자이툰 파병은 결코 ‘이라크인들을 위한 평화·재건 지원’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제국주의를 지원하면서 제 나름의 국제적 지위 상승과 실리도 챙기려는 한국 지배자들의 탐욕을 가리기 위한 거짓 명분일 뿐이다.
65만 명을 학살한 제국주의 점령에 동참한 대가로 피묻은 떡고물을 챙기고도 “남는 장사”라며 으스대는 이 비인간적이고 뻔뻔스런 정부에 맞서 3월 17일 서울역 광장에 모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