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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하라

열우당과 한나라당이 ‘훨씬 덜 받는’ 연금 개악(평균 소득의 60퍼센트에서 40퍼센트로 삭감)에 합의해 국민연금 개악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다.

원래 열우당의 개악안은 ‘더 내고 덜 받는’ 것이었고 한나라당의 개악안은 ‘그대로 내고 훨씬 덜 받는’ 것이었다. 두 개악안 사이의 차이래야 어떻게, 얼마나 빨리 연금을 삭감할까 하는 것뿐이었다.

두 당 모두 노동자·서민의 불안한 노후 보장 방안에는 진정으로 관심이 없었다.

열우당이 연금 개악에 대한 물타기로 제시한 기초노령연금은 너무나 형편없어서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한 달에 고작 8만 원 가량의 돈을 월 소득 50만 원 이하의 빈민들에게만 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선거를 의식해 기초연금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을 뿐, 이들의 진정한 관심은 기업주들이 보험료를 ‘더 내는’ 일을 막는 데 있었다. ‘부자·재벌들의 정당’답게 말이다.

이런 열우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사소한 ‘이견’이 해소되자 금세 야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합의안대로라면 앞으로 연기금은 수백 조 원이나 쌓이겠지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60퍼센트가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돈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후가 불안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싼 보험료를 내고 보장성도 낮은 사보험 시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지난 몇 달 동안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 두 정당의 거짓말과 협잡에 완전히 놀아났다.

처음에는 열우당과 손잡고 기초연금 도입 합의를 끌어냈다고 했지만, 열우당은 하루 만에 뒤통수를 쳤다. 기초연금 없는 국민연금 개악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손잡고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또 뒤통수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자체의 연금 개혁안은 크게 훼손됐다. 국민연금 삭감 없는 기초연금 도입을 제시하던 민주노동당의 개혁안은 기성 정당들과 공조하려고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을 삭감하는 안으로 크게 후퇴했고, 한나라당과 공조하려다 보니 기초연금마저 3분의 1이나 줄여야 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재정도 ‘부유세·누진세 등의 도입 없이 기존 조세 체계 정비만으로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연금을 더 많이 지급하자던 급진적 대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것이다. 오건호 정책전문위원은 ‘더 내고 덜 받는’ 개악에 동의하면서 “진보 운동이 … 국가 재정 확대의 비전을 보여 줘야 한다”고 이런 후퇴를 합리화했다.

이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노동자들에게 연금 개악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결국은 연금 개악 저지도 실질적 기초연금 도입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당장 한나라당과의 기괴한 ‘공조’를 끝내고 연금 개악을 저지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실질적인 기초연금 도입을 요구할 뿐 아니라, ‘더 내고 덜 받는’ 개악 자체를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한미FTA 반대 투쟁을 주도적으로 잘 건설해 왔듯이,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연금 개악의 진실을 폭로하며 노동자들과 광범한 사람들에게 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호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