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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민족주의는 위험하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기관지 《민족의 진로》 3월호에 ‘실용주의의 해악에 대하여’(이하 ‘실용주의’)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유입, 국제결혼, 이민자 급증, 동성애 등이 외부에서 유입된 부정적 현상들로 묘사돼 있다.

“신자유주의 개방화, 세계의 일체화와 구호가 밀고 들어오던 시점부터 [이런 것들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고 한국 사회가 “민족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민족문화 전통을 홀대”해 이런 문제들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다. 심지어 자본주의와 함께 국민국가가 형성된 초기에조차 다른 민족·인종 성원의 이주를 지금처럼 끔찍하게 규제하지는 않았다.

단일 민족

한민족이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도 일제 식민지 억압 시절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다. 동성애도 고대 시대부터 있었다. 신라 시대 화랑에 대한 기록에서 ‘동성애 코드’가 발견되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관점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오늘날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지도 않는다. 현재 한국에는 40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9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체류자들이 있다. 결혼이민자가 7만 5천 명을 넘고, 국제결혼 비율이 14퍼센트를 넘어섰다.

현재 추세만 지속돼도 20년 뒤엔 이민 2세가 거의 1백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의 ‘피’가 섞이고 ‘문화’가 섞여 가족과 친척, 이웃, 직장 동료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정부조차 위선적이나마 다문화주의를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성과 민족문화 고수는 너무 배타적일 뿐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우파 정치인·언론이 이주노동자와 성적 소수자 들을 속죄양 삼아 공격할 때, ‘실용주의’ 필자 같은 관점으로는 이들을 제대로 방어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문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상품·자본 등의 이동은 훨씬 자유로워졌지만 노동자·난민의 이동은 점점 더 강력한 규제를 받고, 그래서 이주자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에 제대로 맞서려면, 폐쇄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전 세계 민중의 단결을 꾀하고 투쟁을 고무할 수 있는 국제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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