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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활동가 나카무라 호우세이 인터뷰:
“일본에서도 신자유주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1일 범국민행동의날에 일본에서 온 반전ㆍ반신자유주의 활동가들도 참가했다. 일본 참가단의 일원인 나카무라 호우세이를 만나 일본 정치 상황과 민중 운동에 대해 들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주로 다루는 사회단체 POSSE의 지도적 회원이기도 하다.

범국민행동의날에 참가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시위한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탄압과 방해에도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도심에서 시위를 개최한 것을 봤을 때 매우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이 행동의 날에 많은 사람들이 전투적이고 활기차게 참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던 것은 한국 운동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운동이 영향력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아베가 사임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먼저 선거 참패가 가장 클 것입니다. 아베 정권은 고이즈미 정권이 이뤄 놓은 것 위에 세워진 정권이었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할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선거에 참패했다는 것은 아베에 대한 많은 불신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하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일본이 급유 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아베가 이 문제를 다시 입법화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회담에서도 합의한 것인데,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가 아베를 사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는 아베 사임을 두고 그의 개인적 유약함을 들고 있는데 정치적 배경으로는 앞의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후쿠다 정권이 들어선 이래 가장 뜨거운 쟁점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급유 지원 입법화 문제인데, 이것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아베를 이은 후쿠다 총리도 테러조치특별법 연장 문제 등 때문에 입지가 취약한 것 같은데, 돌연 오자와 이치로가 연정을 제안했습니다. 비록 무산됐지만, 오자와는 왜 이런 제안을 한 것입니까.

오자와가 어떤 인물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55년 체제’가 무너진 이후 정계개편이 있었는데, 오자와 이치로는 그 중심인물이었습니다. 그가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자위대 해외파병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오자와 이치로는 해외파병을 적극 추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유엔을 매개로 하면 해외파병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자와 이치로는 파병으로 일본의 지위와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정 제안은] 후쿠다의 급유 지속 정책을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당내 의견 수렴이 안 된 상황에서 연립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자민당에서는 테러조치특별법 연장이 무산된 후 새 법을 만들어 인도양 급유 지원을 계속하려 합니다. 이 법의 통과 전망은 어떻습니까?

참의원은 민주당이 다수파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민주당이 여지껏 테러조치특별법 연장에 반대 입장을 취해 왔고 국회 안에서도 특별히 그 문제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법안이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오자와 이치로의 행보를 보면서 민주당이 꽤 동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자와 이치로는 연립정부 제안이 좌절된 이후 사임할 뜻을 표했는데, 당은 사임하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오자와는 재신임 받은 셈이죠. 때문에 민주당 안에 동요가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에 대해 좌파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합니까.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제까지 민주당은 자민당과의 차이를 부각하며 표를 얻어 왔습니다. 민주당은 자민당보다는 자유주의적인 입장입니다.

그런 그들의 행보가 대체로 [대중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자민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고, 민주당이 이를 저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좌파 안에서도 민주당을 활용해서 정책 입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면 [자민당식 신자유주의를]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민당과 민주당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전쟁에 반대하고 ‘격차 사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부르주아 정당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당이 만약 성장해서 집권한다 해도 더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진다기보다는 미국과 같은 양당체제가 될 것입니다. 보수적 신자유주의냐 자유주의적 신자유주의냐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른바 ‘제3의길’과 닮았다고 봅니다. 좌파는 이런 점을 인지하고 민주당에 대처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민주당에게 먹힐 것입니다.

주류정치의 불안정이 커진 듯한데도 사민당이나 공산당 등 기존 좌파가 약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먼저 양극화 심화, 자위대 파병, 전쟁 협력 등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양극화 심화와 그에 따른 불만이 정부나 기업으로 향하는 게 보통인데, 그렇게 나가기보다는 [정규직 노동자 들을 포함한] ‘기득권’들을 다 무너뜨려서 모두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거나, 전쟁에 적극 참여해서 국익을 얻어야 한다는 식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은] 특히 고이즈미나 아베 정권 초기에 심했습니다. 지배체제의 모순이 지배체제를 강화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원인은 사민당이나 공산당이 그러한 모순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운동이 그런 문제들에 유효한 개입을 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사민당과 공산당은 자신들의 세 유지에만 급급해 새로운 전선을 만든다든지 하는 데 돌릴 힘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체제의 모순이 심화함에도 불구하고 체제의 위기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오키나와 시위에 15만 명이 모였고 얼마 전 동경에서 열린 노동자 집회는 대열도 크고 분위기도 전투적이었다는데, 일본 운동이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고 봐도 될런지요.

아베 정권 후기부터 운동에 힘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키나와는 역사 문제뿐 아니라 미군 기지 반대 운동, 반전 운동 등이 결집했기 때문에 15만 명이 모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집회였습니다. 오키나와는 고립돼 있는 지역이라 오키나와 문제가 본토에 영향을 주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그 시위는 다음날 신문 톱기사로 실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익 신문인 〈산케이〉는 매우 놀라고 위기의식을 느껴 ‘실은 1만 명밖에 안 모였다’ 하면서 불을 끄려 할 정도였습니다.

이 투쟁으로 많은 교과서 회사들이 교과서를 개정하고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운동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이는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합니다. 노동운동에서도 그런 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베가 사임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워킹 푸어’라는 게 양극화의 실태를 보여 줍니다. ‘워킹 푸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최저생계를 보장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의식주와 관련해서도 낮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서 맥도날드는 24시간 운영하는데, 집이 없어서 햄버거 하나 사들고 거기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을 ‘맥 난민’이라고 합니다. ‘네트 난민’은 집도 잠자리도 없어 PC방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재정을 긴축하고 복지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노동면에서도 ‘위장 고용’과 비정규직 고용이 늘고 있습니다. 노동조건을 속이고 고용하거나 부당착취를 한다든지 물리적 폭력으로 말을 듣게 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늘었습니다. 빈곤, 양극화, 노동에서의 인권 침해 등이 엄청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최근 1, 2년 사이에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반군국주의 운동의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기존 사민당과 공산당은 자신의 기반을 이용해 운동을 건설합니다. 그 외에 사회운동 단체는 대중운동을 규모 있게 건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들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단일쟁점인데도 불구하고 개별 운동들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현재 운동과 조직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런 약점 때문에 아직 불충분합니다. 이대로라면 헌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헌법 문제라는 단일 쟁점으로 광범한 운동을 건설해 나갈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내년 일본에서는 G8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준비는?

일본에서 아직 활발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공산당 내 좌파와 일부 아나키스트들이 올해 독일 G8 반대 시위에 참가했으며 일본에서 열릴 회담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흐름으로 NPO(한국의 NGO를 뜻한다)들이 준비중입니다. 구체적인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아마도 현지에서 직접행동 하는 방식을 취할 것 같습니다. 우리도 다른 단체들과 함께 공동행동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만약 자민당이 추진하는 급유지원법 통과가 좌절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먼저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입니다. 미국은 일본이 빨리 군국주의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있는데, 현 정권이 군국주의를 추진할 능력이 없다면 미국의 압박이 더 커질 것입니다.

국내적으로는 군국주의 추진 세력과 저지 세력 사이에 긴장과 대립이 격화될 것입니다. 군국주의에 저항하는 세력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모순이 심화할수록 저항하는 세력이 어떻게 하는가가 관건일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자유주의, FTA, 미군재편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미국 패권 확대에 의해서 아시아 전체에서 이런 문제들이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세계 경제, 세계 자본주의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국내 문제만이 아니기에 한·일 민중연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패권 확대 같은 문제들을 공통의 과제로 인식하고 공통의 실천을 해야 합니다. 세계화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세계화입니다. 운동의 세계화를 확대해야 합니다.

인터뷰·정리 한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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