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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위기와 전망

지금 민주노동당은 며칠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중앙위원회가 비대위 임무에 “종북주의”를 명기하자고 고집한 ‘전진’ 일부 회원들의 퇴장으로 파행을 맞은 뒤, 여러 위기 봉합 시도들이 있었음에도 1월 12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가 어떤 결과를 낼지 아직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중앙위원회 파행 이후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분당은 안 된다’며 수습에 나서자, 분당론자들은 잠시 몸을 낮추고 낮은 포복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작전상 후퇴이지 분당 계획을 철회한 것은 전혀 아니다. 예컨대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은 1월 7일 〈오마이뉴스〉와 1월 8일 〈한겨레〉 기고를 통해서도 여전히 ‘자주파’의 “종북주의”를 문제삼으며 “신당 창당 필요성”을 주장했다. “제2창당론”에 한발을 슬쩍 걸친 채 말이다.

분당론자들이 눈치 보며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것은 일단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도 안고 있는데, 왜냐면 이들이 “쇄신”론의 날개 아래 들어와 “제2창당”의 이름으로 사실상 분당과 다름없는 조처들을 관철하려는 음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중앙위원회 때는 확대간부회의 안을 수용하는 듯했던 ‘자주파’의 일부가 그 뒤 심상정 비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 1월 7일 전국 지역위원장 모임에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은 비대위에 전략공천권을 주자는 확대간부회의 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강경 자주파들이 계속 고집을 피우며 타협을 거부한다면 몸을 낮췄던 분당파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력을 키울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될 것이다.

다행히 당의 결속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1월 6일 저녁에 서울 지역위원장들과 총선 예비후보들은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비대위 구성을 통한 당의 결속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경섭 마포구위원회 위원장 등이 주도한 이 모임은 ‘전진’ 회원인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과의 공감대 속에서 열렸고, 이 모임이 채택한 성명에 다양한 조류에 속한 지역위원장과 예비후보들 18명이 서명했다. 이들 가운데는 내부의 분당파 때문에 속을 썩는 ‘전진’ 소속도 있었고, ‘자주파’ 소속도 있었다.

이 성명은 민주노동당의 현재 분열이 평등파 대 자주파 구도가 아니며, 분당론은 평등파의 소수일 뿐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또, 자주파가 모두 타협 불가의 강경론이 아님도 보여 줬다. 이 성명 채택에는 함께하지 않았지만 자주파 내 ‘인천연합’ 리더인 김성진 전 최고위원도 1월 7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비대위에 전략공천권을 위임해 당의 결속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천명했다.

누가 파행을 원하나

우리 ‘다함께’는 1월 12일 중앙위원회에서 확대간부회의 안이 통과돼 당이 비대위 아래 결속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드러나는 이명박의 반동과 개악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우리는 비대위가 “종북주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고집하는 분당론자들에게 분당 획책 중단을 촉구하며, 강경 자주파도 패권주의를 반성하고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비대위는 최선의 방안은 못 돼도 현 상황에서 당이 단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12일 중앙위원회에서도 비대위가 구성되지 못하면 당이 파행으로 치달으며 분당론자들의 세력이 강화될 수 있다. 씁쓸하게도, 실제로 분당론자들은 당이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분당에 유리하다는 음모를 꾸몄다.

얼마 전 한석호 ‘전진’ 전 집행위원장이 쓴 문건이 폭로됐는데, 거기서 그는 “(분당의 합법성을 획득하기 위해) 평등파와 계속 하나의 당에 붙어 있다가는 사회와 대중으로부터 고립될 것 같다는 위기감에서 어쩔 수 없이 분당에 합의하도록 (자주파를)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신당 창당이 확정될 때까지 … 당내 투쟁[을] … 멈추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허구한 날 정파 투쟁으로 밤을 지새우며 상대를 지치게 만들겠다는 것이고 대중의 환멸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정말이지 끔찍한 시나리오다. 분당론자들은 ‘자주파’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앞세워 입장을 밀어붙여 왔다고 비난하는데, 이런 음모야말로 특정 정파(여기서는 분당파)의 이익을 당의 이익에 앞세우는 짓이다.

민주노동당이 분열에 의해 약화되는 것은 진보운동 전체에도 큰 손실이다. 민주노동당은 자본가 계급에게 우리의 장래를 의탁할 수 없다는 노동계급의 자각으로서 창립된 것이고 여기에 사회 진보를 원하는 활동가와 지식인들이 합세했다.

만약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과 ‘전진’ 분당론자들의 계획대로 민주노동당이 분열한다면, “자유주의 세력[의] 몰락[에 따라] … 진보정당에게 열린 많은 공간”(조승수 자신의 분석)은 그냥 공기 중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분열이 대중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기는 어렵다는 단순한 진실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신당’에 분열의 논리가 계속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분당론자들은 자본가 정당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첫 공직 선거에서 종북파의 당과 경쟁하여 승리할 수 있는 비책[을] 연구[하고] 준비”(한석호 문건)하는 데 벌써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우리는 당의 주요 간부까지 지낸 조승수 소장이 당내 동지들을 비난하기 위해 〈조선일보〉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는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모습도 봤다.

분당론자들의 ‘제2창당론’ 경계해야

12일 중앙위원회가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다 해도 위기와 분열상이 모두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분당론자들이 “종북주의” 청산 같은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제2창당”을 비대위 임무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며 계속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승수 소장은 ‘신당’ 창당을 안 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을 이렇게 요약했다. “종북주의와 종북주의에 근거한 패권주의가 있었으며, 이것에 대한 반성과 제도적 개선[을 비대위가] 약속”하는 것이다. 즉, “정확한 평가서를 통해 정파등록제 같은 해결책이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종북주의 등에 대해) 더 강화된 강령을 만들고 여기에 동의 여부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으로 제어”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이것은 당원들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것이고, 일상적 통제와 검열 구조를 갖겠다는 얘기다. 그가 ‘신당’의 가치로 얘기하는 “다양성과 개방성”과 정면 배치되는 얘기다.

비대위는 이런 요구의 일부라도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당의 결속을 도모할 수 없는 방안이다. 조승수 소장 자신의 입으로 말했듯이, “종북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신당 창당 준비 과정”이다. 말이 좋아 “토론”이지, ‘자민통’과는 함께 못하겠다는 결론을 진작에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전진’ 일부 회원들이 지난 12월 29일 중앙위원회에서 “종북주의 토론”도 못하겠다는 것이냐며 토론의 자유를 들먹인 것은 그야말로 자기 모순적 명분이었던 셈이다.

만약 비대위가 자신의 당 쇄신 임무에 분당론자들이 요구하는 성격의 “제2창당”을 포함하려 한다면 우리 ‘다함께’는 비대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 ‘다함께’가 두 번째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당 강령과 주요 당헌·당규 개정은 비대위의 임무가 끝난 총선 이후 평당원들의 충분한 토론과 그에 기초한 당대회 토론을 거친 의사 결정 과정의 산물이어야지, 비대위의 임무가 아니다.” 비대위는 당의 결속을 강화해 총선 참여를 성공적으로 지도한다는 자신의 사명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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