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론의 우파적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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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민주노동당의 위기와 전망”을 읽으시오.
분당론자들의 주장은 종종 급진적인 색채로 포장돼 있다. 게다가 운동 내 세력들이 NL을 “우파”, PD를 “좌파”라고 잘못 불러온 관행도 분당론의 본질을 꿰뚫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NL 안에도 좌우가 있고, PD 안에도 좌우가 있다.
한석호 문건은 “종북파를 경멸하는 자유주의자”를 ‘평등파’에 포함시켰는데, 어떻게 이들이 NL 좌파보다 더 좌파적일 수 있는가? 그들은 흔히 “민족주의는 좌파일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평등파’의 실천은 대개 ‘민족주의’를 멀리하려다 반제 투쟁을 기피하는 것이었다.
분당론자들이 “종북” 다음으로 크게 내세우는 준별점인 “민주노총 당” 비판은 그들의 우파적 본색을 잘 드러내는 쟁점이다. 물론 “계급연대”(장석준) 같은 용어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민주노총 당”을 비판하며 그들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사회연대전략”이다. 즉, “빈부격차 문제를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로 풀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가 집권 내내 퍼뜨린 “정규직 노조 이기주의” 같은 이데올로기 공격을 수용한 흔적이 있다. 지금 분당론자들이 적극 주창하고 있는 ‘사회연대전략’을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국민파’가 지도부인 보건의료노조였다. PD 우파와 NL 우파가 공유하는 정책인 셈이다.
분당론자들이 기후변화, 소수자, 이주노동자 의제를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민주노동당 안에서 추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부족함이 있었다면 그것은 결코 ‘자주파’만의 책임이 아니다. 지난해 말 이주노조 지도부 3명이 연행되기 얼마 전에 중앙당의 이주노동자 담당 당직자('평등파' 계열)는 '코리아연방공화국 논란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파업'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도움을 주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분당론자들이 이런 좋은 의제들을 '자주파'를 비난하기 위한 좋은 쟁점 정도로 여긴다면 의도치않게 그것을 모욕하는 셈이 될 것이다.
분당론자들은 “개방성과 다양성”을 표방하는데, 이것은 그들의 실천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정파등록제”나 “종북” 규제를 위한 강령 개정은 정치사상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계획이다. 개방성이나 다양성을 원한다면, ‘자주파’든 무엇이든 내부에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다양한 그룹의 참여와 활동”을 원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소수파가 되고 영향력이 감소되는 것도 달게 여겨야 한다. 이 말은 지금은 ‘자주파’가 당의 개방적 운영을 위해 받아들여야 할 비판이지만, ‘평등파’도 바로 이 점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권을 잃을 바에야 분당한다는 식의 생각을 발전시켰던 것이다.
‘다함께’가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민주노동당은 여러 정파가 협력적으로 활동하는 공동전선으로 운영돼야 한다. 민주노동당이라는 합창 속에서 그 일부로서 자기 정파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야지 합창을 해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