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꿈꾸는 ‘기업 천국, 서민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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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은 삼성 이건희에게 가뭄 끝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오물범벅의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삼성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 인수위는 ‘삼성맨’과 ‘삼성장학생’들이 우글거리는 삼성 계열사 수준이다.
인수위원장인 숙명여대 총장 이경숙은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집권한 신군부의 국보위 출신일 뿐 아니라 삼성의 든든한 우군이기도 하다. 이건희와 네다섯 시간을 이야기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고, “외국은 총장이 사외이사를 안 해 본 게 이상할 정도”라며 삼성 사외이사 경력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이건희 개혁 10년 : 삼성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에서 이경숙은 이건희를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사려 깊은 철학자로 평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경숙이 이건희와 아주 가깝고, 이학수와도 만나면 서로 얼싸안을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말했다.(〈시사IN〉 16호)
이명박은 이건희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주고 이에 항의한 학생 7명을 출교시킨 전 고려대 총장 어윤대를 인수위원장으로 고려하기도 했다. 어윤대는 이경숙과 함께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삼성 구조본 부사장이었던 지승림 같이 당장 특검 조사와 처벌 대상인 삼성 비자금 조성 공범들도 인수위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금산분리 폐지를 위한 삼성의 각본에 따라 여론 조성에 앞장섰던 전 금융감독위원장 윤증현과 삼성경제연구소 팀장 등도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발탁됐다.
이들과 함께 이명박은 이건희 같은 재벌·부자 들에게는 ‘천국’이고 서민들에게는 ‘지옥’이 될 5년을 예고하고 있다.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 데이비드 엘든은 자신이 운영주체인 두바이 금융자유지대(DIFC)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DIFC는 소득세와 법인세 같은 세금이 한푼도 없고 노조 결성과 노동 쟁의는 모두 불법이다. 최저임금제도 존재하지 않아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의 많은 노동자들은 월 10만∼20만 원에 불과한 돈을 받고 일한다.
인수위가 내놓는 거의 모든 정책은 이 같은 친기업·반노동자적 색깔에 오염돼 있다.
사유화
재경부는 2백98개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사유화를 검토하고 있다.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공공요금 인상이 불보듯 뻔하다. 인수위는 이미 우정사업 민영화 원칙을 확정했고,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를 한 세트로 내놨다. 금산분리 완화는 특히, 1퍼센트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금융계열사를 비자금 조성 창구로 사용해 온 이건희에게 ‘복음’과 같다.
인수위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출자총액제한도 없애겠다고 못박았고,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법인세 7조 원 감면도 주요 공약이다.
반면, 빚더미에 앉은 서민들을 위한 ‘신용대사면’ 계획은 발표 하루만에 대폭 축소됐다. 부동산 문제에서도 양도세·거래세·종부세 약화 등 땅부자들을 위한다는 원칙이 분명하다. 경부운하와 파괴적인 교육정책만으로도, 운하가 지나갈 곳과 강남 사교육 중심지는 이미 부동산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도청
당선 직후 전경련을 방문한 이명박에게 조폭재벌 김승연은 “지난 5년간 전경련이 대우를 못 받아왔”다며 투덜거렸다. 그러나 노무현도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한미FTA를 체결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골몰해 왔다.
‘개혁’ 정부 10년이 만든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노동자·대중은 사회 양극화로 고통받아 왔고, 이 배신감과 절망이 모순적이게도 ‘신자유주의 불도저’ 이명박을 대통령 당선자로 만들었다.
이명박의 사위인 조현범이 부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는 앞으로 노동자들이 맞닥뜨릴 칼바람을 보여 준다. 한국타이어 사측은 노동자 15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도청을 통해 자회사인 ASA의 노조 활동을 감시하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아 왔다. 그러나 노동부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집단 사망이 작업 환경과 관련 없다며 알아서 기었다. BBK 특검에 “위헌” 의견을 내며 이명박의 변호인을 자처한 법무부는 일정기간 무분규, 무파업을 유지한 기업에게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준법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렇듯 광폭한 노동자 탄압을 옹호하고, 노동유연성을 비정규직 문제 해법으로 제시하는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는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경제 하나만이라도’ 살려주길 바라던 사람들은 이미 턱밑까지 차 오른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그래서 이명박은 자신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부패 뇌관을 건드릴 BBK 특검과 삼성 특검을 무력화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벌써 인수위는 “대기업 수사에서 품격있는 수사가 필요하다”며 삼성을 노골적으로 비호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지적한대로, 이명박은 삼성, 떡값검찰과 함께 부패와 탐욕의 낙원을 만들려 하는 “3인조 강도”나 다름없다.
민중운동은 이들에 맞선 단호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