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재벌천국’,‘강남 땅부자’ 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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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차를 피했더니 똥차가 덮쳐 온다’는 말이 있다. 노무현 5년이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게 그런 경우다.
이명박 취임식 날 신문은 재벌들의 취임 축하 광고로 도배됐지만,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이명박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학생들은 경찰 폭력에 가로막혀 취임식장 근처에도 못 갔다.
취임식에서 이명박은 거듭 “실용”과 “선진화”를 들먹였지만, 이명박 인수위는 두 달 동안 ‘반동’과 ‘후진화’만을 보여 줬다. 이명박 인수위는 자이툰 파병 연장과 한미FTA 등 노무현의 개악을 인수하고 추가로 반동적 개악들을 시작했다. 이명박 인수위의 성과라고는 ‘오렌지’의 발음을 ‘오륀지’로 교정한 것 정도밖에 없다.
인수위 기간을 통해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성격은 분명하다. 먼저 ‘재벌 프렌들리’ 정부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 폐지,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재벌과 특히 이건희의 소원들이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명박은 “[검찰] 수사로 기업에 장애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건희를 감쌌다. 한국타이어에서 이윤을 위한 노동자 ‘연쇄살인’의 진실은 덮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또 ‘조지 부시 프렌들리’ 정부다. 당선 후 한나라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파병 재연장안 통과였다. 〈뉴스위크〉는 이명박을 “워싱턴의 거리낌없는 친구”라고 했다. 미국 상·하원은 이명박 당선 축하 결의안까지 통과시키며 기뻐했다.
또, 이명박 정부는 ‘부정부패 프렌들리’ 정부다. 이명박 자신이 부패의 화신이며, 인수위 관계자들이 인천시에서 수백만 원 대의 식사 대접과 선물을 받는 등 잡음이 계속됐다. 첫 외교 성과라는 ‘쿠르드 유전 계약’에서는 최규선이 등장했다. 김대중 정부 때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부패 스캔들의 주역이 돌아온 것이다. ‘고소영 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청 출신) 논란은 음험한 인맥 속에 만들어질 부패의 지뢰밭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군사독재 프렌들리’ 정부다. 이경숙, 한승수 등 전두환 국보위 때의 인물들이 등장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김성이는 전두환에게 훈장을 받았던 게 드러났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정부’ 논란도 불거졌다. 이명박 초대 내각의 평균 재산은 노무현 초대 내각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9억 원이다. 장관 후보들은 보통,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3~4채씩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들이고, 병역 면제율도 50퍼센트에 달한다.
오물투성이 대통령에 걸맞은 의혹투성이 내각이기도 하다. 한승수(총리)와 박은경(환경부)은 위장전입과 땅 투기 의혹이, 김성이(보건복지부)는 공금 유용 의혹이, 박미석(사회정책수석)은 논문 표절 의혹이, 남주홍(통일부)은 부당공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영’과 ‘강부자’
이처럼 더러운 본색이 거듭 드러나면서 이명박 인수위는 지지율이 두 달 만에 20퍼센트나 하락하며 끝났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과반수가 넘었다. ‘취임도 전에 레임덕’이란 말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명박에게는 불행하게도 맞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 1월 무역수지는 33억 달러 적자였고, 반도체 수출도 5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중이다. 그래서 이명박은 요즘 ‘7퍼센트 성장·일자리 3백만 개 창출’ 얘기를 거의 안 한다.
‘경제를 살려 잘 살게 해준다’던 이명박에 대한 기대가 분노로 바뀔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부패 문제가 결합되면 그 폭발력은 배가될 것이다. 비록 이번에는 BBK특검이 삼청각에서 꼬리곰탕 먹으며 덮어 줬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명박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이명박 인수위 앞에서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던 학생들은 싹쓸이 연행됐고, 검찰은 이명박 당선 후 4일에 한 명 꼴로 노동자를 구속하고 있다. 정통부는 친북 게시물을 이유로 진보단체들을 경찰 고발했고, 전교조 김형근 교사·실천연대 송현아 씨 등 국가보안법 구속자도 늘고 있다.
이명박은 지난해 범국민행동의 날을 폭력 봉쇄한 어청수를 경찰청장으로, 2006년 평택 시위 때 무장 병력 투입을 주장했던 이상희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명박은 어청수에게 “경찰이 시위대에 매맞는 모습을 절대 보이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경찰에 맞아 사망한 하중근·전용철 열사 같은 비극의 재발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조선일보〉 양상훈도 “벽에 충돌한 다음에야 멈출” 듯한 “브레이크 없는 이명박”을 걱정했다. 최근 이명박의 반동 덕분에 죽어가던 통합민주당이 생기를 되찾고 있지만, 17대 국회 내에 한미FTA를 꼭 통과시키겠다는 손학규의 통합민주당은 이명박의 브레이크가 아니다.
노동자·민중 운동은 이명박 불도저를 가로막을 거대하고 단단한 투쟁과 연대의 벽을 공동전선들을 통해 건설해야 한다.
배신과 개악의 노무현 5년
이명박은 취임식에서 “특히 지난 5년 간 수고하신 노무현 대통령께 감사의 박수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명박이 노무현에게 감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인수위 대변인 이동관이 실토했듯 “노무현 때 집 값 올라서” 큰 득을 본 것도 이명박 내각의 ‘강부자’들이다. 이명박 자신이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하루 9백만 원씩 재산이 늘었다.
반면 노동자·민중은 노무현을 증오할 이유만 수두룩하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사회 양극화는 더욱 벌어졌고 비정규직은 거의 매년 30만 명씩 증가했다.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 한미FTA, 노동법 개악 등 이명박 불도저가 전진할 수 있는 길을 닦아 줬다. 이명박은 반노무현 반사이익의 최고 수혜자이기도 하다.
지난 5년 동안 수많은 죽음이 있었다. 박일수·이용석·류기혁·정해진 열사 등이 비정규직 차별에 항의하며 죽어갔다. 이라크 파병으로 김선일 씨와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갔다. 하중근·전용철·홍덕표 열사가 경찰 폭력에 사망했다. 허세욱 열사는 한미FTA에 맞서 자기 몸을 불살랐다. 이처럼 지난 5년 동안 피와 눈물이 강물처럼 흘렀다.
노무현이 추진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이건희 같은 비리 재벌과 한화 김승연 같은 조폭 재벌, 론스타 같은 투기자본이 멋대로 날뛸 수 있는 나라였다.
역사는 노무현 5년을 배신과 개악의 5년, 위선과 사기의 5년, 민주주의가 후퇴한 5년으로 기록할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의 앞날에 좌절만이 가득하길 저주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