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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속 오바마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신자유주의의 파산으로 미국에선 40가구당 한 집이 압류돼 있고 ─ 하루 약 1만 가구꼴로 압류되고 있다 ─ 실업률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금융 위기는 정부와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부시·매케인·오바마의 그야말로 ‘초당적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29일 7천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된 사건은 이로부터 정치인들이 받는 압력을 잘 보여 줬다.

그래서 그동안 ‘시장은 선이고 정부 규제는 악’이라는 명제를 공유해 온 매케인과 오바마는 갑자기 월스트리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번 경제 위기는] 완전히 실패한 철학에 대한 최종 심판이다”(오바마), “납세자들이 워싱턴·월스트리트의 무절제와 탐욕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매케인)

그러나 이 상황에서 이득을 취한 것은 오바마다. 최근 CBS뉴스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3퍼센트만이 매케인의 경제 위기 대처 방안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에 대해서는 43퍼센트가 찬성하고 있다.

사실, 오바마가 부시나 매케인과 특별히 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은행을 구제하고 금융 시스템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첫째, 그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분명하게 부시 정부에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말한다.

“대통령에 당선하면 우리를 이런 참담한 길로 인도한 워싱턴의 인물들, 즉 부자가 더 부유해지는 것이 빈곤층에게도 이롭다는 궤변을 설파한 이들, 열심히 일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거짓말한 이들, 이런 위기가 올 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이들 모두를 해고하겠습니다.”

둘째, 매케인의 스윙 폭이 너무 크다. 매케인은 올해 초만 해도 노골적으로 규제 완화를 칭송했다. 그래서 지금의 갑작스런 방향 선회는 대중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는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 속 분노와 최대한 코드를 맞추려 애쓰고 있다.

며칠 전 뉴멕시코주(州) 유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 이래 무려 6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임금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름값·생필품값은 감당하기 벅찰 정도입니다. 수수료가 오른 것 때문에 신용카드 쓰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또 5백억 달러짜리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와 임금 인상 등을 담은 “뉴딜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주택 가압류가 더 이상 없도록 하며, 새 교사들을 대거 채용해 그들에게 더 많은 봉급을 주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미국 자본주의와 운명을 함께하는 민주당의 후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민주당의 경제 정책은 역사적으로 공화당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오늘날 금융 위기의 책임은 사실 부시의 공화당 8년만이 아니라 그의 전임자인 클린턴의 민주당 8년에서도 찾아야 한다. 클린턴은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는 모토 아래 정부 재정 지출 축소와 규제 철폐를 철저하게 밀어붙였다. 특히, 클린턴이 임기 중인 1999년에 통과시킨 ‘금융서비스 현대화 법안’은 오늘날 금융 위기의 모태가 됐다.

이런 민주당의 전통은 오바마 선거 캠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임원들은 오바마의 주요 선거 자금원 중 하나였고, 클린턴 정부에서 가혹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기획한 자들 대부분이 오바마 선거 캠프의 핵심 고문들이다. 오바마 자신도 클린턴의 복지 체계 공격을 지지한 바 있다.

그래서 오바마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동조합 활동가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불평했다. “오바마의 선거 운동은 월스트리트가 지배하고 있다. 그는 일자리, 임금과 같은 노동 계급 쟁점에서 때때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곤 한다.”

오바마는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대중이 자신에게 투표하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미국 주류 사회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이런 줄타기는 경제 위기와 계급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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