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한국 경제위기와 투쟁의 과제 Q&A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이 한국의 위기를 경고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있는 근본 원인과 투쟁 과제에 대해 Q&A로 정리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했는가

물론 세계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의 중심부인 미국·서유럽이 위기의 근원이기 때문에 위기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런데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몸살이 걸리는’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규제 완화를 추구해 온 지배자들이다.

지배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이런 방향과 정책에 가속도를 높여 왔다. 그러나 지금 위기는 이런 방향이 외환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1997년 외환위기는 단지 김영삼 정부의 정책 실패나 외환자유화 때문이 아니었다. 고도 성장 속에서 계속된 과잉투자·설비가 낳은 이윤율 저하의 위기였다. 1990년대에 한국 경제의 이윤율은 1970년대의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였고 1997년 타이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이런 근본적 문제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외국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가 왔다. 당시에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던 몇몇 대기업들이 파산했고 대형 은행 부실로 이어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위기에 대처했다. 이들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등으로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서 수익성을 만회하려 했다. 덕분에 비정규직은 급증했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했다. 그러나 낮은 이윤율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미국에서 IT 거품이 붕괴하고 위기가 시작될 때인 2000년부터 신용카드 규제 대폭 완화와 소비 진작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저임금 비정규직의 급증 속에 신용카드 호황은 오래갈 수 없었고, 결국 2002년에 거품이 꺼지며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

이어서 노무현 정부는 혁신도시, 행정도시, 경제자유구역 등을 추진하며 1백조 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을 풀어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부동산 거품을 막는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분양원가 공개조차 한사코 거부하는 노무현의 친시장 정책은 거품을 막을 수 없었다. 당시 거품을 키우고 있던 미국 등에 수출이 확대된 것도 한국 경제의 문제들을 가리는 구실을 했다. 나아가 노무현은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등을 더 강화할 한미FTA까지 추진했다.

이렇게 노무현이 닦아 둔 고속도로 위에서 이명박은 돌진하려 했다. 이명박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도 747 사기를 치고 광우병 쇠고기까지 수입하면서 한미FTA를 추진해 왔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지금 세계경제 위기의 수렁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제2의 IMF 위기가 올 것인가

세계적인 달러 신용 경색이 일어나자 한국 경제는 IMF 때와 마찬가지로 신용과 외환이 경색되면서 위기로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시나 지금이나 금융기관과 기업 들은 위기를 모면하려고 단기외채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미국 정부가 7천억 달러, 유럽 각국이 2조 달러를 퍼부어 많은 은행들을 국유화하기로 함으로써 환율 폭등은 일시 진정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같은 수출 대기업들을 압박해 달러를 내놓도록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재벌들은 수백억 원의 환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파생금융상품만 55조 달러가 넘고 그 중 상당액이 부실화된 상황에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더구나 올해 들어 자동차·가전제품·반도체 등의 수출은 감소한 반면, 석유 등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8월 말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1백15억 7천만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올 들어 외국인 주식 순매도로 4백25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게다가 부동산 거품과 가계 대출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가계 빚이 6백60조 원을 넘어서고, 부동산 담보 대출은 8월 말 3백7조 원에 달한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금리는 상승하면서 위험이 커졌다. 아파트 미분양 증가로 건설사들의 부채 80조 원도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는 만큼 외환·신용 경색과 부동산·중소기업 대출 부실 등이 결합돼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MB노믹스’가 경제 위기 탈출에 도움이 될까?

경제 위기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하던 대로 하기”다. 현재 미국에서 위기를 낳은 정책들을 그대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통렬히 비판해 온 폴 크루그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상황에서 거꾸로 가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첫째 대책은 ‘노동자·서민 피땀 쥐어짜기’다. 물가 폭등을 방치해 온 정부가 임금 동결을 강요하고 있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 임금 삭감이다.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려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려 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깎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숙식비 지원까지 끊으려 한다. 마른 수건에서 물 짜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착취율 강화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IMF 이후의 착취율 강화에도 지금 위기가 다시 온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욱 늘리는 정책은 내수 위축 문제만 더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 대책은 ‘부자 감세’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등 기업주·부자의 세금을 대폭 깎아 줬는데 그 규모가 무려 전체 예산의 5퍼센트에 이른다. 정부 재정 악화로 이어질 감세는 경제 위기를 완화하기는커녕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외환위기 가능성을 더 높일 것이다. 실물 경제의 낮은 이윤율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감세는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도 어렵다.

셋째는 공기업 민영화다. 감세로 생길 재정 적자를 해결하고 다국적기업과 재벌 들에게 돈벌이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의 대표적 민영화 사례를 보면 민영화 이후 적자를 줄이려다 대형 사고가 빈번해지고 결국 파산하거나 재국유화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을 늘리는 결과만 낳았다. 민영화는 공기업 노동자들의 해고와 구조조정, 요금 인상과 공공서비스 악화만을 낳을 것이다.

넷째는 금융 규제 완화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등이 그것인데 ‘삼성 은행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GE(제너럴일렉트릭)도 금융업(GE캐피탈) 진출로 지난 몇 년 동안 경이적인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는 금융 거품으로 산업 부문의 손실을 숨겨 온 것뿐이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심화하자 GE의 주가는 1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고 자산규모도 2천억 달러 이상 줄었다. GE의 사례는 이명박의 금융 정책이 낳을 위기를 보여 준다.

이처럼 MB노믹스의 핵심 정책들은 모조리 위기를 심화할 ‘역주행’ 정책들인데다 최근 갈팡질팡하면서 들이미는 단기 처방들도 헛발질뿐이다.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금리 인하는 국내 은행에 돈을 빌려 준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회수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조처는 외환위기를 부추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의 위기는 단지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다. 지금 미국·유럽·중국·일본 등이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정한 정책이나 모델이 위기의 원인도 해법도 아닌 대안부재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단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듯하다.

노동자·서민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통분담해야 하는가?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고통을 감수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은 아주 오래된 거짓말이다. 30년여 전 시작된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 레이건 정부가 내놓은 해법도 이것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탄생 배경이다.

그 결과 1980년대 미국에서는 경제가 성장할 때도 고용은 늘지 않고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희생의 결과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오늘날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실질임금 하락과 복지 축소 등 고통분담을 당해야 했던 미국 노동자들은 지금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IMF 당시 한국 정부와 주요 경제학자들의 논리도 똑같았지만 그 결과 비정규직만 늘고 양극화는 심해졌고 경제 위기는 다시 찾아 왔다. IMF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소득 하락과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화 등에 시달리는 동안 재벌·부자는 돈과 땅만 불려 왔다.

노동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입한 펀드 통장은 지금 깡통이 돼 버렸고,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 이는 정부가 부추긴 것이다 ─ 빚을 내 장만한 집은 어느새 월급을 몽땅 쏟아 부어도 유지할 수 없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그런데 이명박은 다시 ‘경제를 살리자’, ‘기업을 구하자’고 하면서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달러 모으기’를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말 구해야 할 것은 위기에 처한 노동자·서민의 삶이다. 물가인상 속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4대 정유사가 올린 영업이익이 무려 3조 4천억 원이 넘었다. 이런 이윤을 물가 인하와 임금인상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재벌·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서 노동자·서민의 복지를 늘려야 한다.

‘재벌천국·서민지옥’을 앞당길 한미FTA, 공기업 민영화, 비정규직법 개악 등은 저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와 재벌·기업주에 맞서는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에게는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하고 위기를 피할 수 없는 체제가 아니라 노동자·서민이 민주적·집단적으로 통제하고 계획하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