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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눈앞에 다가온 혁명

시문 아사프는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으로 아랍 지배자ㆍ서방 동맹국 들과 평범한 아랍인들 사이의 깊은 분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2008년 4월 이집트 내무부는 모순에 직면했다. 이집트 보안군을 격렬한 노동자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일강 유역의 산업단지 마할라알쿠브라에 보내야 할까, 아니면 굶주린 팔레스타인인들이 월경(越境)을 시도하고 있는 이집트­가자 접경 지역에 보내야 할까?

아랍 지배자들은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한 분노가 국내 문제와 결합돼 투쟁이 폭발적으로 성장할까 두려워한다. 앞서 이집트 사례가 보여 준 아랍 지배자들의 모순은 중동에서 ‘연속혁명’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연속혁명이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칼 마르크스였지만, 그것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였다.

트로츠키는 노동계급의 수가 농민이나 다른 사회 집단에 비교해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에서 혁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탐구했다.

연속혁명 이론은 만약 노동자들이 민주화 투쟁·토지 개혁 투쟁·반제국주의 투쟁을 주도한다면 노동자들이 그 투쟁을 자본주의 자체에 맞선 도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좀 더 발달되고 노동자들의 수가 훨씬 많은 다른 나라로 이 혁명이 확산된다면, 이 혁명은 ‘연속적’이 되는 것이다.

양질의 석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 노동자들은 종종 제국주의 열강의 지원을 받는 정부들과 싸워야 한다. 제국주의 열강에게 이것은 판돈이 매우 큰 싸움이다.

시리아와 이란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중동 국가들은 서방 제국주의 열강, 특히 미국 제국주의의 동맹국이다. 미국과 그 동맹 제국주의 열강은 이스라엘에게 온갖 종류의 무기를 제공하며, 이스라엘이 중동 국가들을 통제하기를 바란다. 서구 열강은 이집트 보안군의 임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보안군들의 군화발이 7천5백만 명의 이집트인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서방 지도자들과 다국적 석유 기업들이 중동 천연자원을 성공리에 착취해 엄청난 이득을 취했지만, 오늘날의 중동은 석유가 처음 발견된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1933년 미국은 3만 파운드라는 형편없이 적은 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 시추권을 따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아람코를 설립했다. 그러나 오늘날 아람코의 이름은 사우디아람코로 바뀌었고 소유주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바뀌었다. 사우디아람코는 세계 최대의 확인매장량과 생산 능력을 가진 석유 기업이다.

‘오일 달러’는 쿠웨이트 정부의 투자를 관리하는 쿠웨이트투자공사나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비슷한 기관들을 매우 중요한 금융 투자자로 변화시켰다. 아랍 지배계급은 세계 자본주의에 깊숙이 통합돼 있는 것이다.

아랍 지배자들은 아랍 대중의 분노와 혼란감이 폭발해 자신들이 성취한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이것은 괜한 불안이 아니다.

1952년 이집트 혁명에서 가말 압둘 나세르가 권력을 잡았을 때, 나세르는 수에즈운하·대형 은행·보험사들을 포함해 6백여 개의 주요 산업·상업 회사들을 국유화했다. 여기에는 셸 오일, BP[영국석유회사], 레버브라더스(유니레버 자회사)도 포함돼 있었다. 또, 토지 개혁을 대대적으로 단행하고 6백대 부자 가문의 자산을 몰수했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혁명이 일어나도록 고무했고, 심지어 당시 노동계급의 수가 극소수에 불과한 농업 사회였던 사우디아라비아도 흔들릴 정도였다.

그래서 프랑스·영국·미국·이스라엘은 나세르와 아랍민족주의 혁명의 위협에 대응해 전쟁을 일으켰다.

아랍민족주의자들을 진압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던 1956년 수에즈운하 위기는 제국주의자들의 패배로 끝났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가능한 듯했다.

그러나 나세르와 다른 아랍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혁명의 폭을 제한하려 했다. 구체제를 무너뜨린 원동력인 노동자들은 “아랍민족의 단결”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전략의 희생자가 됐다.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대중의 힘을 필요로 했지만, 중동의 노동자들이 생산을 통제하고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연속혁명 과정이 발전할 기회가 가로막혔다. 그러나 아랍민족주의를 포함해 제국주의에 맞선 모든 도전은 서방 열강에게는 여전히 위협이었다.

1967년 이스라엘은 ‘6일 전쟁’을 벌여 아랍 군대를 패배시켰다. 패배 이후 아랍 정부들은 제국주의에 대한 적대 정책을 중단하는 ‘실용주의적’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집트는 미국과 타협했고,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었다. 시리아처럼 타협하지 않은 정권들은 고립되고 군사공격을 받았다.

1973년 전쟁도 같은 목적의 전쟁이었다. 그 결과, “아랍의 연대”는 깨졌다. 또, 중동 국가들은 독재 국가로 변신하면서 엄청난 탄압을 자행했다.

중동 정부들은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고, 석유에서 나온 부가 극소수 가문의 수중에 집중됐다. 아랍에서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됐다.

소수의 부유한 지배자들과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기층 노동자·도시 빈민·농민 사이의 격차가 엄청나게 커졌다.

이것은 아랍 부자들이 가진 부를 훑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신용경색이 발생한 뒤 1백60억 파운드[약 31조 원]를 손해봤지만, 아랍의 왕실과 석유에서 나온 부를 제외하고도 가장 부유한 50대 가문들은 1천2백70억 파운드[약 2백50조 원]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왕실들의 부를 더하면 천문학적 숫자가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1백80억 파운드[약 35조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국왕은 65억 파운드[약 13조]를, 쿠웨이트 국왕은 1백10억 파운드[약 22조]를, 카타르 국왕은 30억 파운드[약 7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6백만 명의 인구가 사는 요르단 경제 규모는 2007년 기준으로 1백80억 파운드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동 지역에서는 다른 변화도 일어났다. 오늘날 아랍은 매우 도시화된 사회다. 예컨대 1970년대에는 레바논인 중 25퍼센트만이 도시에 살았지만 오늘날에는 75퍼센트가 도시에 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비록 석유 산업이 높은 이윤을 보장하지만, 극소수의 중동 노동자들만이 석유 산업에 고용돼 있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건설·방직 산업에 종사하거나, 전차를 몰고, 거리를 청소하고, 농지를 경작한다.

중동 노동자들이 빈곤과 탄압에 맞서 싸우기 시작하면서 중동 정권과 서방 후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맞선 현 팔레스타인 투쟁과 2006년 레바논 투쟁에서 ‘정치’[투쟁]와 ‘경제’[투쟁] 사이의 구분은 희미했다.

수만 명의 이집트인들이 이집트 정부의 똘마니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라크 침략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레바논 침략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섰을 때, 그들은 마할라엘쿠브라 노동자들이 파업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시위 진압 경찰에 맞서 싸우는 마할라 시민들과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국경 경비대와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위 참가자들 자신도 공통점을 말하곤 한다.

이런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위 자체도 갈수록 전투적이 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1월 9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무려 10만 명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참가했다. 이것은 알렉산드리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시위 진압 경찰조차 시위대에게 조용히 길을 터주었고, 나중에 중앙 정부는 이것에 항의했다.

제국주의 열강은 중동을 여전히 “역사상 가장 값진 전리품”으로 여긴다. 그래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은 계속 이스라엘에 의존한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으로 이스라엘의 중요성이 줄어들 거라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굳건히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라크 점령이 실패하면서 미국 패권의 한계가 드러났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재앙으로 빠지면서 서방 제국주의 열강에게 이스라엘의 중요성이 더 없이 커졌다. 세계 자본주의에게 석유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서구 열강은 중동에서 강력한 경비견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경제의 크기는 이집트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은 서방이 제공한 최신형 탱크·전투기·공격용 헬리콥터·군함·잠수함·미사일뿐 아니라 핵무기로도 무장하고 있다.

이것은 경화기(輕火器)와 수제 로켓으로 무장한 팔레스타인 전사들이 이스라엘에 군사적 위협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거짓말인지를 잘 보여 준다.

그러나 비록 하마스나 헤즈볼라의 로켓이 군사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들의 로켓은 강력한 적군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한다.

그래서 평범한 중동 사람들이 이 조직들을 존경하는 것이다. 모든 아랍 군대가 이스라엘에 굴복했지만, 이 조직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싸우고 있다. 지금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이집트의 외무부 장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집트 외무부 장관은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집트인들에게 대중 시위를 벌일 것을 호소하자, 이렇게 말했다. “이집트 군대는 이집트를 방어할 의무가 있다. 필요하다면, 당신 같은 사람에 맞서서도 이집트를 방어할 것이다.”

서방 제국주의 열강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단기적으로 성취하려는 목표가 장기적으로 아랍 정권들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서방 열강은 1950~1960년대의 경험을 생생하기 기억하고 있다. 당시 제국주의에 협력한 중동 정권들은 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줄줄이 무너졌다.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과 아랍 정권에 맞선 투쟁이 결합되면 중동에서 연속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아랍 노동자들이 그런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랍 정권들과 서방의 동맹국들은 그럴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