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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참사 촛불집회 현장 취재 :
“이명박이 학살자다”

20일 저녁 7시,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책임자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 날 긴급히 결성된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원회’가 이 집회를 주최했다.

청와대와 경찰은 철거민들을 폭력범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과잉진압이 참사를 불러왔음을 분명히 했다.

1천여 명이 참사 현장 옆 인도와 차도를 가득 메웠다. 경찰이 집회를 불허하고 겹겹이 둘러쌌지만 분노한 사람들의 집회와 행진을 막지 못했다.

“법질서 확립” “떼법 청산” 운운하며 공안 통치를 강화해 온 정부가 부른 예고된 재앙에 참가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첫 번째 발언자인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법과 원칙’ 운운하는 한승수 국무 총리를 겨냥해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인가?”하며 개탄했다.

민주노총 진영옥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마스크 쓰면 범죄자로 만들겠다고 하고 인터넷에 글 올리면 잡아가는 정권이 대체 군사정권, 독재정권이 아니고 뭐냐”며 “내일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폭력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도 “1퍼센트 재벌, 부자를 좋아하고 친구라고 자랑하는 이명박이 99퍼센트 서민, 가난한 사람들, 오갈 데 없는 세입자들에게는 경찰특공대를 컨테이너에 싣고 투입하는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야만적인 진압을 규탄했다.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도 “성경에서 한 생명은 온 천하보다 크다고 했거늘 이명박은 생명을 우습게 알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철거민을 죽였다”며 “숭고한 피를 이 땅을 바꾸는 힘으로 바꿔야 한다. 힘을 모으자”하고 호소했다.

“우리 지역도 포크레인, 덤프트럭이 와 철거를 시작했다. 이 참상이 한 달 뒤 우리의 모습”이라고 한 철거민은 “저 위에 올라가게 한 배후조직이 있다고 하는데 그 배후조직은 바로 이명박”이라며 분노했다.

촛불집회에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역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이명박이 학살자다” “살인정권 물러나라” “우리 동지 살려내라”하고 소리 높여 외쳤다. 경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1천여 명으로 시작한 행진은 곳곳에서 합류하는 사람들로 최대 3천여 명까지 늘어났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딸과 함께 참가한 한 주부(43)는 경찰이 철거민들의 투쟁을 “테러”라고 한 것에 분노하며 “앞으로 계속 이런 탄압을 하기 위해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행진은 용산에서 시작해 명동성당까지 이어졌다.

한편, 마무리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경찰이 유족 동의 절차도 없이 시신을 부검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또 한 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은 사람을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는 야만을 저질렀다.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원회’는 매일 저녁 7시 참사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항의를 지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