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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자본주의:
① 규제 강화로 위기를 막을 수 있는가?

이번 호부터 ‘고장난 자본주의’를 연재한다. 영국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에 연재중인 이 시리즈는 마르크스주의 경제 이론이 오늘날 경제 위기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얼마 전 영국 중앙은행장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규제 조처들이 “이번 위기를 낳은 위험의 누적을 막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은행 구제와 ‘경기부양책’은 경제 위기 심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

세계 지도자들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G20을 즈음해서 시장 규제 강화를 내놓았다.

이것은 그럴듯해 보인다. 결국, 금융시장과 경제의 전반적 탈규제가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면 말이다. 미국 모기지 시장의 탈규제로 대출업체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대출 사업, 다시 말해서 ‘서브프라임’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이 빚을 갚을 수 없다는 사실과 새로운 시장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악성 부채를 확산시킨 것이 결합해서 ‘신용경색’과 현 위기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규제만 강력했다면 이번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까?

서브프라임 시장의 몰락이 경제 위기의 시작인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의 배경에는 자본주의 자체의 근본적 문제가 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윤율 하락 경향에 대한 대응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이윤율 하락 경향 때문에 기업주들은 투자에 대한 수익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주들은 끊임없이 수익을 올리고 비용을 줄일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지출되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 하지만, 여기에 덫이 있다.

한편으로, 개별 기업주들은 최대한의 이윤을 얻으려고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가능한 돈을 적게 주려고 한다. 그러나 만약 노동자들이 쓸 돈이 얼마 없다면, 기업의 생산품 중 팔리지 않는 것이 늘어날 것이고 이윤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빚과 신용 대출은 이 모순에 대처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노동자들이 돈을 쉽게 빌리면 물건을 더 살 것이지만, 기업주들은 임금을 높일 필요가 없다. 기업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윈-윈’ 전략이었다. 문제는 그 노동자들이 빚을 갚을 수 없을 때다.

따라서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 작동 방식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끝없는 위기를 겪지는 않는다. 자본주의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래 왔다.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생산돼서 문제

많은 이는 규제 강화가 경기 회복을 돕거나, 최소한 미래의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규제가 존재하지만 기업주들은 최대한 피하려 한다. 예컨대 내부자 거래를 보자. 어떤 회사의 ‘내부 지식’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다.

이것은 어떤 이가 나쁜 소식을 미리 알고 주식을 청산하면서 패닉 상황이 연출되는 등 급격한 주식 시장의 변동을 막으려는 조처다.

그러나 내부자 거래는 흔한 일이다. 미국에서 1백72건의 인수합병을 조사한 한 연구를 보면, 모든 경우에 내부자 거래가 있었다.

기업주들은 종종 규제를 준수한다. 그러나 1980년대처럼 그런 규제 장치를 부숴야 할 때 ─ ‘레드 테입 끊기’라고 불린다 ─ 가 오면 정부들은 보통 기업주들의 의견을 따른다.

지금 어떤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가? 예컨대 영국 금융감독청의 로드 터너는 정부가 금융 시스템에 부과할 조처들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경기 팽창 때 은행이 자본금을 확대해 그 뒤 올 불황 때 사용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 은행들이 대출하지 않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환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은행들이 대출해 주고 싶더라도 기업들은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또, 터너는 은행 유동성 확보를 돕는 조처들을 언급한다. 그러나 그런 조처들 중 이윤율 하락 문제를 해결하거나 경제가 이미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음을 고려한 것들은 없다.

영국에서 자동차 산업은 큰 문제에 직면했다. 규제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차가 생산됐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특징인 경쟁 때문에 기업들이 너도나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고 하면서 과잉생산이 발생한다. 개별 자동차 제조업자들이 최대한의 수요를 확보하려 자동차를 마구 생산하면서 차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자, 자동차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크게 줄거나 해고됐다. 이것은 연관된 산업에 고용된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차의 부품이 되는 철강이나 고무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나 그런 부품을 배달하는 노동자들이 그랬다.

해고 노동자 수가 늘면서 팔리지 않는 상품도 늘었다. 기업주들은 판매처가 줄자 생산을 더 줄였다. 그 결과 해고자가 더 늘고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초강력 규제를 도입해도 이런 과잉생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 시스템은 자본주의 작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기업주들은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이윤을 투자하고 수익을 확보할 출구를 발견한다.

그러나 금융 시장의 건강은 실물경제의 건강에 달려 있다. 주식 가치는 과장되거나 투자자와 투기꾼들의 활동에 따라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의 실질 가치는 기업 배당금 ─ 이윤 중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 ─ 에 달려 있다. 기업 배당금은 이윤에 달려 있다.

만약 이윤이 줄어들고 있다면, 기업은 배당금을 줄일 것이고 주가도 떨어질 것이다. 이윤 외에 다른 요인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그것은 언젠가 터질 거품일 뿐이다. 금융 부문의 문제는 경제의 전반적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규제 강화는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다.

세이디 로빈슨 영국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기자

번역 김용욱 기자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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