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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자본주의:
③ 과잉생산이나 과소소비가 위기의 원인인가?

오늘날 세계는 팔리지 않은 상품들로 가득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09년 세계무역량이 10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일본 경제의 수출은 1년 새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현 위기에 대한 가장 흔한 설명은 사람들이 물건을 충분히 사지 않아(과소소비) 불황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지도자들은 툭하면 “소비자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은행에 대출을 늘리라고 압력을 넣는다. 이 논리대로라면, 사람들을 설득해 지갑을 열 수 있다면 불황도 곧 끝날 것이다.

오랫동안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노동자들이 너무 많이 벌고, 너무 많이 소비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똑같은 자들이 지금 노동자들이 돈을 충분히 쓰지 않아 경제가 문제라고 말한다. 어쨌든 무조건 노동자들 잘못이라는 거다.

좌파 진영에도 과소소비론자들이 있다. 이 이론은 생산한 물건과 서비스의 가치보다 노동자들이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과소소비를 지적하는 좌파 경제학자들은 그 가치 중 일부를 자본가들이 이윤으로 챙기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을 살 충분한 돈이 존재하지 않고, 여기서 위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논리를 따르면, 부를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재분배하면 팔리지 않은 엄청난 상품을 처리할 충분한 화폐가 공급될 것이다.

모든 사회주의자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부를 재분배하는 것을 환영한다. 애당초 노동자들이 그 부를 창출했다. 그러나 칼 맑스는 과소소비가 자본주의 위기의 근원이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맑스는 과소소비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문제가 드러나는 한 형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근본적 문제는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려는 경쟁 과정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과잉생산되는 것이다.

맑스는 자본가들이 상호 경쟁으로 단단히 엮여 있음을 지적했다. 시장 지분을 둘러싼 끝없는 전투가 계속되면서 이윤이 창출되는 분야에 너도나도 투자하고 상품을 생산한다.

개별 자본가는 전체 시장을 장악하기 충분한 양의 상품을 생산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이 생산한다. 이 과정은 경쟁자들을 따돌리려고 자본가들이 이윤을 투자하는 방식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특히 투자는, 더 크고 더 좋고 더 빠른 기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맑스는 이를 ‘자본 축적’이라 불렀다. 자본 축적 때문에 자본주의는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경제 체제가 됐다. 그 때문에, 자본주의는 가장 파괴적 체제이기도 하다.

자기 노동자나 경쟁자들을 기를 쓰고 쥐어짜지 않는 자본가는 더 적은 이윤을 얻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에 가장 먼저 투자한 자본가는 경쟁자를 누르고 시장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자본가들도 동일한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이윤은 결국 줄어들 것이다.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총체적 계획이 없기 때문에 시장은 무정부 상태에 빠질 것이다.

자본가들은 이윤이 창출되는 분야에 몰려들어 투자한다. 이것은 상품이 팔리지 않고 쌓이는 ‘과잉생산’ 위기를 갑작스레 불러올 수 있다.

그러면 기업들은 생산을 중단하고 원료와 부품 등을 공급하던 회사들은 파산한다. 사장들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자 소비품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도 타격을 입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개별 자본가들의 행동이 문제를 초래하고 자본주의 체제 전체의 이윤율을 낮추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 이 과정을 살펴보자. 최근 몇십 년 동안 자동차 산업에서 상당한 기술 발전이 있었다.

생산과정의 혁명적 변화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자 수가 대폭 줄었다.

각 자동차 기업은 더 낮은 가격으로 생산하려고 경쟁사보다 생산성이 높은 신기술을 도입하려 노력했다.

이번 경제 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영국에서 소수 자동차 공장이 생산하는 자동차 물량은 영국 자동차 산업이 황금기였던 1960~70년대보다 많았다.

신기술 도입의 결과로, 자동차 산업 생산은 이번 경제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30퍼센트 초과 상태였다. 그럼에도 생산은 계속됐다.

그래서 자동차 기업들은 또 새로운 기술 혁신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혁신적 기술이 경쟁자를 앞설 수단을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동차 과잉공급은 단지 사람의 필요보다 더 많은 자동차가 생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비효율적이고 공해를 뿜어내는 구형 자동차들을 신형으로 바꾸면 좋지 않겠는가.

자본주의에서 과잉생산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이윤을 남기고 팔 수 없어서 쌓이는 상품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기업주들은 이윤이 줄면 노동자들을 자르고 생산을 줄여 비용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것은 이미 생산된 상품의 판매를 더 어렵게 하고, 밑바닥을 향한 악순환이 계속된다.

위기가 체제 전체로 확산되면, 의료나 연금처럼 대다수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도 갑자기 위협받는다.

그런 상황에서는 수많은 사람의 눈앞에 자본주의 생산의 비이성적 성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대안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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