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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원석·한용진에게 듣는 촛불 평가와 전망

조계사 촛불 농성을 하다 수감된 5명이 지난 4월 17일 보석 석방됐다. 이 중 박원석·한용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만나 촛불 1년 평가와 진보운동의 과제를 들어 봤다.

출소한 소감을 묻자, 한용진 실장은 병환으로 의식을 잃고 누워 계신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옥중에서 상을 맞는 것은 매우 서러울 것 같았는데 그런 상황을 맞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두 상황실장은 신영철 사법 파동의 직접적 피해자들이다. 집시법과 일반교통방해로 5개월 넘게 구속한 사법부의 비상식성을 폭로하기 위해 1심 재판 최대 구속 기간인 6개월을 채울까도 생각했지만, 5월 1일 촛불 1주년 투쟁 전에 보석이 결정돼 투쟁에 함께하려고 나왔다고 한다.

박원석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현 상태를 이렇게 평가했다. “말로는 실용정부라고 얘기하지만 정말 실용적이지 않은 정부입니다. 이미 이명박은 촛불집회 때 일격을 받아서 자기 페이스를 확 잃었어요. ‘수습해서 남은 4년이라도 잘해 보자’는 게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거든요. 정치적으로 이미 실패한 정부로 접어들었어요.”

2008년 촛불 항쟁의 동력을 과연 자발성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촛불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도 물어봤다.

“자발성을 찬양하면서 목적의식적인 흐름과 노력을 배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운동세력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결하는 것’이 힘든 일인데 잘 해냈거든요. 사회운동 단체들이 서로 토닥이고 격려하면서 잘했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한 게 뭐 있냐’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기껏 일궈 놓은 자신감을 허무주의로 끌어내리는 것이라 생각해요.”(한용진)

“자발성은 운동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동력이죠. 그러나 비록 부족했지만, 대책회의가 집회를 기획하고 운동의 방향을 고민하고 촛불 대중과 함께하려고 노력했죠. 순수하게 자발성에 의한 운동이라는 평가는 운동[단체]의 역할을 너무 스스로 폄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자발성이 운동의 처음이자 끝이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박원석)

“‘저 높은 벽을 허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참고 살아온 것이 촛불 이전이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 촛불의 가장 커다란 성과라고 생각해요.”(한용진)

“촛불로 나타나기까지 지난 10년의 배경을 넓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갑자기 사람들이 분기탱천해 뛰쳐나온 거냐, 그보다 지난 10년 동안 파괴되고 주변화된 사람들의 삶이 있었고, 누적된 것이 튀어나온 거죠.”(박원석)

박 실장은 현재 운동의 상황이 “분노, 저항,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돌파하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한 실장도 이런 상황 인식을 공유했지만, 김상곤 교육감 당선을 사례로 들어 “변혁운동 세력과 진보세력이 그냥 [탄압]받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반탄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경제 위기 시기 투쟁의 대안에 대해 박 실장은 “지금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완연하게 퇴조하고 있고, … 세기말적인 징후를 보이는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이후 대안은 무엇인지 열린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져야 한다” 하고 강조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인턴제나 임금 깎자는 것도 대안이 아니고, 이명박은 아무 대안이 없어요. 청년실업 문제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저항[을 조직하고] …,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요구하는 운동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어요. 청년실업 문제를 운동적 대응을 본격화하는 전략적 이슈로 잡[아야 해요.] … 그리스에서 올 초에 벌어진 시위나 프랑스 파업[의 배경은] 우리나라도 동일해요.”(박원석)

한 실장은 “경제담론 싸움을 전면적으로 해야 합니다. 경제 때문에 이명박 뽑았는데 이명박이 경제를 박살낼 수 있는 길을 계속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증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하고 주장했다.

촛불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투쟁 기구 문제, 민주당을 포함한 반MB전선이 필요하다는 진보진영 내 주장에 대한 의견도 들어 봤다.

“현 정세에서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진보진영이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민주당은 개혁적 열망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망가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체재를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우, 진정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진정성을 인정하는 것과 대안 정치세력으로 인정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촛불 이후 사회운동의 협력을 위한 중심 기구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안됐습니다. 확고하게 중심에 서서 리더십을 행사하면서 운동 전체의 통일적인 전진을 끌고 나가는 형국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운동의 연대와 협력이라는 게 반드시 연대체 하나로 수렴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권력의 칼을 쥐고 있는 것은 저들이기 때문에 이명박에 맞선 반대와 저항을 안 할 수는 없어요. 반대 없는 대안은 없으니까. 그런데 이것에 멈춰서는 안 됩니다. 현재 운동의 교착 국면을 넘는 문제를 단지 반MB전선으로 수렴하려고 하면 심급이 굉장히 낮은 거고 더 깊은 심급에서 한국 사회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조차 신자유주의가 망했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박원석)

한 실장은 “반MB전선은 당연히 필요”한데 촛불 학습효과의 핵심은 반MB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조직형식 문제보다는 “단결”이라고 주장했다. “운동 속에서 견해가 다르더라도 잘 도와주는 세력이 정치적 신망도 얻어서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울산 북구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가 삐걱거리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함께 조계사 농성을 하다가 아직도 수배 생활을 하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김광일 행진팀장과 용산 투쟁으로 구속·수배 중인 동지들의 안부를 걱정했다.

“구치소에서 김광일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정말 보고 싶어요. 광일 씨 부모님이 재판 때도 오시고 출소할 때도 오셨는데 … 워낙 심지가 굳어서 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지 않기를 바래요. 사회적으로 잘 엄호해 줄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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