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특별 강연 ‘촛불은 무엇을 이뤘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취재:
제2촛불에 대한 열망이 엿보인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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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레프트21〉이 주최한 촛불 1년 특별 강연 ‘촛불은 무엇을 이뤘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가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1백70여 명이 청중석을 가득 메웠다.
최근 촛불 1주년을 앞두고 촛불 운동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를 두고 곳곳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제2촛불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촛불 운동의 성과와 약점을 되돌아보며 교훈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무자비한 공안탄압을 보며 ‘촛불이 과연 남긴 것이 있는가’하는 실망과 패배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오히려 이명박이 더 강해진 것 같다는 것이다.
‘고대녀’ 김지윤 씨와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이 이런 의문에 답해 촛불의 성과와 방향에 대해 연설했다.
김 씨는 촛불 운동이 이명박 불도저를 덜덜거리게 만들었다고 했다.
“[당시] 한미FTA, 대운하, 의료·공기업 민영화 등은 중단되거나 아주 조심스럽게 추진됐다. 방송법 개악은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에 부딪혀 두 번이나 처리가 좌절됐다. 한국 사회 5대 권력이라는 경찰청장은 자리에 제대로 앉아 보기도 전에 낙마했다.
“그래서 보수 논객 이문열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중요한 공약은 착수조차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촛불 운동은 새로운 ‘촛불 세대’를 탄생시켰다. 우 실장은 촛불 운동을 통해 대중이 “집단적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는 돼지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2백50만 개(인구의 5퍼센트)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각국 인구의 20퍼센트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타미플루 제조 특허권을 가진 ‘로슈’라는 회사가 특허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이 약의 판매처인 ‘길리어드’의 대표이사는 럼스펠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국민들은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처럼 기업의 이윤 추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들이 지금은 민영화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영화 반대 여론이 65퍼센트였다. ‘이명박의 민영화’에 대해 물으면 반대가 85퍼센트나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우 실장은 이것이 촛불이 남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거대한 투쟁의 경험이 급진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촛불 운동의 영향으로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김 씨는 “〈조선일보〉가 두려워 한 언제든지 거리로 뛰쳐나올 수 있는 잠재적 시위자들이 생겼다”고 했다.
이명박은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주의 파괴 ‘속도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용산 참사, 강호순 사건으로 여론 조작, 촛불 재판 외압, 언론 낙하산 인사, 〈PD수첩〉 제작진 체포, 소환장 남발 … 이명박은 운동을 위축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촛불이 계속된다면 경제 위기에서 발생한 분노가 촛불과 결합해 이명박 불도저의 엔진까지 꺼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김지윤)
우 실장은 “이명박의 민주주의 탄압은 이명박이 강력해서가 아니라 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정부가] 〈PD수첩〉의 잘못된 선동에 의해서 국민들이 [시위에] 나왔다는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려고 〈PD수첩〉을 죽이려 한다”며 “얼마 전 〈조선일보〉는 콘돔에 탈크 가루가 묻어 있다고 보도했다가 나중에 옥수수 가루인 것으로 판명됐는데, [〈PD수첩〉의 사소한 오역은 문제 삼으면서] 왜 〈조선일보〉는 그냥 놔두나”하고 꼬집었다.
김 씨와 우 실장은 촛불 운동의 성과뿐 아니라 약점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촛불이 소강 국면을 맞은 것이 의제를 확장하거나 일부 운동 세력이 촛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외친 ‘0교시에 아침 못먹고 학교 급식에서 미친소 먹어도 의료 민영화로 치료 못받고 죽거든 대운하에 뿌려 주오’ 구호는 촛불 운동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명박의 핵심 정책 전반에 대한 분노는 이미 촛불 운동 초기부터 존재한 것이다. 이는 소수의 운동 단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충만한 자발성과 조직적 운동을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거리로 나서는 주도성과 리더쉽을 발휘해 조직적으로 시위 참가를 독려한 덕분에 대중의 자발성은 청계광장에 갇히지 않고 거리에서 폭발할 수 있었다.”(김지윤)
우 실장은 촛불 운동이 ‘생활의 정치’라는 주장에 비판적이었다.
“촛불을 생활의 정치, 문화 현상 정도로 보는 관점도 있다. 그러나 이건 거꾸로다. 생활의 정치가 아니라 정치의 생활화다. [촛불이 단순한] 문화 현상이었다면, 이명박이 왜 할일 없이 그렇게 탄압에 열을 올리겠나?
“노동운동이 끼면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민주노총도 조합원들에게 [촛불시위에] 개인으로 참가하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총이 2시간 파업했는데도 엄청난 성원이 쏟아졌다. 지금 촛불이 끝까지 살아 있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언론노조다. 노조에서 끝까지 싸우는 곳에 바로 촛불이 있다.”(우석균)
“6월 10일 1백만 시위로 미조직 노동자·청년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발휘했다. 조직 노동자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부양시키는 힘을 발휘해야 했다. 이것이 촛불 운동의 약점이었고 결정적 한방을 날리는 데 기회를 놓쳤다.”(김지윤)
오늘 강연에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이자 마지막 촛불 수배자인 김광일 씨 부모님과 다섯 달이 넘는 옥고를 치르고 얼마 전에 보석으로 풀려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한용진 공동상황실장도 참가했다. 한 실장은 “정파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이 바로 작년 촛불의 성과다. 견해를 떠나서 이후에도 하나되어 투쟁하자!”고 축사했다.
자유토론도 이어졌다. 일부 발언자들은 재치있는 입담으로 이명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돼지, 조류, 광우병 등 전염병이 판을 친다. 그러나 역사 상 최악의 전염병은 쥐에 의한 페스트였다. 페스트 때문에 유럽 인구 3분의 1이 죽었다고 한다. 쥐에 의한 전염병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5월 1~2일 모여서 기생충 같은 이명박을 없애자!”
청소년 때 촛불 운동에 의해 급진화한 대학 신입생들의 발언도 줄을 이었다.
“속초 출신이라 촛불을 티비와 인터넷으로만 보고 직접 느껴 보지 못했다. 다가오는 5월 1~2일 [촛불을] 꼭 체험해 보고 싶다.”(인하대 새내기)
과제를 제시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최저임급법·비정규직법 개악, 쌍용차 2천5백 명 해고, 철도 5천여 명 인력 감축 등 이명박의 경제 위기 책임 떠넘기기에 맞서 촛불로 노동자, 서민이 함께 싸워야 한다.”
“제2촛불을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적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하고 울산 북구 단일화가 성공해 승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하준 강연에 수백 명이 몰리고 자본론을 읽는 분위기가 있다. 정치적·사상적 활동 들을 강화하는 것이 제2촛불을 만드는 길이다.”
강연 참가자들에게서 제2촛불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열망을 모아 이명박 불도저의 시동을 꺼버릴 제2촛불을 건설해야 한다.
“드래곤 볼 여의주가 하나만 있으면 힘을 쓸 수 없지만 7개가 하나로 모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우리도 하나로 모이자.”(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