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불러온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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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 아사프(영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기자)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더 많은 군대를 보내고 파키스탄으로 전쟁을 확대하는 식으로는 점점 심각해지는 점령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는 머리가 9개 달린 괴물이다. 머리 하나를 잘라내면 같은 자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자라난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서방 정부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를 묘사하기알맞다.
현지인들의“ 민심”을 얻어 승리한 것으로 여겨졌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8년이 지난 오늘날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저항 세력과 동맹인 파키스탄 탈레반은 지난달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60마일[약 96킬로미터] 떨어진 부네르 지역을 장악하면서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파키스탄군은 그들을 곧장 부네르 바깥으로 몰아낼 수도 있었지만,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파키스탄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라고 경고하기 전까지 움직이기를 망설였다. 전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 여기서 확연히 드러났다. 이제 이슬라마바드 주변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다. 클린턴의 발언은 이 전쟁이 이제 파키스탄까지 조각낼지 모른다는 그들의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저들의 입장에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미국과 나토, 아프가니스탄 정부 내 그들의 동맹들은 카불을 제외한 나머지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 이제는 심지어 카불의 일부도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전쟁 초기 점령군이 잠시 누렸던 현지인들의 지지는 이제 남아 있지 않다. 점령군의 폭격으로 사상자가 대거 발생한 것이 사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저항군을 숨겨 줬다고 의심되는 마을을 공격하는 “야간 수색”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았다. 이런 분노는 저항 세력에 대한 암묵적 지지로 바뀌고 있다.
보급
이렇게 점령군은 지지를 잃고 고립됐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철저하게 포위돼 있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은 바다와 접해 있지 않아서 점령군은 파키스탄을 통해 운반되는 보급품에 의존한다. 이 보급로는 파키스탄 북쪽 저항 세력이 통제하는 지역을 거치게 돼 있다. 지난 몇달 동안 저항 세력은 보급 차량을 공격하고 장갑차 수십 대를 탈취하고 항구 도시 카라치의 군수품 창고를 습격했다.
점령군은 이란 같은 아프가니스탄 인접국에 도움을 청해야 했다. 이란은 아프가니스탄 서쪽 지역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지역은 수니파 탈레반과 적대 관계인 시아파 무슬림의 근거지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토의 일부 국가들은 나토 군대에 보급품을 전달할 때 이란을 설득해서 이란 항구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란과의 거래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란은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경제 제재, 핵 프로그램 등 문제에서 서방과 갈등관계에 있다.
대안이 있다면 아프가니스탄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같은 불안정한 국가들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여기서는 러시아가 통제권을 쥐고 있다. 러시아는 이 나라 정부들이 보급로를 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언제든 다시 이것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러시아 서쪽 국경을 따라 설치되고 있는 미사일 방어망(MD) 같은 문제에서 미국과 유럽 열강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쥐게 됐다. 이런 압력을 면하려고 서방 정부들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필사적이지만, 지금 여기엔 “아프팍(Af-Pak) 전쟁”이라는 불길한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난 3월, 오바마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을 공개했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군대를 강화할 시간을 벌기를 기대하며 미군을 더 많이 파병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이 투입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고, 전임자 부시가 이미 확인했듯, 나토는 많은 군대를 보내길 꺼려 한다. 나토 지도자들은 전세를 뒤집으려면 더 많은 군대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6만 명과 다국적군 5만 8천 명이 주둔해 있다. 추가로 파병될 예정인 미군 2만 명은 군사적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너무 적다.
1980년대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할 당시에는 소련군 최대 15만 명이 아프가니스탄 군대 13만 2천 명과 함께 힘을 합쳐 저항 세력을 억눌렀다. 반면 현재 점령군은 아프가니스탄 군대 8만 명의 지원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바마의 전략에는 또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를 포기하는 것과 ‘온건 탈레반’, 즉 지역 저항 조직과 협상을 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카르자이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그는 자신을 권좌에서 밀어내려는 계획을 좌초시키려고 8월에 조기 선거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양보안을 제시해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 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타협으로 그는 시아파 무슬림 여성들이 누렸던 얼마 안 되는 권리들을 박탈했다.
카르자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탈레반의 일부와도 협상을 진행했는데 아직까지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편, 미국이 지역 저항 세력 중 일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프가니스탄에 새로 파병되는 군대의 다수가 막대한 수의 양귀비 경작지들을 파괴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작전은 “저항 세력의 생명줄을 끊는”데 핵심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절박한 농민들을 상대로 전선을 만드는 위험한 도박이다. 이미 농민들의 상당수는 자신들의 농작물을 지키려고 저항 세력에 가담해 왔다.
아프팍 전략의 성패는 가장 큰 판돈이 걸린 곳, 즉 저항 세력의 은신처를 파괴하려고 파키스탄까지 확장한 전쟁에 달려 있다. 그러나 최근 이슬라마바드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이런 시도가 원래 계산에서 얼마나 빗나가고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점령군들은 이전 점령군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마을들에 대한 통제를 확실히 하려면 점령군은 농지와 산, 계곡까지 밀고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지난 7년 동안 전투를 벌이며 반복된 패턴이었다. 이런 “맹추격” 전략은 처음에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저항군이 길고 허술한 파키스탄 국경 너머로 도망치자 이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그래서 미국은 강력한 미사일들을 탑재한 무인폭격기를 띄워 저항 세력을 잡으려 했다. 파키스탄 일간지 〈더 뉴스〉를 보면, 지금껏 무인폭격기의 60번 폭격 중 10번 만이 목표에 명중해 저항 세력 지도자 14명을 죽였다. 그밖의 폭탄은 모두 민간인 지역에 떨어져 최소 6백87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무인폭격기의 폭격에 대한 파키스탄 대중의 분노는 처음에 파키스탄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곧 아프가니스탄 접경 부족지역에서 시작된 저항에 대한 지지를 확산시켰다. 이 저항의 규모가 커지자, 미국과 그 동맹들은 파키스탄군이 불안정하지만 한동안 유지돼 온 휴전협정을 파기하고 국경 지역으로 진격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이 군사작전은 재앙으로 끝났다. 이 패배로 파키스탄 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가 몰락했고 뒤이은 정부도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저항 세력에 가담했다. 한 나이 든 부족 주민이 설명한 것처럼, “우리 젊은이들은 갈수록 크게 분노하고 있다. 그들 중 용기 있는 이들은 탈레반의 철학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탈레반에 가담한다.”
재앙
이제 미국은 자신의 활동 범위를 광활하고 불안정한 파키스탄 북서부 발루치스탄까지 확장하려 한다. 미군의 공격이 이 지역을 뒤흔들어, 그 파장이 이란 동부로 번질 수 있다. 무인폭격기 폭격 횟수 증가와 관련해 오바마는 최근 이렇게 밝혔다.“ 주요 테러리스트 목표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확대로 파키스탄은 심각하게 불안정해졌다. 미국의 전쟁에 대한 대중의 불만에 힘입어 성장하면서, 파키스탄 탈레반의 요구사항도 늘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중앙 정부의 부패에 대한 대중의 오랜 불만에 바탕해 성장했고, 한때 이 지역을 휩쓸었던 분리주의 운동의 요구들을 되살렸다.
아프팍 전략을 통해 오바마는 이 전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겪고 있는 딜레마들 중 하나는 조지 부시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여기서 후퇴하면 베트남 전쟁 뒤 미국이 겪은 최악의 군사적 패배로 인식될 것이다.
전쟁을 지속하고 또 여기서 승리하려 애쓰면서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파키스탄도 잃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제국주의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전쟁은, 미 의회 군사 소위원회 의장 닐 에버크롬비의 말처럼, “엄청난 지정학적 실수”가 됐다.
번역 조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