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분노와 절박함 속에서 옥쇄 파업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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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아저씨가 쥐어 준 초코파이를 채 입에 물기도 전에 땅에 떨어뜨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이 아이는 “아빠 힘내세요!”가 쓰인 연두색 티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 속에 한상균 쌍용차 지부장이 점거 옥쇄 파업 돌입을 선언하고 있었다.
한 지부장은 “해고는 살인이고, 가정파괴범이다.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반드시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이 절박한 투쟁은 엄마 아빠에게 투정부려야 할 나이에 아빠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해 공장 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5월 22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에서 열린 ‘정리해고 분쇄, 구조조정 저지! 총력집중 금속노조 결의대회’에는 쌍용차 조합원 1천여 명과 금속노조 조합원 3천여 명이 모였다.
점거 파업 집결 시한인 이날 오후 1시까지 조합원들이 충분히 오지 않아 불길함이 감돌던 공장이 이제 투쟁의 열기로 달아 올랐다.
집회를 마치고 굴뚝 농성장을 향해 행진을 시작하자 조합원들의 사기는 더욱 고조됐다.
‘승리하기 전에는 살아 내려오지 않겠다’는 굴뚝 농성자들을 바라보며 조합원들은 반드시 이겨서 만나자고 결의하며 집회를 마쳤다.
사측의 비열한 회유와 협박에 동요하던 조합원들도 공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 밤까지 2천 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농성장에 결합했다고 밝혔다.
“가진 자들만의 세상”
결의대회는 굴뚝농성 조합원들과 교신을 하며 시작했다.
가족대책위원회 활동을 하는 김을래 쌍용차 부지부장 부인 윤영미 씨는 “깜깜하고 어두운 긴 터널을 걷는 세월들”이라며 “정부의 잘못, 경영 부실의 대가를 왜 죄 없는 우리 남편들에게 떠넘겨 죽으라고 하느냐”며 억울하고 분한 심정을 토로했다.
윤영미 씨가 “눈물을 훔치는 내게 우리 딸이 ‘엄마, 나는 절대 울지 않기로 맘 먹었으니 엄마도 울지 마세요. 우리가 울면 아빠 가슴이 아프잖아요’ 하고 말했다”고 할 땐 집회장 곳곳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쳤다.
윤영미 씨는 “힘없는 약자는 아무렇게나 내팽개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가진 자들에게 이 세상이 가진 자들만의 세상이 아니라는 걸 꼭 일깨워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굴뚝 농성자들에게 “네가 내려올 때까지 우리는 이 공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복기성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정리해고가 강행되면 금속노조가 파업으로 연대해 달라. 공장에 경찰이 투입되면 민주노총이 총파업으로 연대해 달라” 하고 호소했다.
연대파업
한상균 쌍용차 지부장은 “정부가 흑자 기업을 법정관리 신청하고, ‘먹튀’ 상하이자본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만 죽으라고 한다”며 정부와 상하이자본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상하이자본 지분을 소각하면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되는데, 산업은행이 출자를 하면 그게 바로 국유화”라면서 국가가 책임지고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 “현장 노동자의 절반을 해고하는 게 어떻게 회사 살리기냐”고 되묻고 “조합원 절대 다수와 파업을 시작하진 못했지만,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곤 현대차 수석부지부장은 “쌍용차 공장에 경찰력이 투입되면 곧 15만 조합원이 총파업을 해야 한다”며 “현대차가 앞장 서겠다”고 약속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도 전국 차원의 연대 투쟁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쌍용차 처리 방향은 청와대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앞장서 노동자 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금속노조 현장 간부와 조합원들에게는 언제라도 총파업이 가능하도록 현장을 조직해 달라고 호소했다.
점거 파업 유지와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
사측은 희망퇴직 목표치가 차지 않자 5월 18일이던 신청 시한을 연장하고 가짜 정리해고 명단을 흘리며 조합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강요했다. 분사화로 정규직을 하청 비정규직화하는 것이 고용보장이라는 사기도 치고 있다.
사측은 공장 내에 뿌린 유인물에서 “희망퇴직자는 재입사시 우선고용 노력을 하겠다”며 조합원들을 현혹하고 “파업은 오히려 기업 ‘청산’ 결정을 불러올 위험이 있고” “외부 노동단체의 개입을 우려”한다며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이 때문에 가짜 정리해고 명단이 나돈 18일과 19일 조합원들이 동요했고, 희망퇴직 신청자가 급작스레 늘어 1천 명을 넘겼다.
그러나 노조가 21일 점거 파업을 선언하고 파업을 통해 “함께 살자”고 호소하자 희망퇴직 신청서를 되찾아 찢어 버리는 조합원들이 생겨났다.
사측의 정리해고 희생 방안에 따르면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노동자도 5백3명 무급휴직, 2백50퍼센트 상여금 반납, 임금 20퍼센트 삭감, 노동강도 5배 강화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리해고 수용은 “남는 자도 다 죽는 길”인 것이다.
1998년 현대자동차,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파업 때에도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들은 결코 회사로 돌아오질 못했다. 노동자가 희망하는 퇴직이 아니라 자본이 희망하는 퇴직인 것이다.
노동자 절반을 해고하는 것이 ‘회생’이라는 사측과 법정관리인들은 “노조가 채무자이면서도 희생할 생각은 않고 채권자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며 노조를 비난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미 충분히 희생해 왔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4~6개월 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체불임금은 사측의 채무이므로 조합원들은 법적으로도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다.
무엇보다 부실 경영의 책임은 ‘먹튀’ 상하이자본과 정부에 있다. 정부와 경찰은 노조가 상하이자본의 ‘먹튀’ 행각을 폭로하고 투쟁할 때마다 이를 가로막았다.
정부와 사측이 이처럼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전을 불사하는 점거 파업으로 국유화를 통한 고용보장을 쟁취하는 길만이 대안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불한당 같은 정부와 사측에 맞서 결연한 파업을 시작했으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진보세력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고무·엄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연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완성차 3사를 비롯한 금속노조의 연대 투쟁이 시급히 조직돼야 한다.
양형근 쌍용차지부 고용안정대책위원은 “우리 파업은 정권과 대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 사측은 이명박이 노동유연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한 다음날 정리해고 방침을 신고했고, 5월 18일 이명박이 “노동유연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재차 강조한 다음날에도 가짜 정리해고 명단을 흘리며 강제퇴직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의 전초전”이며 “그 향방을 가늠할 싸움”(양형근)인 쌍용차 투쟁에 강력한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