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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차이나프리카》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에코리브르, 16,000원, 317쪽)

1980~2005년 중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 50배 증가, 2000~2006년 무역량 5배 증가, 중국 기업 9백 개 아프리카 진출. 2007년 프랑스를 제치고 아프리카 제2의 무역국이 된 중국은 도대체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어떻게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는가?

〈르몽드〉의 서아프리카 특파원 세르주 미셸과 스위스 시사주간지 〈레브도〉의 외신부장 미셸 뵈레는 1년이 넘도록 아프리카 열다섯 국가와 중국을 오가며 취재해 나름의 답을 《차이나프리카》에 담았다.

왜 중국은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일까? 아프리카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세계 최대의 석유·천연가스 매장지를 가졌다. 이뿐인가. 최근 들어 중요성이 급증한 우라늄, 티타늄, 탄탈륨 등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이는 국가가 중국만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 본국이 득실대는 유럽, 몇십 년 전부터 이들과 경쟁해 온 미국, 최근 들어 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어든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프리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제국주의가 할퀴고 간 상처로 빈곤과 상시적인 내전이 뒤엉켜 아프리카 자원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쟁탈전은 복마전이 돼 버렸다.

그렇다면 이런 복마전에서 어떻게 중국은 살아남아 중요한 교역국이 됐을까? 저자들은 ‘베이징 컨센서스’가 그 답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찬양하는 민영화, 탈규제, 민주주의와 투명성 제고라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쓰디쓴 처방전” 대신 아프리카 정부들이 중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석유와 중요한 금속 자원의 채굴·개발권을 주기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은 아프리카 53개국의 친구라고 자처하지만 중국의 투자 지도는 정확히 산유국에 집중돼 있다. 앙골라, 나이지리아, 수단, 콩고공화국, 가봉에 중국은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국가 중 대부분은 오랜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앙골라는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이후 27년 동안 참혹한 내전이 벌어져 국민들은 어떤 사회안전망도 제공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5세 미만 어린이가 3분에 한 명씩 굶주림이나 병으로 죽어 간다. 앙골라는 석유 판매 수입으로 연간 3백억~4백억 달러 수입을 올리지만 ‘특별 앙골라인’ 수백 명의 배만 불려 왔다.

냉전기에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던 앙골라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과다한 채무와 부패를 구실로 IMF가 권장하는 ‘좋은 거버넌스’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기부국 회의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 중국은 이때 앙골라에 손을 내밀고 단기간에 1백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 액수는 지금까지 앙골라가 받은 원조액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베이징 컨센서스

수단은 어떤가. 저자들은 수단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국제 사회에서 ‘왕따’와 동맹을 맺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군사적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다. 중국 또한 석유 수입량 중 10퍼센트를 수단에서 충당하고 있다(중국은 석유 필요량의 30퍼센트를 아프리카에서 충당한다). 2003년 수단 다르푸르 사태로 수단인들이 20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수단 정부가 종족 하나를 통째로 없애 버렸다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대량 학살’이 벌어졌으나 중국은 2005년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사실상 수단 정부를 옹호했다.

저자들은 앙골라와 수단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독재 국가를 후원하고, 친중 정부를 세우기 위해 반군에 돈과 무기를 대 주고, 정부 관리를 매수하며 영향력을 넓혀 왔다고 생생히 고발한다.

그리고 저자들은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는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비인도적 범죄를 저지른다고 비난하는 서방도 마찬가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영국에서는 독재 정권에 대한 무기 판매가 무려 네 배나 늘었다.” 또, “인권의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프랑스가 온갖 불법 거래와 범죄, 비리 등을 묵인하는 조직”을 아프리카에서 유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따라서 “서방 역시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국과 협력관계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권과 부패를 문제 삼는 것은 사실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저자들도 “중국이 아프리카 석유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 미국은 강박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팽창을 ‘봉쇄’해야 한다는 등 냉전 시대에나 쓰던 용어까지 다시 등장했다.”

2007년 미국이 에티오피아를 부추겨 소말리아를 침략해 전쟁을 벌이게 하는 동안 중국은 소말리아에서 석유 채굴권을 따냈다.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아프리카통합사령부(AFRICOM)를 2007년 6월 신설했고, 2008년 10월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소말리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을 제거하는 데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아프리카를 ‘테러와의 전쟁’의 연장선에 놓고, 경쟁국들에 패권을 뺏기지 않을 심산이다. 이 때문에 평범한 아프리카인들은 더 많은 비참과 절망을 겪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저자들이 기자정신을 발휘해 위험 부담도 마다 않고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며 쓴 글이라 중국의 악행과 성장 배경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아프리카 기층 민중들이 오랜 식민화 경험과 저발전 상태 때문에 자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듯하다. 그래서 결론도,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이제 공은 아프리카 정치인들에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책 곳곳에서 지배자들이 자국민의 삶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폭로했듯이, 부패한 정치인들이 아프리카의 미래를 책임진다면 아프리카의 비극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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