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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대란:
‘죽어’라 일해도 ‘주거’가 안 된다

지난 10월 5일은 UN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의 권리는 죽어라 일해도 멀기만 한 꿈만 같다. 용산 철거민들의 억울함은 여지껏 해결되지 않고 있고, 더 많은 서민들이 철거와 전월세 대란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전월세 대란이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보금자리 주택 등 신규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건 표면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전월세 공급 부족이 왜 일어났느냐다. 과연 신규 주택이 부족해서였을까.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신규 공급되는 주택 규모는 1만 1천 호가 조금 넘는다. 문제는 철거되는 주택이 3만 호가 넘는다는 것이다.

철거 주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명박 정부 탓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대 주택 공급을 줄였고, 지난해 9월 19일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대책으로 뉴타운 지정을 갑절로 늘렸다.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서였다.

또 다른 문제는 뉴타운 대부분이 애초에 총 주택수가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 평수의 다세대 주택을 철거하고 중대형 아파트를 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위뉴타운은 3천44호, 전농·답십리뉴타운은 2천4백81호, 신림뉴타운은 2천2백86호가 줄어든다.

현 정부 정책 아래서는 구조적으로 서민형 주택의 수가 줄어들게 돼 있는 것이다.

게다가 뉴타운 지정 지구의 세입자 비율이 평균 70퍼센트를 넘고 영등포·왕십리 등 일부 지역은 80퍼센트를 넘는다. 이들이 기존 생활 터전을 쉽게 떠날 수 없으니 수요는 넘치고 공급은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늘도 길어진다.

《위험한 경제학》(선대인, 더난출판)이 인용한 서울시 자료를 보면, 60제곱미터 이하의 중소형 주택 비율은 재개발 이후 63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전세가 4천만 원 이하 주택은 83퍼센트에서 0퍼센트로 줄어든다.

최근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서도 왕십리뉴타운 세입자들은 (대부분 지금보다 더 열악한) 새 전세집을 구하는 데 전보다 평균 3천만 원을 더 지불해야만 했다.

반면 서울시의 올해 국민임대주택 공급 규모는 1천8백7호, 시프트를 포함한 장기전세주택은 3천1백44호에 불과하다. 한국은 공공주택 비율이 여전히 3.4퍼센트밖에 안 된다.

부동산 불로소득 수백 조 원

이처럼 신규 분양가는 오르고 서민 주택이 줄어드니 전월세가 오르고 빚은 늘어난다. 결국 뉴타운 재정착률도 2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이처럼 전월세 대란의 주범은 신규 주택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재벌과 부자들만 배불리는 대규모 재개발 정책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추세를 억제해야 할 SH공사마저 지난달 몇몇 단지에서 전세보증금을 올렸다. 주변 시세가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전세주택’ 약속을 믿고 입주했던 주민들은 쫓겨나지 않기 위해 4백만~6백만 원의 목돈을 갑자기 마련해야 했다.

요약하면, 건설 재벌과 다주택 보유자들이 수백조 원으로 추산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챙기는 대가로 집없는 서민들이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고 집에서 쫓겨나는 게 현실이다. 왜 저들의 재산권을 위해 우리의 생존권이 짓밟혀야 하는가.

서민 동네의 주거 환경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난장이’들만 불도저에 떠밀려나는 대규모 철거 방식이 아니라 친환경 주택 개보수 방식으로 실행해야 주거 안정과 환경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또 임시 주택을 먼저 지어 놓고 재개발을 차례대로 진행해야 한다.

나아가 택지 국유화를 확대하고 부자 증세로 다주택 보유를 억제해 여기에서 나온 물량과 수십만 호의 미분양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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