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파키스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지금 파키스탄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습니다. 사회 전체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파키스탄의 지배자들은 분열했고 민간 정부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파키스탄 군부가 여전히 지배적 세력이지만, 이들도 분열해 있습니다.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번 주에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앞으로 5년간 파키스탄에게 75억 달러 상당의 원조 패키지를 제공하는 법안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하는 이른바 ‘아프팍’ 전략의 일부로서 말이죠.

이번 원조의 성격은 미국이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제공한 것과 비슷합니다. 말로는 파키스탄의 발전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지만, 원조 법안에는 파키스탄에 미국의 군사 개입을 더 확대해 통제하기 더 쉽게 만드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파키스탄군은 미국의 원조 덕분에 몸집을 더 키울 것이고 새로운 미군 기지도 건설될 것입니다. 그러나 원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파키스탄 군인들이 계속 총알받이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합니까?

사람들은 미국과 나토가 점령군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미국이 군사 개입을 확대하는 데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분노하지 않는 자들은 자신의 장래 운명이 미국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는 소수 통치 엘리트 ― 대개 금융자본가들입니다 ― 밖에 없습니다.

파키스탄 군부는 한편으로 미국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탈레반에 맞선 전쟁을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군부는 미국 정부를 공공연히 비판하지는 않지만 ‘자미아트 울레마 에 이슬라미’ 같은 이슬람주의 정당들이 미국의 원조를 비판하는 것을 내심 반깁니다.

군사령부의 장성들은 스와트와 와지리스탄 남부 등 전에는 통제하지 못하던 지역까지 군이 점령할 수 있게 된 것을 즐깁니다.

파키스탄 대중은 [미국 정부가] 사설 경비업체인 ‘지 서비스’ ― 이라크에서 저지른 만행으로 악명높은 블랙워터의 새로운 이름 ― 를 고용한 것에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미국인 ‘직원’을 위해 이슬라마바드에서 집을 2백여 채 구입한 것과 네덜란드 외교관의 차에서 다량의 수류탄이 발견된 것도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최근 이슬라마바드, 라호르와 라왈핀디에서 발생한 공격은 어떻게 보십니까?

저들은 그것이 탈레반의 소행이라고 말하지만, 유일한 증거는 파키스탄 군부가 제공한 정보밖에 없습니다.

탈레반이 과연 그런 공격을 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알카에다는 더 약체입니다. 올해 초 스와트에서, 또 지금 와지리스탄 남부에서 군이 벌이고 있는 작전의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힘듭니다. 파키스탄 군부는 군사 작전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4~5월 스와트 지역에서 진행된 군사작전으로 난민이 수백만 명 생겨났습니다. 또, 수천 명이 죽고 체포됐습니다. 당시에 파키스탄군은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지만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파키스탄군이 지상공격을 앞두고 와지리스탄 남부를 폭격하면서 약 25만 명이 피난민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전을 찍은 사진 한 장 보기도 힘듭니다.

최근 라왈핀디 육군사령부 공격은 탈레반의 소행이 아니라 군대 내 반란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그렇다면, 사망자 20여 명에 포함된 연대장과 대령은 재수없게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격의 지도자였을 것입니다.

사망자 시신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날 공격의 유일한 생존자는 파키스탄 군부를 공공연히 지지하고 툭하면 인도 정보당국을 비난하는 자미아트 울레마 에 이슬라미 당원이었습니다.

지난해에 발생한 이슬라마바드의 블랙워터 사무실 공격이나 최근 라호르에서 일어난 공격들도 탈레반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왜 탈레반이 경찰 훈련소를 공격하겠습니까? 이들 공격은 스와트와 와지리스탄 남부의 군사작전에 책임이 있는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가 통제력을 잃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파키스탄 정부는 제국주의 모험에 뛰어들면서 약해졌습니다. 정부는 군사작전에서 발생한 만행들을 가까스로 감출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파키스탄의 지배자들이 군사작전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 군사작전을 벌인 지역에서 현재 ‘군벌’들이 통치하고 있습니다. 지배자들은 이 군벌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파키스탄의 국가 권력은 존재하지만 갈수록 약해지고,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도 생겼습니다.

파키스탄군이 민간 정부를 접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합니다. 군 고위 장성들이 가만있더라도 젊은 장교들이 반제국주의적 요구를 내세우며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파키스탄 지배계급이 분열하면서 이들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혁명가들에게 지배자들을 폭로하고 제국주의와 전쟁에 맞선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출처: 영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 번역 김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