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비극을 부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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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은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해 최소한 1백30명 정도의 민간전문요원(PRT)을 파견해 운영할 생각"이라며 "PRT를 보호할 수 있는 경찰이나 군 병력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익명의 정부관계자’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계획을 흘리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정부가 이제 공식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사실 이것은 지난주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방한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의 국제적 군사 기여는 한국의 안보와 핵심적인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에둘러 요청했다.
파병 규모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특전사 소속 3백 명 규모 정예 부대를 파견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 이전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번 ... 계획과 별도로 대규모 재정 지원이나 민사작전 부대, 공병부대의 파병 등 추가 지원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PRT 파견에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지원’이 “보호 병력 파병”으로 이어진 것처럼,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언제든 대규모 병력을 파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재파병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지원’은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코리아로 가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라는 유명환의 말은 이 ‘지원’의 성격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 준다. 미 제국주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과 학살에 동참해 ‘국격’을 높이고 떡고물을 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코리아’ 정책이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아야 했던 윤장호 하사와 샘물교회 교인들을 떠올려 보라. 벌써부터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할 경우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랍세계 전체가 한국을 어떻게 볼지도 문제”라는 민주당 의원 송민순의 말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더 빈번해질 가능성도 크다.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과 한국인의 피를 대가로 한 이명박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반전평화운동 진영의 강력한 대응이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