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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 만인을 위한 진화론《핀치의 부리》 (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한음 역, 이끌리오)

다윈은 자연선택이 일어났음을 증명했다기보다는 그것이 일어나야 함을 말했을 뿐이다.”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의 말이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의 불만 섞인 투정이다. 동료 과학자들이 이러할진대, 일반인들의 혼란은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 몇몇 기독교인들이 “진화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그 증거조차 거짓으로 밝혀진 게 많다더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지. 진화론은 어차피 이론일 뿐이잖아.’ 하면서 불가지론으로 가버리기도 한다.

정말 진화론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진화는 유전학, 분류학, 생태학, 동물행동학, 고생물학 등 여러 다른 분야에서 방대한 자료로 증명되고 있으며, 우리가 새로 발견한 화석 기록, 비교해부학, 유전자 서열, 종의 지질학적 분포에 대해서 어떤 결과를 얻게될지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예측은 여러 시도에 걸쳐서 입증됐다. 즉, 진화를 지지하는 관찰들은 엄청나게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화석들의 순서를 이리저리 짜맞추는 논리학 정도로 진화론을 치부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동물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개구리가 낳은 알에서 나온 송아지 같은 것 말이다. 모순이게도, 이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관찰한다면 진화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부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불만족인 상태로 있을 수만은 없다. 현존하는 종의 진화 과정을 발견해야만 이 불만족을 해결할 수 있다. 다윈은 “우리는 시간의 손이 연대의 경과를 표시할 때까지 이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을 결코 보지 못하며, 따라서 긴 지질학적 연대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너무나 불완전하므로 우리는 현재 생물학적 형태가 과거에 존재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만 볼 수 있을 뿐이다.”고 하면서 그 가능성을 낮게 보았지만 말이다.

이 책 《핀치의 부리》는 갈라파고스의 ‘대프니 메이저’라고 하는 섬에서 핀치를 연구하여 현재 생물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들을 찾아 낸 그랜트 부부의 얘기를 다룬 책이다.

이 부부는 매년 섬에 사는 모든 핀치들을 붙잡아 고리를 달고 번호를 붙였으며, 13종 핀치의 진화 과정과 먹이의 상관 관계를 밝혀 내려고 섬 곳곳에 1제곱미터 정도의 지점들을 정해놓고 그 안의 모든 열매와 씨를 50번씩 세고 분류했다.

그랜트 부부의 끈질긴 관찰과 기록으로, 결국 1973년부터 약 20여 년 간 1만8천여 마리 핀치의 탄생과 죽음을 볼 수 있었고, 핀치들의 가계도와 각 핀치들이 가계도 상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그랜트 부부는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 냈는데, 찰나의 순간(20년)에 엄청난 종의 변화(부리 길이 1mm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것은 다윈 이래 대다수 진화생물학자들의 생각을 뒤집고 생생한 진화의 증거를 발견해 낸 것이다.

고되고 지루했을 그랜트 부부의 연구와 달리 이 책은 매우 재미있다. 읽고 있으면 마치 대프니 메이저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또한 진화생물학의 주요 부분을 설명하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알려 줌으로써, 한편의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핀치의 부리》는 ‘진화는 나의 집 마당에서, 가로수에서, 내 방 안의 화분 위에서, 심지어는 나의 몸 안에서도 언제나 - 지금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진화의 내용을 좀더 깊이 이해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강동훈


전쟁 없인 못살아 《전쟁 중독》 (조엔 안드레이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옮김, 창해)

온갖 첨단무기로 이라크를 점령한 부시 일당은 계속해서 다음 타깃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에게 왜 그렇게 전쟁을 하느냐고 물으면, 고결하고 사욕 없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민주주의, 자유, 정의, 평화를 위해!”

그러나 이 책은 그들의 진짜 동기가 시장, 돈, 천연자원 그리고 권력 유지라고 날카롭게 폭로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이득을 위한 전쟁이 평범한 미국인들에게는 늘어나는 세금과 죽음의 잔치일 뿐이라며, 반전 평화를 위한 연대의 대열에 함께할 것을 호소한다.

저자는 개국 당시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치른 전쟁들을 속속 폭로한다. 1776년 독립과 함께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대량 학살로 토지를 무자비하게 빼앗은 미국은 곧 새로운 토지와 금광을 탐내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지금의 미국 서부 지역 영토를 차지했다. 당시에도 전쟁 명분은 “백인 민주주의의 영광스런 확대”였다.

저자는 패색이 짙은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해 20만 명의 사람을 죽인 것도 트루먼이 말한 것처럼 “신의 고귀한 목적 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가공한 살상력을 소련을 비롯한 세계에 보여 줘 군사적·경제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서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1941년 미국 외교위원회와 국무부 사이의 비밀 각서를 인용해) 밝힌다. 또, 냉전 시기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200번도 넘게 외국에 군사적 개입을 한 것을 비난한다.

저자는 이러한 전쟁을 위해 미국 정부가 매년 7천7백60억 달러 이상을 사용하지만,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군산복합체 등 자본가, 은행가, 정치가, 장관급 군인들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갑은 가벼워지고, 사회복지 예산삭감으로 의료보험혜택이 줄어 현재 “미국은 OECD 국가 중 유아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다. 지난 20년 동안 학생 한 명당 교육비 지원액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에도 전혀 비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반전 활동가인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 ‘군사주의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실어 반전 운동의 성과와 가능성을 주장한다.

그의 서문대로 이 얇은 만화책은 미국과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 간에 반전 평화를 위한 연대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류민희


《저항의 세계화》 (크리스 하먼 / 존리즈, 북막스)

《저항의 세계화》는 반자본주의 운동 등장 배경과 그 운동을 둘러싼 논쟁을 다루고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에 소개된 반세계화 서적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이 책만의 장점이다.

한국에서 반자본주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건설하고 조직하는 활동가들은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지도적 활동가들인 크리스 하먼과 존 리즈가 쓴 글을 묶었다.


역풍이 불다 《블로우백》 (찰머스 존슨 지음, 삼인)

블로우백(역풍)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말한다.

미국은 자신의 세계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쟁, 학살, 독재 정권 지원 등 수많은 악행을 전 세계 곳곳에서 자행해 왔다.

한국과 일본에 군대 10만 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매년 일본 우익 정당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대주고 있다. 덕분에 자민당은 1990년대 중엽까지 거의 50년 동안 일당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본국에서 70만 명이 넘는 민중들을 학살한 독재자 수하르토를 1998년까지 지원했다.

남한에서도 미국은 박정희와 전두환을 지원했다. 미국이 굳게 숨기고 있지만, 미국이 5.18 광주 학살에 개입한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올바르게도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은 그 나라 민중의 힘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IMF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기구들을 지배해 다른 나라에 미국식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은 전 세계에 빈곤과 기아, 환경 파괴만을 세계화했다.

1998년 IMF는 수많은 가난한 브라질인들을 더 깊은 빈곤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정부는 IMF의 요구 때문에 아마존 열대림을 보존하기 위한 2억 5천만 달러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제국이라 하더라도 정책의 장기적인 결과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하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21세기 미국이 세계 민중에게 쌓아 온 분노로 미국은 역풍에 휩싸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2002년 서문에서 저자는 9.11이 그 역풍의 일종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책은 캘리니코스나 촘스키의 저서들처럼 미국의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책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횡포의 중단을 촉구하지만, 외교와 선례로 국제 관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쓴다.

제국주의 자체를 보는 저자의 관점도 마르크스주의와는 다르다. 그는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 저자는 부적절하게도 미국의 국제적인 모습과 구별하면서 국내적으로는 미국이 인권국가라고 본다.

21세기 미국은 반전 운동이라는 거대한 역풍에 직면해 있다. 이 거대한 바람은 미 제국주의의 무덤을 팔 것이다. 이 책은 그 반전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미국의 대외정책과 그 결과들을 분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의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우리가 배워 볼 만하다.

근본적인 관점에서는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대북 적대 중단 같은 지지할 만한 요구들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태도로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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