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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패로 끝난 오바마의 의료 개혁

미 대통령 오바마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의료 개혁법’이 찬성 60표, 반대 39표로 상원을 통과했다. 오바마는 이를 “역사적 표결”이라고 추켜세우며 “건강보험 체계 개혁을 위한 1백 년에 걸친 투쟁이 거의 마무리됐다” 하고 의미를 뒀다.

진정 오바마가 약속한 ‘의료 개혁’은 달성된 것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보건 의료 체계 속에 고통받던 평범한 미국인들의 삶은 나아지는 것인가?

구급차 사용료로 666달러(약 80만 원)가 나온 청구서 민영 보험사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런 터무니없는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한때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였고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하워드 딘의 주장을 들어 보자.

“건강보험에 대한 민영 보험사의 독점을 늘리고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수백만 달러를 민영 기업 손에 쥐어 주는 조처가 진정한 의료 개혁일 수는 없다. ‘의료 개혁’의 혜택을 입는 국민은 2014년까지 거의 없을 것이고, 2014년이 되도 보험료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이번 ‘의료 개혁’의 승자는 보험업계다. 세금을 내고 사는 평범한 국민들은 지난번 AIG 사태 때처럼 앉아서 자기 돈을 잃게 생겼다.”

공공보험의 실종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의료 개혁법’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은 바로 ‘공공보험’의 실종이다. 오바마의 보건의료 정책에서 핵심은 공공보험을 도입해 기존 민영 보험과 경쟁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후 공화당·보험업계와 거듭거듭 타협한 오바마는 공공보험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최종 법안에서는 아예 그 내용을 빼 버렸다. 이제 와 “공공보험 도입이 의료 개혁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변명해도 누더기가 된 ‘의료 개혁’의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오바마는 이 법으로 3천만 명이 넘는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혜택을 받게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4년부터 건강보험 미가입자들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민영 보험사는 이들을 거절할 수 없다. 그러나 민영 보험사가 이들에게 청구할 보험료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신규 가입자들은 또 그만큼 많은 보험료를 감수해야 하고, 이것을 납부하지 않을 때는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보장 정도도 그리 크지 않은 상품에 말이다. 반면 민영 보험사는 정부에게서 보조금을 받는다.

또 이 법 때문에 민영 보험사들은 기존 가입자와 계약이 끝나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또 그만큼 많은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어서, 보험 가입자들은 기존 보험료의 최대 50퍼센트까지 더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노인 가입자의 경우 젊은이보다 최대 세 곱절까지 보험료를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인의 약 60퍼센트가 가입한 기존 직장 가입 건강보험의 보험료도 올라갈 예정이다. 오바마는 값비싼 보험 상품에 대한 세금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여기엔 대다수 정규직들이 가입한 건강보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낙태 시술비를 보장해 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 하원의원 데니스 쿠시니치는 이번 ‘의료 개혁’을 통해 보험업계가 새로 얻게 될 이익이 “매년 최소 7백억 달러[약 8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결국, 민영 보험사들의 힘만 더 강력해졌다”는 전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의 푸념이 과장이 아닌 것이다.

‘의료 개혁법’이 상원을 통과한 뒤로 벌써 보험업·의료서비스업·제약업 관련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의료 개혁 논쟁이 본격화한 올 하반기에만 관련 주식들은 20퍼센트 가까이 오른 상태다.

아프가니스탄 3만 명 증파 결정에 이은 오바마의 ‘의료 개혁 사기극’은 그를 통해 변화를 바랐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의 수장으로서, 또 보수 양당이 지배하는 미국 정가의 기성 정치인으로서 오바마의 한계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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