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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강내희 교수 인터뷰:
“중앙대 구조조정은 학문을 자본에 복속시키려는 것”

최근 중앙대학교 재단과 본부가 경영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인문학과 등을 통폐합하는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대학 지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동훈 기자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내희 교수를 만나 중앙대 구조조정안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강내희 교수는 계간 《문화 과학》의 발행인이며, ‘문화연대’ 공동대표다.

중앙대 이사장이 된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성은 “대학 현실이 직업교육이 됐다”면서 회계학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만들어 모든 학생들이 이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중앙대 구조조정도 이와 연관된 것일 텐데요.

중앙대 강내희 교수 ⓒ사진 고은이

두산이 대학을 인수하면서 기업처럼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구조조정, 공식적으로는 ‘학문단위 재조정’을 실시하려는 것도 이런 기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죠.

크게 보면 대학 교육·학문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재편하자는 것이겠죠.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와 자본의 사회 지배·장악력이 강화되면서 대학도 자본이 시장에서 활동하기에 편리·유리한 방식으로 바꾸려는 취지일 겁니다. 학문과 교육 자체의 관점보다는 학문과 교육을 자본에 복속시키려는 목적이겠죠.

이번 중앙대 구조조정은 ‘인문학의 위기’와 연관해서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번 중앙대 본부의 구조조정안을 보면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어요. 기초학문 해서는 취직도 안 되니까, 대학을 무조건 취직 잘 되는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인문학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예요. 인류가 생존하려면 생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그처럼 인문학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문화생태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와 자산입니다. 취직을 왜 합니까. 인간답게 잘 살자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 취직은 기본소득도 보장 안 되는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비정규직이 되자고 기초학문을 포기해서는 안 되죠.

중앙대 본부는 중앙대를 향후 “세계 1백 대 명문 사학”으로 발전시키자고 합니다. 그러자면 학문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취업 안 되는 학과는 없애자는 발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니 목표에 위배되는 거죠.

아니 정치학과도 없고, 수학·물리·화학과도 없는, 독문학·불문학도 제대로 공부 안 하는 ‘세계적인 명문 사학’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수학은 수천 년 된 학문이고, 자연과학이나 정치학 같은 학문도 수백 년 된 학문인데 이런 인류 전체의 자산을 지키지 않는 것은 대학의 본질을 부정하는 겁니다.

사실 ‘인문학의 위기’나 ‘기초과학의 위기’ 같은 주장은 주류 언론들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진다고 보십니까?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지원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강해요. 한국은 말하자면 질 낮은 자유주의, 막가는 자유주의, ‘나만 돈 벌면 된다’ 같은 ‘천민 자유주의’가 횡행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죠.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수정 자유주의, 복지국가 모델이 작동하는 때는 인문학에 대한 배려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도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면서 기초학문에 대한 배려가 줄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게 특히 심한 겁니다.

중앙대에서 먼저 무너져 버리면 다른 대학에도 폐해가 미칠 것입니다. 중앙대 구조조정과 서울대 법인화는 향후 한국 대학 사회 발전의 향방을 가르는 풍향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기업의 대학 지배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던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면서 민주주의가 많이 훼손되는 것 같습니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에 실린 만화 ‘위기의 CAU(중앙대) 민주주의’ 지난해 11월 중앙대 당국은 “총장을 조롱”했다며 배포 6시간 만에 이 교지를 강제로 전량 회수했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이 문제가 많지만 재단은 경영과 인사를 담당하고, 학교 운영은 총장이 하도록 돼 있죠.

그런데 총장의 고유한 분야에 속하는 것들을 재단이 하려고 나서는 흐름이에요. 민주화 전통에 따라서 교수와 직원이 투표해서 총장 후보 3명을 추천하던 것이 없어졌죠. 재단이 경영도 하고 운영도 하는, 다시 말해 재단의 권한을 강화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바꾸려는 것이겠죠.

이른바 ‘대학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활동을 통제하는 조처가 바로바로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끝으로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신자유주의가 몇십 년 진행되면서 대학은 대학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어려운 처지에 빠졌어요. 그래서 대학이나 개인이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민주적이거나 진보적인 운동이 일어나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보수적 개혁으로 귀착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이런 보수적인 개혁의 흐름을 막고 진보적인 개혁으로 바꿔 내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는 굉장히 후퇴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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