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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쟁

지난주에 파업과 거리 행진을 벌인 그리스 노동자들은 무척 중요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다. 경제 위기의 대가를 누가 치를 것이며 은행 구제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이 전투의 결과에 달려 있다.

“자본가 기생충들은 가라! 부는 노동자들의 것이다!”, “노동자들의 해답은 자본가들과의 전쟁이다” 등의 펼침막 문구들이 이번 반란의 정서를 잘 포착했다. 이런 문구도 보였다. “여기는 아일랜드가 아니다. 우리는 저항할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온순한 노조 지도자들의 협력 하에 공공부문에 대한 20퍼센트 임금 삭감, 세금 인상, 복지 축소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노동자들은 싸울 각오가 돼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위를 “분노의 강”에 비유했다.

재정부 노동자들은 “노조 지도자들과 언론의 공조 하에 정부와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계획을 노동자들이 취소시킬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펼침막을 들고 나왔다.

반역자들

노조 활동가,학생, 연금 수급자, 미조직 노동자, 실업자 들이 시위를 준비하려고 새벽 네 시부터 아테네 중심가에 집결했다. 〈타임스〉 기자의 말에 의하면 그날 오후 “파업 참가자 수 만 명 이 그리스 의회 앞에서 ‘반역자들! 반역자들!’이라고 외쳤다.”

이 투쟁은 앞으로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과 전 세계를 무대로 전개될 긴 전쟁의 전초전이다.

사장들과 정치인들은 그리스 노동자들이 큰 폭의 임금 삭감, 연금 수령 연령 2~7년 연기, 공공부문 일자리 수십만 개 축소, 그리고 대대적인 공공서비스 축소를 받아들이길 원한다.

이러한 압력이 그리스 정부, 국제 금융권, 유럽연합 이 세 곳에서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사회당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막은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덕분에 집권했음에도 혹독한 긴축 조처들을 강행하려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지 않는 개혁주의 정치인들은 깊어지는 위기 앞에 이렇듯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금융가들은 공공부문이 축소되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대폭 하락하지 않으면 그리스 경제에 자금이 고갈될 것이고 신용이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그리스 정부는 해외 금융기관들이 선뜻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게 하려고 6~7퍼센트의 높은 금리에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독일 국채 금리보다 3퍼센트 포인트나 높다).그리스 정부는 그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부채의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금융가들이 보기에 노동자들과의 전쟁에 임하는 그리스 정부의 태도가 충분히 단호하지 못하다면 그들은 그리스 국채 매입을 기피할 것이고, 그러면 그리스 정부는 나라 빚을 갚지 못하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IMF의 “전문가”들에게 지원사격을 받으며) 분명히 했다. 그리스 민중이나 정부가 뭐라고 하든 알 바 아니다.

위기의 시대에 민주주의는 내동댕이쳐지기 마련이다. 유럽연합은 정작 빚을 갚아야 할 자들이 돈을 들고 튀는 동안 애꿎은 사람들에게 대납을 종용하는 사채업자 노릇을 하려 한다.

유럽연합 경제 담당 집행위원인 올리 렌은 지난주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위기의 중요한 교훈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더 깊고 폭넓은 감시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유로화 사용 국가들 간의 경제 정책 공조와 감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영국이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덕분에 그리스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며 자화자찬한다. 이들은 모닥불이 페스트를 예방해 준다고 믿었던 중세 군주들을 닮았다.

〈가디언〉은 최근 이런 물음을 던졌다. “다음 번 환율 폭탄은 어디서 터질 것인가? 재정 적자 규모가 워낙 커서 종국에는 국가신용도가 하락하고 파운드화에 대한 투기성 매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국이 다음 차례는 아닐까?”

〈텔레그래프〉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말도 이제 한물 갔다. 이제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무너질 경우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는 국가군으로 STUPID(스페인, 터키, 영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두바이)를 거론한다”라고 덧붙였다.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그리스 비극이 미국에 온다”라는 제목의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 심판의 날이 닥치려면 아직 안심할 만큼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유로존의 상황이 악화될수록 겁먹은 투자자들의 돈이 ‘안전한 피난처’인 미국 국채로 몰리면서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게 돼 있다.

“이러한 효과는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 정부(주 정부는 물론이고)의 재정 상황을 살짝 들여다보기만 해도 ‘안전한 피난처’라는 표현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알 수 있다. 미국 국채가 ‘안전한 피난처’라면 1941년의 진주만도 안전한 피난처였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유럽연합과 그리스 정부 사이에 모종의 안정화 계획이 합의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이와 다른 희망이 점점 자라고 있다. 그리스인들의 저항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서 부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출처: 영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번역: 천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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