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 독립 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4만 5천 명 이상의 특전사 및 무장 군인들을 투입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첫 주에 적어도 1만 8천 명이 피난길에 들어섰고 2백48개의 학교가 불탔다. 인도네시아 군대(TNI)가 외국인의 아체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기자들의 취재도 철저히 제한돼 있어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를 알 수 없으나, 인도네시아군의 공식 발표로만 벌써 5백여 명이 죽었다.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의 배신과 인도네시아 군대의 오랜 탄압 때문에 아체인들의 독립 염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998년 수하르토가 타도된 후 집권한 와히드는 7개월 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아체인들에게 약속했지만 그는 그 약속을 저버렸다.

현 대통령 메가와티도 선거 유세 때는 “쿠트 니야”(아체어로 ‘명예로운 여성’이라는 뜻)를 자칭하며 자신이 집권하면 아체는 평화와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지난 5월 19일 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자유아체운동(GAM)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끝없는 저항과 투쟁

아체의 역사는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잘 보여 준다. 아체 민중은 이런 제국주의에 맞선 오랜 저항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는데, 특히 아체에서 더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1873년 네덜란드는 공식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아체를 침공했지만 전쟁은 1942년까지 지속됐다. 결국 네덜란드는 아체를 완전 점령할 수가 없었다. 1942년부터는 일본 제국주의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아체인들은 이에 맞서 또 다시 전투를 벌였다.

일본은 1945년 전쟁 패배와 함께 철수했다. 철수 직후 인도네시아 공화국이 선포됐다. 아체인들은 새 국가를 지지했지만 자신들의 독자적인 역사를 잊지 않았고, 일부 사람들은 아체가 그 주권을 결코 양도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아체인들은 자카르타가 새로운 식민지 지배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1953년 다룰 이슬람(“이슬람의 세계”라는 뜻) 반군이 자바섬을 장악했고, 아체에서 상당한 지지를 획득했다. 1959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를 모종의 자치가 허용된 “특수 영토”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아체인들의 불만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1976년 하산 디 티로가 무장 저항 단체 GAM을 결성했다. 1970년대 말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GAM 조직원들을 대거 체포하고 그들의 활동을 탄압했다. 그러나 1989년에 GAM은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아체인들이 GAM과 관련하여 살해되고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실종됐다. 바로 이런 일들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아체인들의 반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수하르토가 몰락한 뒤에 아체인들은 새 “민주” 정부가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 정권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GAM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사실 아체인들이 독립을 원하는 것은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GAM의 종교적·정치적 주장에 이끌려서라기보다는 중앙 정부의 무단 통치와 경제적 착취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석유와 가스

아체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전체 수출의 대략 15퍼센트가 바로 아체 지역에서 나온다. 아체 인구는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2퍼센트인 4백만 명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 전체 예산의 13퍼센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정부 공식 통계를 보더라도, 아체 인구의 40퍼센트가 빈민이다.

아체의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통제하는 것은 ‘엑손-모빌 오일 인도네시아’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미국의 엑손-모빌과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의 합작회사다.

이 회사가 위치한 록세우마웨 지역에는 고급 주택가와 서방식 시장과 18홀 골프코스와 국제 학교 등이 들어서 있다. 소수 미국인들과 자카르타 출신 인도네시아인들(전에는 수하르토의 막내 아들이 이 지역의 석유화학 산업을 지배하고 있었다)이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부(富)를 독점하고 있다.

반면 그 주택가 바로 옆에서 아체인들은 오두막을 짓고 살아야 했다. 그들은 수질 오염과 소음 공해에 시달려야 했으며 터무니없는 값에 토지를 팔아야 했고 농지와 가옥 들을 파괴하는 폭발에 시달려야 했다.

‘엑손-모빌 오일 인도네시아’는 수십년 동안 인도네시아 군대의 작전을 도와 주었다. 그들은 GAM을 진압하기 위해 아체에 들어온 인도네시아 군대에 숙소와 전기, 통신 및 기타 수단들을 제공했다.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미국 정부는 인도네시아군의 아체인 학살과 야만적 전쟁을 묵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군이 사용하는 군사 장비는 대부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지난해 8월 조지 W 부시는 인도네시아와 군사 협력을 재개했다. 미국은 ‘반테러 경찰부대 강화’라는 명분 아래 9천5백만 달러를 인도네시아군에 지원했다. 호주 외무장관도 공개적으로 GAM을 비난하며 인도네시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1999년 11월 아체에서는 정의를 요구하는 세속적·민주적 정치 운동이 분출했다. 아체주 주도인 반다 아체에 1백만 명이 모여 국민투표를 요구했었다. 이들이 투쟁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내전이 격화되는 와중에서 그들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우선 필요한 것은 인도네시아군의 철수다. 그런 뒤에 국민투표를 통해 민중이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