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EU 차관이 그리스 위기 해결하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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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다시 태풍의 눈이 돼 돌아왔다. 벗어난 적이 있다면 말이다. 이번 주[4월 셋째 주]에 유럽 지배자들은 그리스 정부가 요청하면 2백64억 파운드를 차관해 주기로 합의했다.
유럽 지배자들은 그리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두고 몇 달 동안 동요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위기가 더 심화한 뒤에 구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그리스가 빚을 갚지 못해 부도날지 모르고, 그리 되면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겨났다.
유럽의 기업주와 정부 들은 국가 부도를 원치 않는데, 국가가 부도나면 기업이 불안정해지고 은행 시스템이 취약해지고 유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리스 정부에 노동자들을 대거 감원하라고 주문한다. 이런 해고가 구제의 조건이다. 그러나 그리스 총리 게오르그 파판드레우는 이미 이런 삭감 조처를 시행했고, 그것은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주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도를 낮췄다. 지난 5개월 동안 두 번째 하향조정이다. 피치는 그리스의 신용도를 –BBB로 낮췄고, 이는 쓰레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등급이다.
그리스가 기존 빚을 상환하려면 3백억 파운드를 모아야 한다. 그리스 정부의 걱정은 다음과 같다. 다른 곳에서 빌리는 돈에 의존해야 한다면 대가가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 재정 지원은 이자가 5퍼센트인데, 이는 그리스가 그동안 빌리던 이자율보다 낮다.
그리스 언론은 지난주 목요일을 “검은 목요일”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스 정부가 지불해야 할 이자율이 최고치를 찍었기 때문이다. 거의 7.5퍼센트에 육박했다. 아테네 주식 시장에서 은행권 주가는 폭락했다.
부도
유럽 지배자들은 이번 지원책으로 그리스가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그러나 일부 논평가들은 결국에는 부도를 피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삭감 조처는 이미 노동자들의 저항에 불을 댕기고 있다.
독일 자본주의는 그동안 구제에 나서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독일이 “반그리스”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그리스와 독일은 지난 10년 동안 매우 밀접하게 협력해 왔다.
2004년 올림픽을 치르려고 그리스가 새로운 공항을 건설할 때 독일 건설회사 호치티에프가 계약을 따냈고 여전히 그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매각한 헬레닉 조선소는 독일 거대 기업 티센크루프에 넘어갔다.
그리스 텔레콤(OTE)은 독일 텔레콤으로 넘어갔다. 올림픽 에어웨이는 루프트한자가 인수했다. 독일은 그리스를 지키는 데 이해관계가 매우 크다.
그리스는 세계적 위기의 최전선에 있고, 그 위기는 끝날 것 같지 않다.
위기가 계속되리라는 증거는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나온다. 지난여름 ECB는 약해진 금융권을 떠받치려면 신속하게 “출구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2주 전 ECB는 이 견해를 뒤집었다. ECB는 심지어 그리스 은행들에 대출할 때 그리스 채권을 담보로 받아들이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파판드레우는 “공공 지출 삭감을 더 강력히 추진할수록 그리스 시장들이 더 큰 자신감을 얻으리라”는 신자유주의 기도문을 따른다.
그러나 이자율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구제 요청은 실패한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맞서 싸워 왔고 4월 21일과 22일에 새로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차관 제공은 노동계급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처를 시행해야 하는 정부도 약해질 것이다.
그리스에서 진정한 의미의 파업 운동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해도 될 듯하다.
‘노동권 캠페인’이 초대해 영국에 다녀 온 노동자 바실리스 실라이디스는 그리스의 파업 행동이 “리틀 베트남”이 되리라는, 곧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싸울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이런 생각은 “태풍의 눈에 있는” 우리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그리스 총파업과 좌파
그리스 투쟁에서 그리스 공산당은 모순된 구실을 했다. 2008년 12월 항쟁이 발생했을 때 그리스 공산당은 보수적 태도를 취해 학생들의 학교 점거를 반대했다. 심지어 공산당 청년 조직이 학생 총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그리스 공산당은 2008년 12월 투쟁이 진정한 항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공산당 서기장은 ‘진정한 항쟁에서는 단 한 장의 창문도 깨지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했다.
그래서 당시 우익 정부의 총리 카라만리스는 의회 연설에서 공산당이 “책임 있는 자세를 취했다”고 칭찬했다.
우익 정부는 2009년 10월 총선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공산당의 득표율도 줄었다. 대중의 정서가 왼쪽을 향하는 와중에도 공산당은 7만 표를 잃어 총득표수가 58만 3천 표(8.1퍼센트)에서 51만 7천 표(7.3퍼센트)로 줄었다. 그래서 공산당은 총선 후 좀더 좌파적 태도를 취하려 노력했다.
공산당이 주도하는 노조인 전노동자 전선(PAME)은 2009년 12월 17일 신임 사민당 정부 아래 벌어진 최초의 파업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리스노조총연맹(GSEE)이 그날 파업을 벌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파업의 동력은 기층에서 나왔다. 처음 파업을 제안한 것은 반자본주의좌파(ANTARSYA, 그리스사회주의노동자당이 참가하는 극좌파 연합)에 정치적으로 가까운 일부 교사 노조들이었다. 그러나 PAME의 지지가 이날 파업의 성공에서 매우 중요했다.
그 뒤부터 2월 10일, 2월 24일, 3월 24일 세 번의 하루 총파업이 있었고 갈수록 규모가 더 커졌다. 총연맹의 노조 지도자들도 태도를 바꿔 그리스 사민당 정부와 유럽연합이 IMF와 함께 강요하는 ‘안정화 계획’에 반대하는 공무원과 노동자 총파업을 지지하게 됐다.
그러나 파업 규모가 커질수록 PAME의 구실은 작아졌다. 이것은 PAME의 종파주의 때문이었다. PAME는 다른 노조들과 함께 연합 파업 집회와 시위에 참가하기를 거부하고 언제나 별도의 집회를 열었다.
모순된
지난해 12월 17일 PAME 집회는 다른 좌파의 집회보다 훨씬 컸다. 그러나 올해 3월 11일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스사회주의노동자당(과 ANTARSYA)은 PAME와 공산당에게 함께 파업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공동 행동을 지지하지만 그들의 종파주의는 비판하고 있다.
우리와 공산당은 모두 4월 21∼22일 48시간 총파업을 벌이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공산당이 과거에 한 배신을 잊지 않고 있다.
공산당은 2008년 12월뿐 아니라 1973년 11월(군부 독재 반대 항쟁)과 1989년(공산당과 보수당 연정)에도 배신한 적이 있다.
ANTARSYA의 소속 조직 중 하나인 나르(NAR)는 1989년 공산당의 배신에 실망해 공산당 청년 조직이 탈당해 결성한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 투쟁은 스탈린주의 정치의 올바름을 입증하는 사례가 전혀 아니다.
번역 김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