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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오바마의 카트리나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BP(영국 석유회사)의 원유시추 사고로 얼마나 많은 원유가 바다로 흘러나오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 사고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환경 재앙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어떤 사람들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사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BP와 미국 정부는 원유가 하루에 “겨우” 1천 배럴씩 바다로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추정치는 금방 5천 배럴로 늘어났고 지금은 매일 1만 7천 배럴씩 유출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6만~7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도 한다.

막대한 석유 유출 때문에 검게 물든 멕시코 만

인근 지역 수산업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이번 원유 유출이 물고기와 새들, 바다 포유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는 데만도 엄청난 세월이 걸릴 것이다.

엄청난 양의 기름이 단순히 물을 오염시켰을 뿐 아니라 물속에 있는 산소를 고갈시켜 모든 수중 생명체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

원유 유출을 막으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했고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기름을 분해하겠다고 뿌린 화학약품 때문에 기름 덩어리가 작은 입자들로 쪼개졌고 화학약품과 결합해 무거워진 입자들이 수면 아래에서 떠다니고 있다. 달라진 것은 이제 그 기름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원유 유출량 추정치가 달라진 이유는 돈 때문이다. 미국 수질오염방지법에 따르면 BP는 유출된 원유 1배럴당 벌금 3천 파운드를 내야 한다.

BP는 그들이 파내고 있던 유정에 얼마나 많은 원유가 매장돼 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상업적으로 민감한 정보라는 것이다.

사고가 벌어진 원인도 돈 때문이다. 원유 유출의 원인이 된 4월 20일의 폭발 사고는 석유굴착장비를 다른 시추 지점으로 옮기려고 서둘러 유정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그 덮개는 핼리버튼(미국 에너지·군수 업체)이 만든 싸구려 제품이었다. BP가 임대해서 사용하던 시추장비는 하루 임대료만 1백50만 달러다.

원유 채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자랑해 온 BP는 안전 문제에서는 악명을 떨쳐 왔다. 2005년 텍사스 BP 정유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15명이 죽었다. 그런데 이 사고 뒤에도 BP는 안전 문제를 시정하지 않아 지난해 10월에 8천7백만 달러 벌금형을 받았다. BP는 시추 장비의 안전 밸브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문제를 교정하지 않았다.

다른 석유 기업들처럼 BP도 바다 밑을 시추할 때마다 시행하도록 돼 있는 환경영향평가 의무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2009년에 BP가 멕시코만 해저 시추권을 유지하려고 미국 정부에 로비 자금으로 지불한 돈만 해도 1천1백만 파운드나 된다.

그리고 BP와 그 하청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후원 덕분에 이번 시추를 할 수 있었다.

오바마는 부시의 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대체에너지 개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검은 황금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검은 황금’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늘 폭력과 부패를 낳았다.

한 줌의 거대 기업들과 산유국이 이 산업 전체를 통제하고 있고 주요 패권 국가들이 그들을 후원한다. 이들은 이윤과 패권을 위해 전쟁과 쿠데타도 불사한다.

석유를 시추하고 운반, 정제, 연소하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된다. 지역적으로는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고 세계적 수준에서는 기후변화를 낳았다.

최근의 재앙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고와 오염의 극단적 사례일 뿐이다. 1월에도 텍사스 포트 아서에서 유조선이 바지선과 충돌해 원유 45만 갤런이 유출됐다. 에콰도르에서는 텍사코(석유회사)가 사고를 내 원유 1천7백만 갤런과 독성 폐수 1백90억 갤런이 숲으로 흘러들어 갔다.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로 기록된 1979년 멕시코 익스톡 원유 유출 사고는 아직도 그 여파를 미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천연 가스가 시추 구멍으로 흘러들어가 폭발 사고가 났고, 그때나 지금이나 폭발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당시 2백97일 동안 원유가 흘러나왔다. 유출을 “막았다”고 한 다음에도 원유 유출은 석 달 이상 계속됐다. 익스톡 유정은 수심 1백50피트였다. 이번 사고는 수심 5천 피트에서 일어났다.

일부 신문들은 이 사고를 ‘오바마의 카트리나’라고 부르고 있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는 BP한테서 오염 제거 비용을 마지막 한 푼까지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이 멕시코만에서 석유 시추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번복하도록 하는 데 개입한 것이 바로 미국 정부다.

원유 유출을 막으려는 마지막 시도가 실패했고 백악관 에너지 보좌관 캐롤 브라우너는 8월까지는 원유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발표했다. 최소한 2천만 갤런이 멕시코만으로 흘러나왔고 11명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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