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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보고:
G20 항의 투쟁·파업 ― 현장 발의에 성공하다

지난 10월 5일 성북구민회관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날 민주노총 대의원인 다함께 회원들은 “G20과 이명박의 고통 전가에 항의해 11월 11일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자”는 현장 안건을 발의했다.

그동안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G20에 맞선 투쟁을 통해 “세계사적 전환의 주역이 돼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G20은 정권 치적이 아니라 억압받고 고통 받는 전세계 노동자 민중의 울분을 표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G20 항의 행동을 대규모로 치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명박의 정치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8.8 개각 실패, 유명환 낙마 등의 악재가 정부를 압박했고, 치솟는 채소값과 전세값 때문에 대중의 불만과 분노는 켜켜이 쌓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하반기 국정 운영 방향으로 내세운 “공정 사회”는 오히려 부메랑이 돼 ‘불공정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기회 삼아 투쟁을 벌여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핵심 치적으로 치켜세우며 공들이는 G20 정상 회의에 맞서야 한다. G20 기간 동안 항의 시위가 벌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이명박 정부에 정면 도전하고, 힘을 총력 결집해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 위기 책임 전가에 맞서 싸우는 전세계 활동가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G20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자신들의 호소에 걸맞는 대중 행동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G20에 노동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고 현장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이유로 11월 11일 대규모 조합원 동원을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급진 좌파들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G20에 맞서 민주노총의 실질적인 투쟁 노력과 동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가 있었다.

정치적

다함께 회원들은 대의원대회 장소에 일찌감치 도착해 현장 발의 부스를 차리고 안건 설명서와 G20 동원을 호소하는 리플릿을 반포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G20에 대한 선동과 폭로를 거의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발의 요건인 대의원 30명 이상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현장 발의 요건을 갖추기도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부의 기우와는 달리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물론 대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G20 정상 회의 일정이 언제인지, 왜 반대해야 하는지에 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명 한 명 리플릿을 손에 쥐어주고 안건 취지를 설명하자, 적지 않은 대의원들이 흔쾌히 동의하고 안건 발의 서명에 참여했다.

한 시간 만에 대의원대회에 참석 대의원의 10퍼센트 이상인 46명이 안건 발의에 동의했다. 안건 발의에 참가한 대의원의 구성(건설, 금속, 전교조, 사무금융, 공무원, 공공운수, 보건, 언론, 이주노조, 화섬 등)도 꽤 다양했다.

안건 발의 성공은 그동안 ‘노동자들이 G20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문제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일부의 통념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다. 오히려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상당히 ‘정치적’이었다.

한편, 안건 발의에 성공한 데에는 민주노총 소속 다함께 회원들의 기여가 상당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G20 항의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현실화하는 데 대단히 적극적이었다.

안건을 대표 발의한 동지는 대의원대회 사전에 여러 진보 언론사들에 안건 취지를 설명하는 기고 글을 보내고 주변의 대의원들을 조직했다. 또, 전교조 소속 한 회원은 대의원대회에 참가하는 전교조 소속 대의원들을 일일이 만나거나 전화해서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을 조직했다.

건설노조 소속 한 회원도 건설노조 대의원 17명의 서명을 받고, 직접 지지 발언을 준비하는 등 상당한 열의를 발휘했다.

공무원노조 소속 회원은 대의원대회 당일에 부스를 운영하며 대의원들에게 안건 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고, 이외에도 상당수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회원들이 우리의 주장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을 기울였다.

다함께 회원은 아니지만 금속과 공공의 현장 활동가들도 안건 발의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 철도노조 대의원은 비록 현장 순회 일정 때문에 대의원대회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안건 발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팩스로 자신의 친필 서명을 보내주기도 했다. 금속노조의 주요 활동가들도 투쟁 작업장의 대의원들을 연결해주거나 자신이 아는 대의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안건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 참가를 독려했다.

이 자리를 빌어 안건 발의에 기여해 준 다함께 노동자 회원들과 현장 활동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고무적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오후 3시 30분이 돼서야 간신히 정족수를 넘겼고, 곧바로 개회가 선언됐다. 그러나 1호 안건(“민주노총 성폭력 평가 보고서 채택 건”)이 만장일치로 통과하고 잠시 정회하는 동안 상당수 대의원이 대대 장소를 빠져 나갔고, 결국 다음 안건을 다루던 중 정족수가 모자라 유예됐다. 대단히 아쉽게도 10퍼센트 이상의 대의원이 공동 발의한 ‘G20 투쟁 안건’이 다뤄지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G20 항의 시위에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노력과 실질적인 동원이 필요하다는 호소에 적지 않은 대의원이 동의하고 안건 발의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는 남은 한 달 동안 G20에 대한 선동과 폭로를 강화하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적극적인 투쟁 계획을 내놓고 조합원들을 설득한다면 더 크고 강력한 투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유예를 선언하면서 “현장에서 G20 항의 시위를 위해 전국노동자대회를 11월 11일에 개최하고 하루 파업을 하자는 안건이 발의됐는데, 정족수 미달로 다루지 못하게 됐다. 현재 민주노총은 11월 11일에 최대한 동원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현장 발의 안건은 민주노총 중집 회의에서 그 의미를 반영해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대의원대회가 유예됐고, 민주노총이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 방침을 단위노조에 내리고 조직하는 상황에서 11월 11일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대규모 동원과 하루 파업이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 7일(일)에 전국노동자대회를 치르고, 대신 11월 11일(목)에 민주노총의 ‘확대간부 총력 집중’ 계획을 좀 더 보완하는 방식(예를 들어, 간부 파업이나 잔업 거부, 가능한 작업장은 교육·등을 통해 집회 참가)을 취할 듯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G20 항의 시위를 건설해야 한다고 요구한 대의원 46명의 바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선, 민주노총 지도부는 스스로 공언한 대로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실제 10만 명이 집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G20 반대를 분명하게 내걸고 도심 집회 개최와 위력적인 행진을 벌이며 G20 정상 회의에 맞선 항의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11월 11일 집회에도 더 많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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