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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씨의 ‘야권단일정당’론 비판:
한국에서 진보정당은 “씨알이 안 먹”히는가?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야권단일정당 1백만 민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빼고 다 뭉치는 것 말고는 정권을 교체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로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증오한다. 한나라당의 재집권은 상상도 하기 싫어한다. 우리도 한나라당의 패배를 바란다.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정치 상황에 ‘열린 공간’이 생길 수 있고 대중의 자신감도 커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은 이런 ‘열린 공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투쟁의 ‘민란’이다.

그러나 문 씨는 한나라당의 패배를 위해 진보정당을 해체하라고 요구한다.

“국민들 눈에는 박정희 가문이 있고, 다음에 김대중·노무현 ‘가문’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여론조사들에서 한나라당·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 당들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엇비슷하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대중의 정치적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좋아서’ 찍었다는 사람이 2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민주노동당의 창당과 성장이 바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그 지표 중 하나다.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민주노동당의 성장을 악의적으로 가로막곤 했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일심회’ 사건을 터뜨려 민주노동당을 공격했다.

역설이게도, 문 씨의 ‘야권단일정당’이야말로 민주당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의 발로다.

결국 ‘야권단일정당’론은 진보정당들더러 해산하고 민주당 품으로 들어가라는 얘기다. 2012년판 민주당 수혈론이다.

차이

그는 “분단국가에서는 [진보정당이] 대체 씨알이 안 먹”힌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서구의 역사”일 뿐이란다.

객관적 사실 1: 지난 지방선거에서만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합쳐 2백17만 표를 얻었다. 투표자의 10퍼센트가 진보 양당에 투표했다.

객관적 사실 2: 진보정당의 집권은 “서구의 역사”만이 아니다. 남미의 브라질·베네수엘라·우루과이, 아프리카의 남아공 등에서 진보정당들이 집권했다. 이 나라들도 모두 독재정권의 폭압을 경험했다.

문 씨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차이를 말의 차이쯤으로 뭉갠다. “김대중·노무현 가문 중에 좀 센 말을 하는 분들이 민노당, 진보신당”이라는 게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충돌한 쟁점들 — 한미FTA, 노동자 구조조정, 파병 등 — 은 대부분 계급적 대립이었다. 두 당의 사회적 기반이 적대적이기 때문이었다 —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

그래서 민주당의 핵심 문제는 “당원이 지구당위원장 하나 못 뽑는 구조”가 아니다. 민주당은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려는 자본가 정당이다. 민주당의 집권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문 씨는 진보정당이 “빛과 소금”은 될지언정 집권 세력이 되기는 어렵다고 조소한다. 그야말로 단견이다.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사회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노동자 계급이 거대한 투쟁을 일으키는 상황이 도래하면 진보정당의 집권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계급투쟁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노동자 계급의 의식이 왼쪽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진보정당들은 사회적 평온기가 아니라 사회적 격돌이 첨예한 상황에서 집권했다.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했던 2004년 총선도 노무현 탄핵에 반대하는 거대한 대중 투쟁을 배경으로 치러졌다.

따지고 보면,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개혁주의 정치가 문 씨 같은 주장이 득세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MB 민주연합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한테서 독립한 진보정당의 독자 성장 전망을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

문 씨 같은 주장이 횡행하지 못하게 하려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민주당과 정치적으로 결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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